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인 Sep 29. 2022

내가 왜 애랑 싸우고 있나

인생 리모델링, 될까? 7

가뜩이나 분주한 아침 시간

둘째와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멀쩡한 옷들이 많이 있는데

아이는 얼룩이 물들어 꼬질한 옷을 집어 들곤 입으려 한다

예쁜 옷을 입자고 이건 창피한 거라고 이런저런 말들로 회유해 보지만

아이는 완강하다

내가 권하는 이것도 저것도 싫다 한다

대체 왜 안 입냐, 이것도 입어보면 편하다, 어떻게 내복같이 편한 옷만 입고 다니냐며

잔소리로 시작된 푸념은

시간에 쫓기며 분노로 바뀐다

급기야 그럼 이 옷들 다 버려버리겠다며 휘릭 한쪽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마음대로 하라며 나와버린다


아이와 싸우지 말고 아이를 훈육하라는 가르침에 가뜩이나 찔리던 삶인데  

나는 결국 또 아이와 싸우고

나의 분노와 싸우고

싸움질뿐이다

아이는 나의 감정만을 기억할 테니 마음이 씁쓸하다


너의 취향과 너의 의사를 존중하며 살겠다는 결심은 이렇게 또 실패하고 만다

아이가 밉보일까 봐 아이가 부모의 정성스런 케어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나는 두려운가 보다

그 마음이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마음을 뒤덮는다

아이의 고집은 둘째치고 나는 나의 고집을 꺾지 못해 길길이 날뛰곤 한다

이 작은 아이를, 옷 하나 마음대로 입히지 못하는구나

나는 무력해진다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내 삶을 희생(?!)했는데... 이렇게 유치해지고 치사해지고 구차해지는 마음 앞에 선다


내 품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는

아직은 아기 같은 두 아이가 이렇게 크고 작게 자기주장을 하고 나설 때면

나는 흠칫하고 당황하는 것 같다

그토록 좀 떼어내고 싶던 시간들을 지나

자기 발로 다니고 자기주장을 펼치며 자기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 앞에서

안도감과 함께 솟아오르는 불안이 있다


내 마음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데

하물며 내가 아닌 타인을 내가 어찌하겠는가

각자의 심장을 품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내가 당신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하고

나 없이 너희들이 살아갈 수 없다는 과한 책임감도 떼어내야 한다

우리는 함께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저 무한히 부어주고만 싶었던 마음들은 결국 나를 소진시켰고

아이들은 좋은 습관을 기르지 못한 채 자라났다

남편도 아이들도 그렇게 길들여놓고

이제 와서 각자의 몫을 해내라며 주장하니

이들 또한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심술이 나기도 할 것이다


살림도 육아도 내조도 내 깜냥을 내 분량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넘어서 보려 애쓴 시간들의 결과는

억울함과 원망이었으니

그 시간들은 옳지 못했다


내 아이들에게 완벽한 엄마이고 싶었던 마음

내가 지닌 결핍을 채워주며 스스로 느끼던 만족감은

나를 위한 것이었지 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음을 느낀다


이는 사랑이기도 했고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했다

내 부모를 향한 내 마음의 냉랭함처럼

이들도 나를 향해 마음이 그렇게 서늘해질까 봐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두려움은 버리고 사랑만 남길 수 있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고

오은영 박사님의 조언처럼 백번 천 번 만 번 아이들을 가르칠 줄 수 있을까

나의 삶과 아이들의 삶이 서로를 짓누르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아무튼 적어도 옷에 대하여는

마음을 또 한 번 내려놓는다

내가 정 못 봐주겠는 옷들은 집에서 입으라고 남겨두는 대신

실랑이의 여지를 주지 않도록 그냥 버리는 게 낫겠다

그리고 적당히 무난한 옷들 안에서는

아이가 자유를 누리도록 자기 스타일과 자기만족의 세계를 펼치도록

존중해 드. 릴. 일이다


*

나의 남편과 아이들을 포함하여, 타인을 조종하려 하지 말 것

내 핸들이나 잘 붙잡고 갈 것


 

작가의 이전글 오랜 싸움_허무와 권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