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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23. 서비스는 손님하기 나름이다


외국인 남녀를 인력거에 태웠다. 남자는 크루즈의 선장, 여자는 다른 크루즈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뱃사람들을 태워서 그런지 인력거도 물 흐르듯 부드럽게 굴러갔다. 대화도 물 흐르듯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크루즈 선장은 인력거 투어가 끝나고 담당 가이드에게 내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록키(내 이름)는 엄청난 가이드였어.", "난 저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가이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록키는 인력거를 타는 내내 겸손하고 완벽했어."라며 끝없이 칭찬했다. 
그 얘길 들으며 난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최고의 손님이었어요.'
손님들과 합이 잘 맞은 것도 있긴 하지만, 선장은 타는 내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록키. 인력거 말고 다른 일하는 것 있어?"
"글 쓰고 있어."
"그거 좋은데? 어떤 글을 써?"
"모든 것. 심지어 지금 우리가 대화하는 것까지."
"대단해."
내가 하는 일을 칭찬하고 계속 질문을 했다. 인력거로 멋있는 장소에 데려가고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선장은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덕분에 나도 일할 맛이 났다.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숨겨진 좋은 장소를, 다른 손님들보다 더 많이 보여줬다. 그래서 이번 투어는 내가 잘한 게 아니라, 크루즈 선장이 잘한 덕이었다.


이메일까지 주고받았다! 나더러 훌륭한 한국대사라고 해줬다.


서비스에는 한계가 없다. 다시 말해서 서비스는 형태가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잘할 수도 있고, 적당히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손님이 받는 서비스는 손님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인력거를 몰다 보면 손님의 태도는 다양하다. 나에게 잘하는 손님이 있으면 더 좋은 곳을 보여주고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해준다. 나에게 못하는 손님이 있으면 적당히 하고 적당히 보여준다. 무례한 손님에겐 아예 창렬 같은 투어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서비스를 받을 때, 직원분들께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려 한다. 커피숍에 가서 직원들에게 예의를 갖춰 주문을 한다. 음식점에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려 한다. 혹시나 내가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받았을 때도 따지듯이 말하지 않고 예의 있게 얘기한다.
'뭐 그렇게까지 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순간, 나는 은연중에 많은 걸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커피숍에서 내가 했던 예의 있는 행동 때문에 직원이 내 커피를 더 신경 써서 내려줄 수 있다. 음식 반찬을 조금 더 많이 주거나 신선한 걸 내올 수도 있다. 그런 게 없다면 직원이 조금은 더 따뜻하게 날 대해줄지도 모른다. 서비스에는 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난 내 행동으로 많은 걸 받고 산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력거를 끌며 그렇게 배웠다.

크루즈사 직원(좌), 나(가운데), 크루즈 선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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