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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Apr 05. 2021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심규선(Lucia) with 에피톤 프로젝트

https://www.youtube.com/watch?v=jZgauc4gEuA


벚꽃은 클래식의 심벌즈를 닮았다.

교향악의 줄거리가 바뀌는 즈음에 

‘창’ 하고 국면의 대전환을 알리는 장쾌함.


침묵하는 겨울의 어둠 속에서

생기를 잃어가는 사람이나

질주하는 일상의 속도 속에서

주변을 돌아볼 새 없는 사람에게


벚꽃은 일시에 분출하는

연분홍의 사태로 국면을 전환하여

‘봄’의 자태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벚꽃의 한철이 너무 짧다고

누군가는 한탄한다.


찰나의 연주를 위해 벚꽃은

지난봄 이후 내내

계절의 흐름과 기운을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초록의 협연 위에 도드라지는

형형색색의 솔로 연주를 귀담아듣고 아우르며

자신만의 박자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묵묵히 그 일을 계속해 왔기에

봄의 전령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일 테고.


그러고 보면 벚꽃의 연주는

‘창’ 소리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벚꽃의 한철은

등장 이전의 시간까지 포함해야 한다.


벚꽃을 제대로 사랑하는 이에게

벚꽃의 한철은 모든 계절을 관통하는 것이다.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그대여’


그러니 나에게 꽃인 그대여

나의 사랑을 의심치 말아요.


당신의 한철은 여전히 계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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