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여전히 상처투성이인걸 잊지 않기를
요즘 들어 해가 지고 하늘이 새까매지는 시간이 오면
마음이 체한 것처럼 꽉 막혀 답답하다.
긴 수험생활을 끝내고 갈급하던 자유를 손에 쥐었지만, 나는 그 자유를 있는 힘껏 무기력해하는 데 사용한다. 눈이 떠져도 몸을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는다.
수험생활이 앗아간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어막 마저 닳고 해져 친구들이 뱉는 별 의미 없는 말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에너지를 끌어올려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잠드는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때때로 무기력했고, 가끔 부지런했다.
이전 생활을 잊고 지내다 보니 우울해하고 무기력한 내 모습이 새삼스럽다.
‘아, 나 원래 조금 아팠지.’ 하며 다시금 깨닫는다.
나는 여전히 아픈 환자인걸 오랜만에 새로이 아로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