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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 View Sep 13. 2020

상품을 하나 더 파는 아주 사소한 장치

'권한 위임'과 '가격 매치'

가을맞이 1+1 행사

한국을 잠시 떠나 있던 동안 모 브랜드의 대체재로 급부상한 듯한 의류 브랜드 '탑 10'의 프로모션을 보고 바뀌는 계절의 옷을 준비할 겸 쇼핑을 시작했다. 꽤나 괜찮은 소재와 디자인, 합리적 가격으로 충분히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은 브랜드였고 덩달아 나와 와이프 각각 2벌, 1벌의 옷을 구매하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다. 단, 하나 걸리는 문제는 나는 2벌 구입에 1+1 프로모션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두벌까지는 구매할 필요가 없던 와이프는 아무런 프로모션을 적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 와이프는 이 브랜드의 온라인몰을 확인해보았다. 온라인몰에서는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1+1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단벌로 구입해도 1만 원의 할인을 제공해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 '소비를 조장하는' 미국의 경우, 점원과의 작은 딜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나는 옷이 3벌만 필요한데, 1+1 적용이 안 되는 한벌에 대해서는 온라인처럼 만원 할인해줄 수 있을까?

   



아쉽게도 탑 10에서의 네고 결과는 '실패'였다. 이 브랜드 점원의 결정이 우리나라 모든 소매업과 기업의 문화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나는 미국과 우리나라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화 차이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1. 권한 위임 Empowerment

조직행동론을 배울 때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쉽게 언급되는 것이 '권한 위임'이다. 내가 속한 조직을 포함, 대부분의 한국 조직의 모습이 그러하겠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이러한 권한을 일개 조직원이 위임받고 의사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큰 조직일수록 오히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Micro Management'가 리더의 능력인 양 언급되기도 한다. 모든 의사결정이 상부에 의해 모니터링되고 책임소재가 분명히 되는 환경에서는 역설적이지만 조직이 조직원에게 원한다고 주장하는 '창의적' 솔루션은 나오기 어렵다. 결국 문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개 직원은 매뉴얼에 벗어난 솔루션, 위의 예에서는 추가 판매 방안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2. 가격 매치 Price Match

오프라인 소매점이 성과를 내기 더욱 어려운 전자제품 소매상 중 아직도 건재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의 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나도 사랑하는 "베스트바이 BestBuy"라는 브랜드이다. 이들의 성공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오늘 내가 주목한 부분은 '가격 매치'이다. 매장에 와서 제품을 구경하고 실제 소비는 온라인 최저가 사이트에서 하는 소비자 행동에 대한 대책으로, 쉽게 말해 매장에서 본 제품 중 인터넷 최저가를 직원에게 보여주면 매장에 표시된 가격에 상관없이 최저가를 적용하여주는 제도이다. 결국 소비자는 구경도 실제 구입도 베스트바이에서 바로하는 경험을 하고, 회사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마저도 최종 고객으로 만드는 정책인 셈이다.



결국 우리는 매장에서는 2벌만 구입하고 집에 돌아와 온라인몰을 통해 1만 원 할인받은 추가 구매를 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번거로움으로 최종 구매를 하지 않았다면 탑 10은 추가 매출의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우리처럼 번거로움을 감수한 고객에게 추가 판매를 했다 하더라고 고객의 집 앞까지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줘야 하는 추가 비용이 회사 입장에서는 발생한 것이 된다. 이 브랜드의 물류시스템과 개별 판매점과의 계약관계 사정을 나는 알지 못하지만, 상식적으로도 현장에서 직원의 가격 매치가 있었다면 즉시 고객의 구매행위를 얻어내어 고객변심으로 인한 판매기회 유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고객 집 앞까지의 포장/배송비용도 절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일본에서 살면서 느낀 것이지만 매뉴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대단히 효과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것의 약점은 변칙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의 대응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뉴 노멀 New Normal' 시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변칙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가을 소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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