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드 <이어즈 앤 이어즈>를 보고
영국의 6부작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는 2020년 우리에게 여러 화두를 던진다. 그 중 두 가지를 꼽자면 이것이다.
1.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이 드라마의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이어즈 앤 이어즈>에는 2020년의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다. 난민 정책, 선동적인 극우파, 양극화와 실업, 기술 발전과 윤리, 핵실험, 미국와 중국의 대립. 드라마의 주인공 가족은 평범한 가족으로 설정되어있고, 경제, 정치, 외교 문제가 삶의 터전을 뒤흔드는 과정을 온 몸으로 겪는다. 결론은 이대로 살다간 2040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일은 과거에 부자들이나 하던 사치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2-1. 기술의 변화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베서니 라이언은 드라마에서 트랜스 휴먼이 되고 싶어하는 캐릭터다. 10대 학생에 발전된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비교적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딸 베서니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혹스러워한다. 예를 들어, 베서니는 트랜스 휴먼이 되고 싶어하는데, 의식은 클라우드에 데이터화하고 몸은 사라진 존재를 말한다. 말하자면 디지털화된 인간이다. 부모님은 이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나 더 있다. 베서니가 스마트폰을 인체에 결합하는 수술을 받는다. 인터넷이 보조장치가 되면서 컴퓨터만큼 빠르게 계산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스마트폰도 없이 손에서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도 이걸 보면서 당혹스러웠다.
2-2. 말이 나온 김에 그냥 내 생각을 몇 자 덧붙이자면,
마치 카카오톡으로 이별을 하는 연인을 보며 "어떻게 카카오톡으로 관계를 끊을 수 있냐"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비슷한 예가 맞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별에서 대면이냐 비대면이냐가 본질인가 형태인가를 따지면 애매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형태는 끊임없이 변한다. 중요한 건 본질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카카오톡으로 이별을 고하는 건 본질을 벗어난 것인가 아닌가. 만약에 예의를 갖춘 태도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믿는다면 톡이별은 본질에서 벗어난 게 맞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카카오톡으로 소통을 했던 아이들이 카카오톡이 만나서 말하는 것은 오프라인 대화와 별반 다를 바 없는(회피 수단이 아니라) 방식이라고 여긴다면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방식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