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목육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승은 Nov 23. 201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 ⑪

조금만 기다려 주자

언제 부터인가 

이상하게 내 생일이 다가오면

한 번 씩 호되게 앓아누웠다.  

애들도 피해 갔던 뇌수막염을 

어른인 내가 걸려서 

두 아이를 동네 엄마들이 돌아가며 

거둬 줬던 일도 있고

아이 친구 엄마들이 죽을 쑤어서 

집 앞 자전거 바구니 안에 넣어 주고 가기도 했다. 

복도 많지, 친정이 멀어도 다 살 수 있었다. 


이 날도 으슬으슬 

몸이 신호를 보냈다. 

이 아이들은 주말이면 

어디든 나가서 놀아야 하므로 

텐트와 자전거를 바리바리 싸들고

금강 둔치로 향했다. 

아이들은 실컷 뛸 수 있고

엄마는 실컷 누워 잘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그런데 타려고 가져 간 자전거는 버려두고 

자꾸 위험한 짓만 한다. 

갈대밭 사이를 들어가고

쓰레기를 줍고 

풀을 자꾸 뽑는다.

점점 꼬질꼬질 해 진다.  


내 몸은 자꾸 가라앉는데 

애들은 점점 감당이 안 되니

잔소리를 좀 하다가 

포기 


"엄마는 힘들어서 못 따라다니겠다."

"엄마는 텐트에 들어가서 잘 꺼야."

"그만 돌아다니고 자전거 좀 타시지?"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의

위험하고 더러운 짓은 계속됐다.  



그렇게 나는 금강 둔치에서 곯아떨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밖에서 아이들이 나를 부른다. 


"엄마! 엄마! 일어났어요?"


"엄마! 생일 축하해요!"


왜 자꾸 쓰레기만 뒤지고 땅강아지처럼 뛰어다니냐고 

구박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만 못 할 때가 있다. 

한 템포만 참으면 되는데 그게 힘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

텐트를 열었을 때 보았던  

아이의 자랑스러운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조금만 기다려 주자. 


매거진의 이전글 잠깐 맛 본 지옥 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