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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Jul 28. 2024

경주 유니크 베뉴의 힘

경주는 어떻게 APEC을 유치했나

7월 한 달 동안 퍼붓는 빗줄기와 내리쬐는 뙤약볕을 번갈아 맞아가며 전국의 코리아 유니크 베뉴 15개를 유람하고 다녔다. 한국관광공사의 의뢰로 진행한 코리아 유니크 베뉴의 해외 마케팅 경쟁력 강화 컨설팅 프로젝트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들의 유니크 베뉴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다. 


각 베뉴마다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활발하게 공간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경주 엑스포 대공원이다. 경주 엑스포 대공원은 보문단지 내에 위치하고 축구장 80개 크기에 이르는 약 17만 평 규모의 공원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신라 역사 문화 콘텐츠를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경주 엑스포 대공원의 유니크 베뉴 경쟁력은 그 자체의 광활한 공간과 천년의 신라 역사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니크 베뉴로서 지역 내에서의 활발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다른 지역의 베뉴와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였다. 


경주는 어떻게 APEC을 유치했나


지난 6월 2025 APEC 개최도시로 경주가 확정됐다. 이 개최도시 결정의 원인을 분석하는 다양한 기사가 쏟아졌다. 물론 여기에는 신라 천년 고도의 전통문화유산 도시라는 차별성과 공항 인접성, 숙박시설, 그리고 성공적 국제행사 개최 경험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실상 이러한 경쟁력은 다른 도시들도 충분히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고, 오히려 경주는 타 두 도시에 비해 도시 규모나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경주 엑스포 대공원의 실무자를 약 한 시간 반동안 인터뷰하며 느낀 것은 경주가 APEC 개최 도시로서 가진 또 하나의 차별적 경쟁력이 바로 경주 유니크 베뉴의 끈끈한 연대 의식이었다는 점이다. 


국내에 도시별로 많은 유니크 베뉴들이 있지만 유니크 베뉴가 직접 활발하게 국제회의나 기업행사 등을 유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은 유니크 베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가 마이스 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공간들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지자체가 유니크 베뉴로 지정하여 홍보해 준다고 마이스 행사가 오는 곳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물관, 미술관, 야외 정원, 공연장 등은 비전형적인 마이스 시설로써, 기존 컨벤션센터나 호텔이 제공하지 못하는 독특한 경험을 주는 공간들이기 때문에 '유니크'한 베뉴로서 활용하는 곳들이다. 


따라서 유니크 베뉴가 도시의 마이스 경쟁력을 키우는데 일조하는 방법은 바로 그 독특한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도시의 마이스 행사 유치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베뉴가 지역 전체의 유니크 베뉴의 장점들을 활용한 마이스 마케팅을 펼칠 때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이 유니크베뉴와 연계한 마이스 도시 마케팅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사하는 곳이 바로 경주다. 경주는 APEC유치 제안을 할 때부터 지역의 유니크 베뉴들과 함께 제안서 작업을 하였다. 즉 각 유니크베뉴가 가진 장점들을 활용한 경험 프로그램들을 제안서에 담음으로써 다른 도시가 제공할 수 없는 '잊지 못할 경험'을 제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내용을 경주 엑스포 대공원 실무 담당자에게 들은 직후 어떻게 이런 끈끈한 협력이 가능한가에 대해 반문한 결과, 경주의 베뉴들_화백컨벤션센터, 경주 엑스포 대공원, 월정교, 경주국립박물관, 경주 동궁원 등_은 수시로, 아무 안건이 없어도 자주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한다고 고백하였다. 즉 평상시의 이런 유대가 APEC과 같은 국제행사를 유치할 때 정보가 공유되고, 컨벤션센터와 유니크 베뉴가 행사 장소를 참가자의 취향과 성격에 맞게 전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참가자들의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경주 컨벤션센터와 유니크 베뉴의 행사 유치 협력 (Source: VM Consulting)

이렇게 경주는 컨벤션센터와 지역의 유니크 베뉴가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마이스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특히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의 공간을 방문하는 방문자들이 점점 더 그 도시만의 독특한 방문 이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코리아유니크베뉴인 용인 한국 민속촌의 정경무 세일즈 마케팅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이후 민속촌을 찾는 해외 여행사들의 요구가 입장권 가격에서 체험 요소로 중요성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즉 민속촌에서 방문객들이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단순히 입장권이나 식사 요금 등의 가격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민속촌만의 체험 콘텐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 정경무 세일즈마케팅팀 팀장/한국민속촌


유니크 베뉴의 연대와 협업으로 이룬 APEC 유치 


이처럼 경주가 APEC 유치에 성공한 비결은 지역 컨벤션센터와 CVB, 유니크 베뉴들의 끈끈한 연대와 협업에 있었다. 이들은 서로 자주 소통하고 협력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이스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코로나 이후 더욱 중요해진 체험 요소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은 경주를 비롯한 여러 도시의 유니크 베뉴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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