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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작가 Jan 04. 2021

쉬어가는 이야기. 코로나19가 앗아간 나의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 다시는 오지 않는다...

 2020년 설 연휴를 며칠 앞둔 1월의 어느 날.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우리의 2020년 풍경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사람들은 하나 둘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방역대책을 설명드립니다. 하나...」


 우리나라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생각보다 확진자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코로나19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는 본격적으로 대구/경북을 집어삼켰고,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 수에 마스크를 사는 것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들어졌다. 그리고 출퇴근길. 지하철 역사 안에서는 연신 코로나19와 관련된 안내방송이 다양한 언어로 연신 울려댔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 조그마한 기침 소리에 집증 되는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슬금슬금 그 곁을 피하는 사람들. 영화에서만 봤던 모습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나서야 나는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다. 


 『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 다시는 오지 않는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한 차례 폭풍을 겪은 뒤, 날이 따뜻해지는 4월. 코로나19는 잠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나와 예전의 일상을 조금씩 맛보기도 했던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2020년 4월. 중대본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며, 일상생활 속에서 방역대책을 지켜달라는 말을 반복했었다. 그리고 그때. 그 말을 고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생명력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끈질겼다. 잠잠해질 것만 같았던 확진자수는 다시 8월을 기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연말에는 처음으로 네 자리 숫자를 경험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나에게 있어  2020년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로 그리고 예년보다 빨리 지나간 한 해로 남아버렸다. 2019년에는 당연했던 일상들이 2020년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극심할 때만 착용했던 마스크가 이제는 쓰고 나오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로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 맑은 공기를 필터로 걸려 들이마셔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주말에 한적한 카페에 나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코인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소소한 행복마저 이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빼앗겨 버렸다. 코로나19가 내게 준 건 불필요한 회식을 줄여줬을 뿐...


 2021년. 올해도 분명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으로는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우리나라도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된다는 소식과 여러 치료제가 임상시험에 들어갔다는 희망찬 소식도 들리고 있다. 물론, 백신이 접종되고 나서도 한 동안은 2020년과 같은 일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2021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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