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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l 05. 2020

이준익의 인생

인생이 영화 같고, 영화가 인생 같다

1959년생


고등학생 시절: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대학에 가려고 함.

입시상담을 해보니 미대는 가능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무작정 서울대를 찾아가서 “서울대에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냐”라고 물으니 “아무나 들어오는 게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홍익대도 찾아갔지만 대답은 마찬가지. 대신 홍대에서는 화실 한 곳을 소개 받았다. 화실에서 먹고 자면서 아르바이트와 입시 준비를 하며 세종대 회화과 동양화 전공 입학.


대학생 시절:

1학년 때 아이가 생겼다.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된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었다. 정부종합청사에 무작정 찾아가서 청소라도 시켜달라고 하니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사정사정해서 24시간 맞교대 경비도 하고, 명보극장에 가서 간판 그리고 잡지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주부생활)이라는 그때 알게된 편집장이 서울극장 기획실장으로 이직하면서 돈을 더 준다는 이유로 서울극장으로 같이 이직했다. 영화와 인연은 이렇게 시작.


서울극장: 

선전부장 겸 도안사를 맡았다. 지금으로 치면 마케팅 팀장 겸 디자인 팀장인 셈이다. 도안사는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영화 홍보를 위해 제작하는 포스터, 전단지, 신문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은 컴퓨터로 하지만 그때는 직접 손으로 했고, 영화 스틸 속의 등장인물을 칼로 오려서 자르고 붙이는 일이 도안사의 주된 업무. 이때 작업했던 작품이 천 편 정도. 20대 젊은 감각으로 쓴 카피와 디자인으로 인정 받음. 서울극장이 아닌 다른 극장에서도 일을 받을 정도여서 광고회사를 차리다 싶어서 광고대행사를 만듬.


씨네월드:

1992년에 차렸다. 영화 제작, 홍보, 수입, 배급사. 수입했던 건 <메멘토>, <헤드윅> 등. 여기서 제작했던 건 <달마야 놀자>, <간첩리철진>, <아나키스트>였다. <아나키스트>는 박찬욱 감독에게 맡기려고 하다가 일정이 늦어지면서 <공동경비구역JSA>를 선택. 여기서 40억원 빚졌다. 수입하고 배급하다가 다 빚졌다. <키드캅>이라는 어린이 영화로 첫 연출에 도전하지만 망한다.


작품특징:

-이준익의 영화를 보면 비주류, 아웃사이더들이 주인공이고 이들이 세상에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영화.

-청춘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다른 감독 중 1명이다.

하지만 이준익은 딱히 청춘을 많이 다루려고 한 건 아니라고 한다. “청춘을 다루겠다고 목표를 세운 적은 없다. 다만 한 인간이 어떤 순간에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것이 가치있게 다가와서 그 매력을 표현하려고 했고, 그게 때대로 청춘이 된 것이다.”

-시대극 전문가. <아나키스트>라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만들 당시만 해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거의 없었다.


현실적인 태도:

“제작, 배급, 수입업자 출신이기 때문에 사이즈에 대한 감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박열>은 26억원. 큰 규모의 제작비로 찍지 않는 이유는 망하기 싫어서. “성공도 해보고 망해도 보니가 망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상업영화vs작가주의

"그럼, 상업영화의 목숨이 그건데. 상업영화 감독과 작가의 차이가 뭐냐면 작가주의 감독은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걸 찍어. 그리고 상업영화 감독은 관객이 보고 싶은 걸 찍는다고. 난 내 생각이 별로 중하지 않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관객인데. 촬영감독은 최초의 관객이라고. 그런 그 사람의 생각이 관객일 가능성이 높잖아. 배우도 마찬가지지. 배우이면서 한명의 관객인 거야. 나는 다 물어봐서 찍어. 나도 한명의 관객이니까."


감독은 아무나 하는 거다

“내 지론이 그거야. 내 머리 30%, 남의 머리 70%로 영화 찍는다고. 그게 좋지 않냐? 나 혼자 똑똑해봤자 얼마나 똑똑하겠어.”


“<키드캅> 때부터. 남의 말만 잘 들으면 돼. 배우 말, 촬영기사 말. 난 잘 듣거덩. <키드캅> 때는 안 들었어. 내가 잘난 줄 알았지. 깨지고 나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인정했지. 그때부터 남의 말이 들리더라고.”


“진짜 그래. 난 운이 좋아. 실력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야. 운 좋은 놈이랑 실력 좋은 놈이 싸우면 누가 이겨. 그건 명약관화야. 운 좋은 놈이 무조건 이기게 돼 있어.”


연기 못하는 건 감독 잘못이다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는 것은 그 배우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신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야. 배우의 연기가 이상하게 안 붙는다면 배우의 연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신 설정을 바꿔버려. 신의 설정, 그야말로 신의 컨셉. 예를 들어 코미디로 설정했는데, 해보니까 앞뒤하고 느낌이 안 맞아. 직감적으로. 그럼 이걸 코미디가 아니라 진지한 신으로 가자. 바꿔보면 딱 맞는 거야. 어떤 건 반대로. 진지하게 시나리오를 썼는데 현장에서 진지하게 하니까 재미가 없어. 그럼 이걸 유니크하게 가보자. 바꿔버리는 거지. 그래서 난 시나리오 안에 배우를 맞춘다거나 카메라 안에 배우를 맞추지 않아. 배우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바꿔버려. 왜? 시나리오는 짧은 시간 안에 책상머리에서 공상하면서 쓴 거 아냐. 얼마나 부정확하겠어.


스태프들을 이끄는 방법

 "피그말리온 효과. 뭐든지 잘했어, 난. 무조건 다 잘했다고 그래. 그리고 다 뒤집어. 한입으로 두말하기잖아. 일단 잘했다고 하고, 이게 뭐냐, 이런 거 없어. 후져도 잘했다고 하면 나중에 진짜 잘해."


영화를 찍는 원동력은 빚이다

"빚이 굉장히 많은데, 인터뷰하면서 갚아야 된다, 이런 이야기 안 하면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건 빚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적은 테이크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찍었던 영화가 전부 그랬다. 몇 번 찍어도 첫번째 테이크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배우가 두 번째 연기부터는 이전 경험을 기억해서 연기를 하고 첫번째 연기에는 무의식의 엣지나 긴장감이 담기기 때문에.


미리 왕창 찍고 자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딱 쓸만큼만 찍어둔다. 그래서 디렉터스컷 같은 건 없다. 찍어서 붙이면 그게 다다. 디렉션이 별로 없어서 배우랑 충돌할 일도 없다.


<동주>에서 흑백을 선택한 이유?

"시는 하얀 백지에 쓰인 검은 글씨로 컬러를 상상하는 매체다. 이걸 컬로로 보여주게 되면 시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이 본의 아니게 한 가지로 규격화될 수 있다. 반면 <박열>은 실제 있었던 사실에 대한 실존 인물들의 입장이 더 중요했다. 박열의 논리 정연한 신념, 가네코 후미코의 인식 체계. 이게 흑백으로 표현되면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오히려 지나치게 미화될 수 있다."


캐스팅 원칙

"인기있는 배우는 아니지. 그런 배우는 별로 안 좋아해. 불편해. 저 인기 때문에 해줄 게 많잖아. 돈도 많이 줘야 하고. 요구사항도 들어줘야 하고. 귀찮잖아. 배우의 티켓 파워는 허상이야. 그게 유효하지 않다는 거야. 그거는 영화 100년사가 그랬어. 어제오늘 일이 아니야."

"원칙은 없어. 그냥 스케줄 맞는 배우랑 하는 거지…. 시나리오 줬는데 스케줄 안 되면 못하는 거지. 그 배우할 때까지 기다리냐, 그럼?"


망하는 거 두렵지는 않다

"망하는 건 별로 두려워한 적이 없어. 망하는 것은 현실이기 때문에. 망하는 거 무서워서 영화 못하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똑같지. 우리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워버려. 빈대 잡기로 했으면 잡아야 될 거 아니야. 구중궁궐이라도 태워야지. 빈대라는 목적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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