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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22. 엿 먹어라


오늘 인력거에 탄 손님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투어를 방해하는 귀여운 불청객이 한 명 껴있었다. 그 불청객은 세 살 밖에 되지 않은 손주. 
세 살짜리 아이는 인력거에 내려 도보투어를 할 때마다 돌출행동을 했다. 길을 걷다가 길거리에 떨어진 열매에 꽂혀 가만히 서있는다든지, 장난감 가게가 보이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마법의 주문을 알고 있었다. 그 말만 하면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던 아이도 갑자기 발걸음을 움직였다. 


까까 사줄게. 빨리 가자!


아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까까 얘기만 하면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덕분에 투어는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됐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잘 다루는 만큼 아이를 좋아했다. 투어 내내 아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되는데 할아버지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내 아이도 궁금해했다. 

"결혼했어?", 

"빨리 결혼해. 손주랑 며느리 보는 즐거움만큼 좋은 게 없어."

속으론, '할아버지, 저 지금 여자친구도 없어요.'라는 말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애써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도 "빨리 장가 가."였다. 세 사람이 떠난 다음에, 아이한테 사줬던 까까가 내 손에 조금 들려있었다. 바로 길거리에서 파는 호박엿이었다. 할아버지가 호박엿 판매대 앞에서 하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엿 좀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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