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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를 마도 잡는다구요? 먹는건가요?

아... 드럽고 치사해서 마도 안잡아! ㅋ

by Ilkown Kim

오늘도 아침에 출근해서 PPT를 엽니다. 어제 그룹장에게 보고하다가 별의별 말을 다 들은 PPT를 다시 봅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구석구석 살펴보니 각 장표를 만든 시기도 만든 사람도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통일감이 조금 떨어지네요. 그런데 그게 정말 문제일까요? 이번 PPT를 이용한 보고의 마도 잡은 저는 뭘 더 생각했어야 할까요?


'마도 잡다'라는 얘기는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들어왔습니다. 정확하게는 제가 상품기획일을 하던 시기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마도'라는 단어는 사실 일본어 '마도 구찌'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마도 구찌'의 뜻은 창구라는 뜻이지요. 즉 갑과 을병정이 일을 할 때 많은 을병정의 요청사항이나 해야 할 일들을 모아주는 하나의 창구를 '마도 구찌'라고 하였고 실제 사무실에서는 PPT하나에서 줄거리를 잡고 한 장씩 사람들에게 할당해주는 차장급 인력에게 '마도 잡는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다만 마도 잡는 차장님의 업무 스킬에 따라서 모든 사람이 편할 수도 있고 야근을 해야 할 수도 있죠. 제일 좋은 마도 잡는 사람은 거의 모든 문서를 자기가 만들고 표나 그래프만 채워달라는 사람이죠. 사실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 '마도' 잡으시는 분들은 그냥 제목만 있는 장표에 이름만 넣어서 보내주시죠. 이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마도'잡는 분들이 해야 하는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우선 전체 줄거리를 짤 줄 알아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목차를 짤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각 장표를 담당하는 사람이 내가 이 장표에서 이 정도 심각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하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혹은 각 배정받은 사람의 수준을 미리 잘아서 난이도를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들 야근을 안 하죠. ㅋ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줄거리를 보여주고 각 장표에서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확실히 인지 시킨 후 그 내용을 간략하게라도 장표에 적어서 보내줘야 합니다.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전체적인 포맷을 잡아서 보내주는 것입니다. 각 구성원이 써야 하는 표, 도형. 화살표의 샘플을 색깔별로 보내줘야 합니다. 그래야 통일성이 있는 장표를 만들 수 있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서체와 각 부분에 맞는 글자의 크기입니다. 각 장표의 제목에 맞는 서체와 크기를, 본분에 맞는 서체와 크기, 각주에 맞는 서체와 크기를 예시로 보내줘야 합니다. 또 하나 '보기'메뉴의 안내선을 이용해서 전체적으로 어느 부분에 맞춰서 작성해야 하는지도 보내줘야 합니다. 그래야 빠른 취합이 가능하죠.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취합하고 나서 보내주신 분과 같이 검토하는 것입니다. 보내준 분의 평소 습관에 따라서 문단 사이 간격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만의 신박한 문체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이를 조율하는 것이 바로 '마도'잡으시는 분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검토가 반복되고 Communication이 늘어갈수록 서로서로 조심하는 부분이 생기고 합이 맞아가겠지요. 야근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생각보다 지난한 작업이고 책임감이 요구되는 부서 내 위치입니다. 하지만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이 주는 희열도 분명히 있죠. 그리고 후배들과 얘기 가운데서 생기는 동지애도 있습니다. 그럼 저는 또 취합하러 가겠습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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