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작가 Dec 29. 2020

두 번째 이야기. 흔한 연애 이야기.

'늪'에서 나를 꺼내 준 너라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지금 연애를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취준생인데... 지금 연애를 계속하는 게 맞을까요?'

'아직 취준생인 애인을 계속 만나야 할까요?'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 또는 '여자'와 '남자'가 존재하는 한 '연애'는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 전쟁통에도 '사랑'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취준생에게도 '사랑'은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쉬이 조절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다. 유명한 취준 카페마다 항상 연애와 관련된 글이 끊임없이 올라올 만큼 취준생에게 '사랑'은 늘 고민은 던져주는 감정이다. 개인의 생각에 따라. 감정과 이성의 크기에 따라 그 고민의 답은 늘 둘 중의 하나로 갈릴뿐이다.


 그리고... 4년 전의 나는 그 사람을 만나는 걸 선택했었다.




 서서히 학습된 무력감에 잠식되기 시작했던 2015년. 나는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한 사람을 만났었다.


 좁은 방을 뜨겁게 달구던 폭염이 지나고, 서늘한 공기가 더위에 지친 나를 달래주던 2015년 9월. 나는 그 사람을 한 스터디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품이 넉넉한 후드티. 짧은 반바지. 그리고 모자를 뒤로 둘러쓴 채,. 모임 시간에 늦어 종종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왔던 그 모습. 여전히 생생히 기억나는 그 사람의 첫 모습이다. 처음 보았을 때, 어디서나 예쁘다는 소리를 꽤나 들었을 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 다른 검정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쌓여 갈수록 천천히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이 커져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단지, 숫기가 없어 선뜻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저 다음 달부터 일하게 돼서 스터디 빠질게요.'

'갑자기 입원하게 돼서 한 달 동안 스터디 참석 못 할 것 같습니다.'


 마음만 키워갔던 2015년이 지나고, 2016년이 되었을 때. 스터디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 사람과 나의 관계도 변하기 시작했다. 함께 스터디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갑자기 모임에 빠지게 되었고, 그 덕분에 둘 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흔히 사랑은 우연으로 시작된다고 하는데 우리의 사랑도 그러했다.


 처음으로 가진 둘 만의 스터디를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서로 비슷한 부분이. 그리고 닮아 있는 부분이 많은 걸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사람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온 순간 불안했던 미래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졌고, 그저 이 사람을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 찼었다.


 서로 먼저 다가가는 것을 힘들어했던 우리는 우리 만의 속도로 서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어설픈 나의 두 번이 고백을 끝으로, 학습된 무력감에 빠진 한 20대 후반의 취준생과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한 취준생. 이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행복한 추억이 새겨진 연애였고, 그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백지상태였던 내 미래를 천천히 그려나가기 시작했던 연애였다.


 미래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방치했던 블로그를 시작하였고, 콘텐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직무를 목표로 취준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7년 12월. 흥미롭게 지켜보던 한 스타트업에서 같이 일을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처음 지원했던 '크리에이터'가 아닌 '영업지원'으로 직무가 바뀌게 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달라진 직무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제 곧 31살이 된다는 압박감. 그리고 그 사람이 신입사원이 된 동안 마냥 취준생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곳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스타트업에서 많은 고객의 클레임을 상대하고 TM(텔레마케팅)을 하면서 나날이 스트레스는 늘어갔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담배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늘어난 스트레스만큼 회사에서는 나를 인정해주었고, 정규직 전환을 제의했다.


 앞으로의 커리어를 고려했을 땐 계속 그곳에 다니는 것은 무의미했다. 맞지 않는 직무. 내일이라도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회사. 그리고 낮은 연봉. 사실 다닐 이유보다는 다니지 않을 이유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단 하나. 계속해서 취준생인 나를 그 사람이 기다려줄 수 있는지 였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어느 한쪽이 먼저 취업한 경우, 그 끝엔 항상 이별이 찾아오는 경우를 많이 봤었고, 나는 지금 이 사람과 이별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곁에서 내가 봤던 이별과 실제로 겪은 이별의 이유는 내 생각과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나 오빠랑 함께 있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


 아직, 사회초년생인 그 사람에게 그때의 나는 분명히 버거웠을 존재였다. 그리고,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아직 길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내가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그때의 그 사람에게는 나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보다는 흔들림 없이 회사생활. 커리어.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을 때였다. 그래서 그 사람은 내게 '미래'에 대한 의문을 던진 채. 내 곁을 떠났다.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직장인과 취준생이 이별하는 이유는 단지 '취준생'이라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나른한 햇살에 눈을 떠보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난 모르겠어.
변함없는 하루. 그냥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 걸까.
내 곁에 언제나 네가 있어준다면.
                                                                                  클래지콰이 - 함께라면 中


  나는 그 사람을 만나기 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었다. 그리고 시간은 그런 날 기다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너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내 옆에 언제나 네가 있어준다면 그 변화의 끝엔 우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내 생각과는 달리 그 변화는 끝까지 좋은 쪽으로 가지 못하였고 언제나 내 곁에 있어달라는 바람과는 달리. 지쳐버린 그 사람은 나를 떠났다. 그리고 나는 내 생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이야기. 저는 어렸을 때부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