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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May 28. 2019

큐레이션 프로젝트

같이 일하다 1

선행 본부로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했지만 그들이 모인 계기가 된 건 큐레이션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쇼핑몰 제안 아이데이션 중 아주 간단한 메시지로부터 시작되었다. 

Emotional touch. (감정 접촉 ㅋㅋㅋㅋㅋㅋㅋ... ) 

사용자 UX에 감정케어를 녹여 힘든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시간을 주자는 취지에서 개월 수에 따라 사야 할 상품과 알아야 할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문제는..

그 케어를 정작 우리는 너무 받지 못했다!! 만드는 사람 그 누구도 육아를 해본 적이 없고 정보도 없어, 콘텐츠 구성을 위해 서점에서 육아라고 쓰여있기만 하면 무조건 사서 정보를 수집했다. 또 큐레이션이 접목된 서비스는 많았으나 그게 메인인 서비스는 처음이라 글로벌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한 준비단계가 너무나 길었다. 지금 생각하면 쉬운 길을 돌아~돌아간 것 같은 기억이지만 그땐 그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 설계 화면 하나하나를 영상으로(사용자 플로우를 키노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하나하나.. ) 설명하고 설득하고 정책을 정하며 거의 반년을 고생했다. 


정보를 만드는 정보파트, 주문 파트, 회원 파트, 상품 파트 등 각자 맡은 파트를 진행하며 공통에서 전체를 리딩 하는 구조로 진행되었는데 사실 다들 쇼핑몰의 준 전문가들이라 진행은 무리가 없었으나 그냥 구축이 아닌 UX 컨설팅이란 단어가 붙으니 구매하기 버튼도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글씨 하나도 목적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꼬박 2달을 클라이언트와 매일 회의하며 정책을 정하고 구축을 진행했는데 영리한 클라이언트는 정책을 담당했던 기획자들이 구축도 진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다는 바람에 거의 10명에 가까운 기획자들이 한 파트씩 맡아서 진행해 회사 입장에선 엄청난 적자 프로젝트가 되었다. 


10명이 넘는 기획자들과 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건 사실 큰 대기업에서도 드문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당시 초보 리더인 나로서도 벅찼으나 같이 진행하는 친구들의 열정 속에 하루하루 보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주야장천 외쳤던 건 파트별 리더십. 난 잘게 쪼개진 파트들의 진행사항과 메인 큐레이션 부분만 관여하고 다른 주문 파트나 상품 파트는 구축을 잘했던 기획자들에게 맡겼다. 사실 그 기획자들은 연차가 3,4년 정도밖에 안된 친구들이었으나 본인 파트에 대한 권한을 주니 정말 꼼꼼히 열심히 해주었다. 


각자 잘하는 거 잘하고, 서로 잘 공유하자.


하지만 이 방법은 속도가 정말 안 났다. 원탑 리더가 '시키는 대로 해!'가 아니었기 때문에 매번 회의시간은 2시간을 넘기기 일쑤였고, 열댓 명의 기획자가 각자 본인 파트의 정책에 다른 파트를 맞춰야 한다며 의견을 내는 바람에 회의시간이 끝나고 리마인드 회의(보통은 흡연시간)에서도 길어졌다. 난 유이하게 기획자 무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아주. 회의 때마다 죽을 맛이었다.. 하... 산소가 부족해..  

그리고 '정책이 부딪치니 어떻게 풀어야 하지?'의 높은 수준의 대화가 아닌 '아 왜 그 넘은 그걸 몰라!! 묶음상품!! 이게 당연한 거 아냐??' 식의 하소연이 많았던 시간이 길었다. 잘 모르는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고 다른 파트의 리더들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획자들이 지쳐갈 때 내가 나섰다. 난 기획의 퀄리티나 정교함은 볼 줄 몰랐기 때문에 내가 줄 수 있는 피드백은 단 하나.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하는 목적. '목적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함' 이란 말은 쉽지만 실무에 반영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설득했다. 뭐 직급의 힘이기도 했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착하기도 했고. 또 워낙 잘 먹이고 마셔가며 일을 시켰기 때문에 내 말은 잘 들어주어 하루의 분풀이는 다음날을 넘기지 않고 잘 끝났던 거 같다. (뭐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미화되기 나름이니.. )

  

이렇게 선행 본부로 첫 프로젝트를 끝내니 나도. 친구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세상의 패턴에 맞게 설계하고 구축을 해본 경험은. 그 어떤 프로젝트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잘 먹인 보람


2주 휴재를 얘기 했는데 2달을 쉬어 버렸네요. 허허허 

너무 많은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리더십에 대해 글을 쓰는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몸은 B형 독감에 걸려서 죽을만큼 아팠고 

마음은 친구의 모친상에 미친듯이 아팠습니다. 


또 유라인과 함께 일하고 웃고 있으니 힘을 또 내보려구요. 

매거진의 이전글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그 얘기를 들으니 별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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