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시나리오
어느 영화에서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이를 미리 예측해서 범죄를 미연에 예방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는 건 이미 옛말이 되었다. 2050년 현재는 빅데이터를 넘어서 사회적 미세 데이터를 거의 100%로 활용하는 시기가 도래하여 수많은 정보가 미리 예견되고 범죄 발생률이 거의 0.1%에 다다를 정도로 정확도를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와 지식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2050년 정부에서는 선별적인 정보만을 기사화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고 대부분의 정보는 다수에게 미치지 못한 채 극비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인류에게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는 인류의 종말이 언제이고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였다. 다양한 사회적 데이터로 인해 범죄율은 미미했지만 사람들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최소한의 자녀를 디자인하였고 정부는 이들 자녀들을 백 프로 양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정부가 두 남녀를 사랑에 빠지게 할 수는 없었고 결혼과 출산은 아직까지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태어난 아기들은 커뮤니티의 관심 속에서 아주 귀하게 자라났다. 이러한 소수의 아이들을 정부는 태어나면서부터 프로파일링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연구의 일환이자 각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어린이집 교사들부터 유치원 교사들,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프로파일링에 적극 참여해야 했고 국가의 존부와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기에 사명감을 가지며 데이터로 남겼다. 정부에서는 이 데이터를 수년간 쌓아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는 어느덧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인간 개개인의 운명이 대략적으로 예측 가능해지는 시점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권유하거나 유도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 중 극소수의 아이들은 도무지 당시 기술로는 예측이 불가하였고 정부에서는 이 아이들을 따로 분류하여 관리하였다. 이 이야기는 그 극소수의 아이들 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
동수는 아침에 눈을 떴다.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기에서 진동과 알람이 울렸다. 머리에서 기기를 벗어던지고 침대에서 내려와 씻고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며 어젯밤에 일어난 뉴스를 모아 봤다. ‘오늘은 뭐 하지…?’ 안경을 쓰고 옷을 챙겨 입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섰다. 다른 친구들은 자신의 적성과 가장 부합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데 동수는 아직도 자신의 적성을 찾지 못했다. 거듭되는 적성검사에도 지쳤고 다양한 취미를 가지며 각각으로 자신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해 봤지만 전부 동수의 최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학업도 평균 이상, 예체능도 평균 이상, 인간관계 지수도 평균 이상. 상대적으로 더 높은 점수가 나올 법도 한데 30살 평생 아직도 찾지 못했다. 무슨 일이든지 뽑아주는 회사에서 일해보려고 했지만 회사도 한 분야에서 최대치를 발휘하는 인재들을 뽑고 나서 동수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거의 모든 회사들은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대부분 자동화되었기 때문에 인공지능 운영과 데이터 처리 및 분석에 적합한 소수의 인재들을 데려갔다. 인공지능을 도입한 회사들이 거액의 인공지능 세금을 정부에 납부하면 정부는 그 세금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실현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나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만을 쫓을 수 있는 그런 나라. 예전에는 그런 나라를 유토피아라고 불렀겠지. 동수도 물론 일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진정한 행복을 불러오지 못했다. 늘 마르지 않는 결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내가 진정 갈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동수는 항상 생각했지만 해답은 쉬이 얻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