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록키 Sep 07. 2018

021. 죽을 죄를 지은 어머니


엄마는 아들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은 카페 소파 위에서 엄마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몸까지 옆으로 돌리고 엄마를 외면했다.
"엄마가 어떻게 하면 화를 풀래?"
엄마는 아들의 화를 풀어주려 했지만, 아들은 대답이 없었다. 이 상태가 꽤나 길어질 것 같았다. 
둘은 내가 인력거에 태웠던 손님이었다. 내 귀가 좀 밝은 편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둘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진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전혀' 이해 못 하겠다. 내가 보고 들은 걸 들려드릴 테니, 여러분이 판단해보시길.
엄마와 아들은 다른 아이들 6명과 함께 인력거를 이용했다. 아이 7명(아들 포함)은 모두 친구였고, 엄마는 보호자였다. 6명의 아이들은 친한 친구끼리 2명씩 인력거에 올라탔고, 엄마와 아들이 한 가족이라, 한 인력거(내 인력거)에 탔다. 초등학생 아들은 처음부터 이 자리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 다른 데 타! 나 친구랑 타고 싶단 말이야!"
엄마를 손으로 밀면서 다른 데로 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그저 웃었다.
투어가 시작하면서 초등학생 아들은 발을 바닥에 내려 질질 끌었다. 달리는 인력거에서 발을 바닥에 끄는 건 위험한 행위였다.
"그러면 위험해요. 발 내리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엄마도 아들에게 발조심하라며 조용히 말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포즈를 취하고 엄마는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식상한 포즈에 질렸는지 점프샷을 찍자고 말했다. 내가 투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엄마에게 슬슬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얘들아, 빨리 가야 되니까 딱 한 장만 찍을거야."
라고 말했다. 그런데 셔터를 누를 때, 아들 혼자 장난치다가 점프를 못하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들은 가는 내내 한 번만 더 찍자며 화를 냈다. 모든 게 엄마의 잘못인 마냥 씩씩거렸다. 하지만 일정상 시간이 촉박해 다시 찍을 수 없었다.

점프샷의 정석.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사진을 망치기 쉽다. -출처: 위키피디아 Jump Shot with Greg


투어 종착지인, 인력거 카페로 돌아가는 길에 아들은 다시 발을 땅바닥에 댔다. 신발이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을 인력거 밖으로 내밀면 위험해요."
내가 다시 말했다. 
"아저씨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 말라는데 대체 왜 하는 거야!"
엄마가 화를 냈다. 그러자 아들이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투어가 끝날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마치 죽을 죄를 지은 사람처럼. 사실 나는 이 상황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가 화를 낸 이유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아들이 시종일관 엄마에게 화를 냈던 것, 그리고 발을 내밀어 계속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던 것. 화내야 할 명분은 확실했다.
하지만 아들이 삐졌던 이유는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가 아들을 달래고 있는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왜 잘못한 사람을 달래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후에 인력거 정비를 마치고 카페로 다시 돌아왔을 때,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들 양손엔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비싼 튀김 과자가 들려있었다. 아들은 꽤나 즐거워 보였다. 
사랑의 매 대신 군것질거리가 들려있는 상황. 나는 그날만 생각하면 혼란스럽다. 아마 내가 애가 없어서 이해를 잘 못하나 보다. 
글쎄... 그래도 잘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020. 노쇼(NO-SHOW) 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