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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Mar 25. 2019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그 얘기를 들으니 별로더라고요

유라인으로 불리어지다 3

내 선배들은 어떻게 리더십을 배웠고 조직을 이끌었던가. 

한참을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도.

정말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거쳐간 회사들도 여럿이고 내가 있으면서도 내 위에 있던 사람들도 많았을 터인데 난 왜 기억나는 리더십 쩌는 선배가 생각나지 않는 거지? 아 죄다 그지 같은 선배들만 있었던 것인가(아 죄송;;) 정말 100명도 넘는 윗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누구 하나 생각나지 않았다. 정말. 


난 그 사람들을 이해도 인정도 안 했던 것이다. 그냥 나한테 일 시키는 사람. 월급 주는 사람. 답답한 사람으로 치부했다. 내 기준에 좋은 사람들만 따르고 인정하고 내가 무시하고 욕했던 그 외 다른 사람들 중 분명 리더십이 있고 합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을 테지만 너무나 좁고 이상한 나만의 기준에 그 사람은 애초에 아웃이 된 것이다. 주변에서 좀 부러워해주니 내가 세상 잘난 줄 알았다. 내가 세운 기준에 나를 맞추고 그것만 하는 줄 모르고. 아..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옛말 정말 틀린 게 하나도 없구나. 딱 그 수준의 그릇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래. 인정하자. 그래도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성장할 테니. 괜찮아 오늘부터 잘하면 돼. 어딘가 벤치마킹할 리더가 있을 거야. 라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 탓이었을까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깨달음을 주는 정도랄까. 


한 번은 잘해주고 싶던 직원이 있었다. 얌전한 성격의 그녀는 앞서 여러 프로젝트의 무책임한 상사 때문에 상처를 받을 만큼 받은 상태에서 내가 리딩 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녀는 퇴사를 하며 나에게 비수를 꽂았다. 나는 우리 애들만 챙겨서 싫다 라는 것이다. 허허허... 내가 뭘 그렇게 우리 애들만 챙겼을까.. 정말 나 그 애들 안 챙기는데(유라인이란 소리 듣기 싫어서 조직을 아예 분리했을 때다). 아니 애초에 챙기는 게 뭔데..

너무 충격이라 펑펑 울었다. 난 충분히 배려했고 노력했는데 그 대가가 너무나 쓰라렸다. 회사를 관두고 싶었다. 조그마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다 대표를 넘긴 이유도 이렇게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이해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고 내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고 여기며 대표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넘기고 나왔는데 또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회사를 관두고 싶다 하니 그 대표는 나를 위로했다. 그 대표 왈 자기도 조직 생활할 때 여러 트러블이 있었는데 본인이 대표도 하고 회사가 커지니 다 연락하더라 본인만 잘하면 된다. 성공하자.... 젠장. 이게 위로냐.(그 앞에서도 얘기했다. 대표님. 위로가 하나도 안 되는데요..라고)


시간이 좀 지나고 회사가 한창 분해되고 있을 때였다.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허술했던 서비스와 불안정했던 경영(그때 부사장이 4명이나 더 있었음)은 역대 가장 큰 금액을 투자받은 회사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나도 내 밑에 직원들의 퇴사 시점을 정하고 다 보내면 나도 나가야지 하며 스케줄을 짜고 있을 때 '식'이 예전 회사 사람들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유라인의 탄생 5 참조) 브랜딩팀이기 전 식도 유라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을 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만난 얘기를 들었는데 식이 흘리듯 말했다.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들으니까 별로더라고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식은 모를 것이다. 저 한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보상이 되었는지. 내가 신경 쓰고 잘해주고 싶은 사람들도, 내가 신경 쓰지 못하고 잘 못해주는 사람들도 다 어려운 그때, 그 한마디는 정말 꿀 같은 보상이었다. 


선배들에게도 찾을 수 없었던 나만의 리더십을 찾은 것 같았다. 어떤 선배는 아랫사람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알려주었고 어떤 선배는 회사에서 만난 인연은 회사 밖에서 이어가지 말라고 했다. 또 어떤 선배는 다들 나 같다며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난다며 내가 유난하다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이것도 저것도 다 못하는데? 그렇게 어떻게 할지 모르던 나는, 나만의 관계를 만들기로 했다. 벤치마킹도 못하는 진짜 새로운 신규 프로젝트. 나만의 평생 프로젝트.


그래. 어차피 생긴 유라인. 잘 지내보자 유라인.

젤 시끄러운 단톡방

 


지난주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매일 있었어요 월, 화, 수, 목,.. 주말에도

한주 스킵해서 미안합니다;; 

의외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허허허 누가 볼까 했는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유라인의 활약.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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