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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y 25. 2023

고여사의 일기

소천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곱고 단아한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마알간 얼굴에 백발을 가지런히 빗어 넘기고, 옅은 베이지색에 분홍 끝동을 댄 수의를 입은 모습이 너무도 화사했습니다. 검붉게 변한 발가락을 코가 빨간 버선으로 덮었어요. 공벌레가 될 만큼 꼬부라진 몸을 곧게 펴고 누운 모습에 왈칵 눈물이 쏟고 목이 메었습니다. 이렇게 예쁜데, 그 동안 이런 단장 한 번 해드리지 못한 불효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숨 한 번 쉬는 것이 그리 힘들었을까요. 온 몸을 펄떡이며 한 숨, 한 숨 내쉬며 버티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졌지요. 혈압도 잡히지 않는 상태로 산소호흡기 도움을 받으며 엄마는 무엇을 기다렸을까요? 대충 가늠이 되기도 하더이다. 마지막 호흡을 뱉어낸 엄마의 표정은 한없이 편해보였습니다. ‘참 잘 했어요, 엄마. 이제 편히 가세요.’ 손을 꼭 잡고 이별 인사를 전했습니다.


  장례식은 마지막 효도라고 하지요. 여기저기 품앗이 한 마음들이 엄마의 하늘 길을 배웅하러 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마음들에 엄마도 흡족하셨을 것 같습니다. 영혼이 떠난 육신의 잔해는 아버지 산소에 함께 모셨습니다. 삼십년 쯤 전에 미리 정하신 곳이지요. 그리움 사무치면 찾아갈 곳이기도 하지요. 어릴 적 고구마를 심었던 밭이라 낯설거나 멀지도 않답니다. 


  이제 정말 고 여사의 일기장을 덮어야하네요.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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