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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꼭 해야 할 6가지(I)

폐암 재발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 TOP 6

by 끌레린

"이제 앞으로 뭘 하면 될까요?"

퇴원하는 날, 나를 찾아온 의사에게 물었다. 재발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간절히 알고 싶었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수술과 입원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의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건강하게 즐겁게 사세요."

그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났다. 건강하게 산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매일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읽고, 듣고, 보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또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암 환우가 다시 재발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더 까다롭게 지켜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래에 여섯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매일매일 운동-계단 오르기부터 달리기까지

수술 직후에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화장실까지 걷는 것은 힘든 등산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간호사는 알려주었다. “매일 걸으세요. 조금씩이라도 걸어야 몸이 빨리 회복되니까요."


운동이 암 재발을 막는다는 연구는 이미 셀 수 없이 많다.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을 줄이고, 호르몬 균형을 맞춘다는 것을 배웠다. 특히 폐암 환자에게는 심폐기능 회복이야말로 생존과 직결된다. 폐기능에 따라 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나는 퇴원 후에 먼저 평지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땀이 나지 않는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부족했다. 빠진 근육을 다시 만들기 위한 근력 운동이 필요했다. 틈틈이 덤벨로 팔을 단련하고 하체를 위해서는 홈트 앱을 활용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결국 쉽고 단순해 매일 부담 없이,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계단 오르기를 골랐다. 계단을 몇 층 오르니 평지를 걸을 때보다 숨이 훨씬 더 많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도서관 계단을 올랐다. 하루 2층씩, 3층씩. 몸이 적응되면 다시 5층씩. 몸이 피곤할 때는 3층을 오르는 것도 벅차서 벽에 몸을 기대 서서, 턱까지 올라온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러다 폐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한 편으로는 내 몸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생각하며 내 서글픈 현실이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지 3개월을 넘어서자, 드디어 내 폐에서 신호가 왔다. 이제 적응을 한 것이다.


그다음에는 10층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시 5층 높아진 계단 오르기와 3개월을 보내면서 내 폐가 허락해 줄 때는 15층까지도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몸이 아주 좋을 때는 27층까지도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숨은 거칠어지고 흐트러졌지만.


환희에 찬 나는 다음 3개월 목표를 27층으로 상향했다. 집 현관문까지 오르는 27층의 계단은 나에겐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행하는 100층 오르기나 마찬가지였다. 여름 내내 땀을 흘리며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근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붙었다.


수술 후 9개월, 선선한 가을이 되자 나는 공원에서 걷고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100미터도 숨이 찼다. 한쪽 폐로 달린다는 게 가능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매주 조금씩 거리가 늘었다. 이제는 2km를 뛰다 걷다 한다. 물론, 아직은 걷는 구간이 더 길고 금방 숨이 차오르지만, 점점 나아질 것이다. 내년 봄이 되면 5km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것이 내 새로운 목표다.


일주일에 최소 150분. 중강도 이상의 운동, 즉 숨이 약간 찰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의학계에서 권장하는 운동의 기준이다. 걷기, 수영, 자전거, 요가,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건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다. 최소 일주일에 3~4회는 해야 한다. 나는 강도를 낮추는 대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걷기를 한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움직인다. 땀 흘린 뒤의 성취감. 운동한 후 샤워하며 느끼는 개운함, 이런 과정이 내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2. 제대로 먹기-항염증 식단과 균형 잡힌 영양

제대로 먹는다는 건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다.

"항암 식단"을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어떤 것은 과학적이고, 어떤 것은 민간요법에 가깝다. 나는 신뢰할 만한 의학 자료를 찾아 읽고,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식단을 정리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특별한 수퍼푸드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은 필히 섭취하되, 특히 회복기에는 에너지 원인 탄수화물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우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하루에 가능하면 다섯 가지 색깔의 채소를 식탁에 올린다.

특히 브로콜리, 케일,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샐러드나 또는 데치거나 볶아서 먹는다. 토마토, 당근, 시금치, 파프리카와 같이 색깔이 진한 채소일수록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꾸준히 샐러드로 만들어 먹고 있다. 샐러드 재료를 사서 만들 여력이 안된다면, 간단하게 구입해서 먹으면 된다.


단백질은 가능하면 생선과 콩류로 채운다. 연어, 민어, 조기를 즐겨 먹고, 가끔은 고등어나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으로 풍부한 오메가-3를 섭취한다. 두부와, 렌틸콩, 병아리콩도 좋은 선택이다. 밥을 지을 때는 통곡물을 선택한다. 현미, 귀리, 퀴노아가 흰 쌀과 흰 빵보다 훨씬 나으니까.


무엇보다 항염증 식단을 유지한다. 만성 염증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올리브유, 견과류, 강황, 마늘, 베리류, 녹차. 이런 음식들이 몸속 염증을 잡아준다고 한다.


물도 충분히 마신다. 하루 2리터. 물은 독소를 배출하고,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지금까지 말한 음식들은 모두 익숙한 식품이다. 즉, 암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먹으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준 착한 식단인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감사하며, 맛있게 먹는다. 원래 굉장히 빨리 먹는 습관이 들어있는데, 요즘은 여러 번 씹으면서 천천히 먹으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받으며 억지로 먹는 건강식은 오히려 독이다. 즐거운 식사야 말로 최고의 항암 식단이다.


3. 깊이 숨 쉬기 - 호흡과 폐기능 회복

수술 후 1개월까지는 폐운동기구를 열심히 사용했다. 하지만 일상에 복귀해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 자주 잊어버렸다. 어느새 폐운동을 방치하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가 폐와 호흡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건강과 수명에 호흡과 폐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다시 호흡 연습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쉼 운동은 시작된다. 하루 10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조용히 앉아 호흡에만 집중한다. 4초 들이마시고, 7초 참고, 8초 내쉰다. 이 4-7-8 호흡법을 반복한다. 깊이 숨쉬기와 느리게 숨쉬기, 코로 숨쉬기, 숨 참기까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0회, 잠들기 전 10회. 이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특히 잠들기 전 호흡 연습을 하면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그뿐 아니라, 일 하다가 생각날 때도, 몸이 안 좋은 엄마와도 함께 숨을 쉰다.


단순해 보이지만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놀라고 있다. 느린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면역력을 높인다. 숨을 쉴 때는 가슴이 아니라 배가 부풀도록. 배로 숨을 쉰다. 횡격막 호흡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폐활량이 늘어나고, 산소 공급이 원활해진다.


내 왼쪽은 비록 반 밖에 남지 않은 폐로 살아가지만, 호흡은 더 깊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남은 폐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나는 수술 후 6개월 차에 수술 전 폐활량의 103%를 초과 달성했다. 의사가 제시한 목표였던 90%를 훌쩍 넘는데 성공한 것이다! 꾸준한 숨을 통해 내 폐를 더 활성화시킨다면 내년에 목표로 하는 5km 달리기도 거뜬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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