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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l 25. 2017

초저가 패키지여행의 진실

항공권 값도 안 되는 초저가 해외여행은 어떻게 가능한가


태국에서 가이드를 하는 전중길 씨가 저가 패키지여행의 실태를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저가 패키지여행의 문제점에 대해 그동안 보도가 꽤 되었는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었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국의 경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이용하는 방콕/파타야 3박 5일 패키지가 39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방콕 왕복 아시아나 항공권 가격은 지금 검색해본 가격이 525,200원이니, 399,000원은 왕복 비행기표 값에도 모자라는 액수이다. 비행기 값도 안 되는 가격에 5일간 먹여주고 재워주고 관광시켜준다. 그러니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단, 싸다.


도대체 이 가격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여행사에서는 항공권을 대량으로 미리 확보하기 때문에 개인이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구매한다. 항공사의 경우에도 비행기가 언제나 만석이 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일정 분량의 좌석을 저렴한 가격에 여행사에 판매하여 만약의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항공사와 여행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여행사에서는 그렇게 확보한 저렴한 항공권으로 관광객을 모집한다. 그리고 모집한 관광객을 비행기에 태워 보낸다. 딱 여기까지가 여행사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그러니까 관광객을 모집해서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 비용이 여행사에서 부담하는 비용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현지에서의 숙박비와 식비 그리고 기타 여행 경비는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가? 관광객이 현지에 도착한 이후에는 랜드사라고 불리는 현지 여행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이들 랜드사는 한국의 여행사로부터 경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극히 적은 액수를 받는다. 사정이 이러니,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옵션이라 불리는 선택관광과 쇼핑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그 비용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을 최종적으로 뽑아내는 것은 랜드사에 고용된 가이드의 몫이다.


그래서 패키지 관광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옵션 강요와 쇼핑 뺑뺑이가 발생한다. 현지 랜드사와 가이드 입장에서는 옵션과 쇼핑에서 숙박비와 식비 등 경비를 뽑고 이익을 만들어 내야 하니 당연히 무리한 옵션과 쇼핑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적자를 본다. 그러니 구조적으로 저가 패키지는 현지에서의 바가지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만약에 패키지 관광객들이 아무도 옵션을 하지 않고 쇼핑도 하지 않는다면 현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랜드사와 가이드가 떠안아야 한다. 그러니 가이드가 여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아 현지 공항에서 황당한 일을 당한 경우가 뉴스에 나오기도 했는데, 무작정 무책임한 가이드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을 보고는, 도저히 비용을 뽑을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에 도망한 것이다. 가이드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매우 오래된 문제이고 언론에서 지적도 많이 되었는데, 여전히 저가 패키지는 건재하고 그 부작용도 건재하다. 물론 요즘에는 패키지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실태를 어느 정도 알고 옵션과 쇼핑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저가를 피하고 적당한 가격대의 여행상품을 선택하는 합리적인 여행객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저가 패키지를 떠나고, 현지에서 바가지를 쓰고 기분 상해서 돌아온다.


상식적으로 계산해 보자.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399,000원짜리 상품에는 왕복 국적기 항공권과 태국 현지 특급 호텔 3박과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저렴하게 잡아 방콕/파타야 3일 일정으로 1인당 호텔 10만 원, 식사 및 기타 비용 10만 원을 잡으면 20만 원이다. 여기에 왕복 항공권 50만 원을 더하면 저 일정은 70만 원 정도의 일정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싸게 구매하고, 현지 비용도 단체이니 싸게 한다고 해도 40만 원에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옵션과 쇼핑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위 상품의 경우 옵션투어 가격은 총 270달러, 대략 30만 원가량이다. 결국 옵션 포함하면 70만 원짜리 패키지인 셈이다.


저가 패키지의 실태를 정확하게 알리고, 소비자가 이런 상품을 외면하여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법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여러 차례 다루어졌음에도 여전히 문제가 지속되는 것을 보면 자정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형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 그리고 가이드가 얽혀 있는 이 문제는 전형적인 갑질이 횡행하고 공정거래에도 위반되는 일이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한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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