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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 리베 Sep 23. 2021

막막하기만 했던 2002년 그때를 떠올리며...

루게릭병 가이드북을 만들다.

내 동생이 어느 날 갑자기 루게릭병을 앓게 되지 않았다면 난 지금의 모습과 지금의 성품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텐데라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사람의 성격이나 성품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내 삶에서만큼은 제법 맞아떨어지는 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즉, 서 있는 자리나 환경이 사람의 성격과 성품을 참 많이 변하게 한다는 것을 난 나의 경험으로 실감한다. 몇 해전에 가이드포스트라는 월간지에 실렸던 나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즈음 나 자신이 환경을 통해 많이 변해가던 때였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그다지 모난 성격은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의 가슴 아픈 사연에 공감도 동정도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루게릭병 환우 가족으로서 살아온 지난 20년의 시간은 나의 생각의 방향을 참 많이 변하게 했고, 경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미루어 작해볼 뿐 결코 알 수도 없고,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루게릭병 환우와 가족의 삶에 대해 남들보다는 더 많이 알 수 있는 환경이라 해도 그 상황상황이 너무나 다를 수 있기에  무작정 동정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닌 언제나 공감의 마음 그리도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한다는 것도 말이다.


승일희망재단에서는 만약 내가 지금 그 상황이라면 어떠할까 라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병원으로부터 루게릭병 의심 또는 확진받은 환우와 가족을 입장과 심정으로 '루게릭병 가이드북'을 만들려고 한다. 루게릭병 의심 단계부터 확진까지의 과정 그리고 확진 후 '무엇을 알아보아야 할지'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움에 막막했던 지난날의 나와 내 가족을 떠올리며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 분들에게 안내자가 되어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이다.

 

아직까지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방법도 없는 루게릭병이지만 현대의학의 급속한 발전과 의학계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기대하며, 다른 많은 질병들도 완치보다는 치료 과정에서 겪는 통증과 어려움을 줄이는데 의사와 가족이 협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루게릭병도 같은 마음으로 절망과 포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승일희망재단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루게릭병의 초기 증상에 대한 글을 올렸었다. 국내에 루게릭병 환우가 3,900명 정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글의 조회수는 10만 명 가까이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루게릭병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는 반증과 더불어 루게릭병  환우와 가족의 입장에서 발병 후 정책이나 간병에 대해서 ‘해야 할 일과 알아야 할 일’을 알려서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동생이 루게릭병에 걸렸던 2002년 4월의 그 막막했던 때를 떠올리며 가장 이해하기 쉽도록 단계 단계에 따라서 정리해가고 있다. 과거를 되짚어보는 일이 나에겐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루게릭병 환우 가족으로서의 삶은 바라만 봐더 참 슬프기 짝이 없고 간간히 참 고통스럽기도하다. 하지만 내가 지나온 날들의 경험이 현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면 또 내가 있는 승일희망재단의 자리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면 열번이라도 되짚어봐야하는거구!

참고로 전문 의료인이 다루어야 하는 의학적인 내용 예를 들어, 의료적인 치료와 방법,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실험이나 치료제의 사용 여부 또는 효과 등 전문 의료 영역의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임상실험에 대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음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같은 질병에 놓인 환우와 가족의 말 한마디가 전문 의료인의 말보다 더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그 분야는 의료인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부인하는 과정을 누구나 겪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며 세상을 원망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치료제가 나오는 그날까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루게릭병 환우를 잘 보살피고 또 가족들 또한 잘 견딜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 마음으로 준비 중인 루게릭병 가이드북이 환우와 가족의 답답하고 막막하고 힘겨운 부분을 조금이라도 긁어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루게릭병 가이드북 살펴보기

http://www.sihope.or.kr/bbs/?act=bbs&subAct=list&bid=qna&page=1&order_type=desc&categor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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