조금만 기다려 주자
언제 부터인가
이상하게 내 생일이 다가오면
한 번 씩 호되게 앓아누웠다.
애들도 피해 갔던 뇌수막염을
어른인 내가 걸려서
두 아이를 동네 엄마들이 돌아가며
거둬 줬던 일도 있고
아이 친구 엄마들이 죽을 쑤어서
집 앞 자전거 바구니 안에 넣어 주고 가기도 했다.
복도 많지, 친정이 멀어도 다 살 수 있었다.
이 날도 으슬으슬
몸이 신호를 보냈다.
이 아이들은 주말이면
어디든 나가서 놀아야 하므로
텐트와 자전거를 바리바리 싸들고
금강 둔치로 향했다.
아이들은 실컷 뛸 수 있고
엄마는 실컷 누워 잘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그런데 타려고 가져 간 자전거는 버려두고
자꾸 위험한 짓만 한다.
갈대밭 사이를 들어가고
쓰레기를 줍고
풀을 자꾸 뽑는다.
점점 꼬질꼬질 해 진다.
내 몸은 자꾸 가라앉는데
애들은 점점 감당이 안 되니
잔소리를 좀 하다가
포기
"엄마는 힘들어서 못 따라다니겠다."
"엄마는 텐트에 들어가서 잘 꺼야."
"그만 돌아다니고 자전거 좀 타시지?"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의
위험하고 더러운 짓은 계속됐다.
그렇게 나는 금강 둔치에서 곯아떨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밖에서 아이들이 나를 부른다.
"엄마! 엄마! 일어났어요?"
"엄마! 생일 축하해요!"
왜 자꾸 쓰레기만 뒤지고 땅강아지처럼 뛰어다니냐고
구박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만 못 할 때가 있다.
한 템포만 참으면 되는데 그게 힘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
텐트를 열었을 때 보았던
아이의 자랑스러운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조금만 기다려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