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준비
11월이 되면 나뭇잎들이 자유를 얻는다. 자유는 그냥 오지 않는다. 11월의 나뭇잎 속에는 한편의 시가 쓰여 있고 고요한 음악이 담겨 있다. 빨갛고 노랗게 타오른 나뭇잎은 그림같이 깊은 맛을 주고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꽃은 몽우리가 터지는 순간 태어나기에 사실적이다. 그림보다는 사진 같은 느낌이 든다.
나뭇잎에 담겨 있는 색은 오랜 견딤과 기다림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 뜨거운 햇볕에 달궈지고 차가운 소낙비에 식히기를 반복하면서 그림을 그리듯이 천천히 고운 색으로 채색되어 간다. 그리고 마침내 힘을 빼버림으로 자유를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난다.
기다림과 인내는 우리의 삶을 원숙하게 만들어 준다. 보잘 것 없는 뽕나무 잎이 아름다운 비단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다림이 필요하다. 작은 새순이 자라 누에의 양식이 되고 누에는 아주 서서히 자라 하얗고 작은 고치를 만든다. 이것들은 다시 직조공들의 수고로움을 거쳐 씨실과 날실이 되어 고운 비단이 된다.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을 얻는 데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기다리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박물학자 뷔퐁은 박물학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분이다. 그렇지만 원래부터 재능이 뛰어난 분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두뇌도 그리 명석하지 못했고 게으른 성품을 지니고 있어서 어떤 일을 맡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느 날 뷔퐁이 자신의 삶을 심각하게 돌아보았습니다. 유복한 가정에 태어났기 때문에 굳이 일할 필요도 없었기에 무슨 일이든 대충 대충하며 살았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대로 가다간 남자로 태어나 뜻 있는 일 한번 못해 보고 사치와 타락에 물든 채 인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닐까?”
그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습관을 고치기로 작정했다. 첫 번째 시도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한정적으로 주어진 귀중한 보물임을 깨달은 그는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아껴 쓰기로 작정하고 하인 조셉을 불러 이렇게 제안했다.
“조셉, 매일 아침 나를 여섯시에 깨워주면 상으로 은화 한 닢을 주겠다.”
조셉은 너무 기뻐하면서 약속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늦잠 자는 버릇에 길들여 져 있었기 때문에 하인이 깨울 때마다 짜증을 부렸다. 그러나 조셉은 은화 한 닢을 얻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매일 아침 여섯시가 되면 어김없이 주인을 깨웠다. 주인이 화를 내거나 말거나 끈질기게 침대 머리맡에 서서 귀찮게 굴었던 것이다. 그 결과 뷔퐁은 늦잠 자는 나쁜 습관을 떨쳐내고 학문에 전념할 수 있었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찾아온다. 준비하는 것은 씨앗을 심는 것과 같다. 씨앗 속에는 무한한 미래가 담겨 있다. 그래서 흙을 파고 씨앗을 심고 기다리면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힌다. 열매는 기다림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기다리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