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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19. 웬만하면 거긴 주차하지 맙시다.

손님: 중년 여자 손님 1명


이번 손님은 아주머니 한 분이었다. 아주머니는 여느 손님과는 다르게 인력거에서 내리는 법이 없었다. 대게 손님들은 인력거로 들어가기 힘든 곳에선 도보 투어를 하며 숨은 경치를 구경했다. 하지만 이 손님은 그저 인력거 위에서 편하게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유독 주차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었다. 처음 투어 시작도 도서관 주차장 옆, 투어가 끝나는 곳도 주차장 옆이었다. 
"오늘 점심은 뭐 드실 거예요?"
라고 내가 묻자,
"저는 맛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주차가 편리한지, 주차장이 잘 되어있는지죠."
라고 여자분이 대답했다. 아주머니의 주차장 사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주차장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며, 현대 기술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차공간 때문에 언짢았던 경험을 늘어놓기도 하셨는데, 그 때문에 목에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세상엔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왜요?"
"장애인 주차공간에 차를 대는 사람들이 가끔 있거든요. 심지어 다른 주차공간이 비어 있는데도 그러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주머니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진 알아요. 대형마트 입구랑 가장 가까운 공간이 장애인 주차구역이기도 하고, 일반 주차장에서도 출구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장애인 주차구역이거든요. 사람들이 편하게 움직이고 싶으니까 일부러 거기에 대는 거예요."
나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움직이기 편한 곳에 장애인 주차구역이 있었다는걸. 생각해보니 장애인 주차구역이 도보 이동하기 제일 편한 곳에 있는 것 같긴 했다.


집 앞에서 찍은 장애인 주차공간. 장애인들이 이동하기 쉽게 출구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런 비양심적인 사람들 때문에,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어야 되잖아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아주머니 푸념은 끝날 줄을 몰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아주머니 옆엔 지팡이가 함께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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