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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작가 Nov 28. 2020

Prologue. 그냥 흔한 이야기.

30대 어느 신입사원의 이야기.


『취. 준. 생』

취업준비생의 줄임말. 취직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을 갖추며 대비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 


 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취준생'이란 단어를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위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취준생'은 학생은 아니지만 아직 어딘가에 취업도 못한 즉, 이도 저도 아닌 상태의 사람을 의미했었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하며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직장이란 새 울타리로 뛰어들고 있을 때. 나는 여전히 그 자리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단지 조금 늦었을 뿐이야.'

'언젠가는 나도 남들처럼 취업하겠지..'


 내 주위가 달라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이런 안일한 생각이 점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시간은 한 없이 기다려주지는 않았다. 1년. 그리고 또 1년이 지나면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나의 20대는 모두 지나가버렸고, 그제야 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안돼. 정신 차려야지.'


 오랜 취준 생활 동안 겹겹이 쌓아 올린 담을 조금씩 허물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취업은 혼자 알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 생각이 잘못된 생각인 걸 뒤늦게 깨달았던 나였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자소서 첨삭을 받아보고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취준생들처럼 취준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2일. 새롭게 취준을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D' 스타트업에 입사하며 목에 채워져 있던 '취준생'이란 타이틀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현실로 마주한 스타트업에서의 생활은 내가 줄곧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고, 나와 맞지 않는 직무에서 일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고민에 빠졌던 나를 보며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건넸다.


"어차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거라면, 굳이 스타트업에서 버티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30대에 들어서며 당장 먹고 살 걱정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나에게 그 말은 작은 용기를 가져다주었고, 더 늦기 전에 내게 맞는 일을 찾아 다른 직무를 알아보는 것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3개월의 짧은 시간을 끝으로 스스로 내 목에 '취준생'이란 목걸이를 걸었다. 같이 30대를 맞이한 친구들이 '주임' 또는 '대리' 진급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 나는 다시 '0'인 상태에서 취준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랐던 건 올해 안에 내가 하고 싶은 직무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을 나오면서 세웠던 목표들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면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면접에서 떨어지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인가'라는 안 좋은 생각을 하면서 충만했던 자신감은 금세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2018년의 달력은 어느새 마지막 한 장만이 남아있었다. 그 순간. 어느 그룹의 조그마한 한 계열사에서 연락이 왔다.


"축하드립니다. 입사 결정 나셨구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그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사실, 반쯤은 포기했던 상황이었다. 스타트업을 뛰쳐나오고 했던 지금까지의 나의 노력이. 그리고 면접을 볼 때마다 부정되는 내 과거를 마주하며 '나'라는 사람에 의구심만이 가득 차올랐던 때였다. 부정적인 상황 속에 부정적인 생각에 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덩이에 빠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 순간 하늘에 동아줄이 내려온 것처럼 내게 입사 소식이 전해졌고, 그렇게 난 생애 두 번째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2018년 12월.

31살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던 날.

나는 신입사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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