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재발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 TOP 6
앞서 매일 꾸준하게 운동하기, 골고루 천천히 잘 먹기, 깊이 느리게 숨쉬기까지 세 가지 요소를 꼽아 살펴보았다. 이제 나머지 세 가지 요소는 무엇일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몸은 회복할 수 없다. 뇌 기능만 보더라도 하루 7시간을 자야 뇌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된다. 하물며 다친 몸은 어떠할까.
수면 중에 우리 몸은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면역세포를 재생산한다. 특히 깊은 수면 단계에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며 조직이 재생된다. 수면 부족은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암 위험을 높인다. 발암물질에 수면장애가 이름을 올리고 있음을 기억하자.
나는 수면 루틴을 만들었다. 밤 10시, 아무리 늦어도 11시에는 침대에 눕는다. 자기 전 핸드폰을 멀리 둔다. 블루라이트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잠을 잘 때는 모든 불을 끄고 침실을 어둡게 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자기 전에는 카페인을 피한다. 오후 3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술도 마시지 않는다. 술은 잠들게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처음엔 수면 루틴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원래도 올빼미형인 데다가 책을 출간하느라 새벽까지 글을 쓰다 보니, 내 몸은 비명을 질러댔다. 새벽에 자리에 누워서도 걱정이 밀려왔다. 글이 잘 안 써지는데 어떻게 하지? 재발하면 어떡하지? 다음 검사 결과가 나쁘면? 하지만 어느 순간 조금씩 익숙해졌다. 바로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서 피곤해진 몸이 쉽게 잠들게 된 것이다. 이제는 자기 전 호흡에 집중한 후에 감사한 마음으로 잠든다.
하루 7-8시간이 내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면 시간이다. 몸이 좋지 않으면 자연스레 잠이 온다. 몸을 쉬게 하라는 뇌의 명령이니, 충실히 따를 뿐이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관리한다는 건 어찌 보면 막연한 일처럼 보인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웃는 연습을 한다. 아니, 웃을 일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삶의 여유를 찾아야 한다. 나에게 긍정의 웃음을 짓게 해 줄 지인들을 만나고, 산과 나무들을 찾아 여행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다. 웃음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웃을 때 나오는 엔돌핀은 자연 진통제이자 항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가족과 저녁을 먹고, 강아지와 산책하고, 아이들과 이야기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최고의 치유제다. 고독과 고립은 암 재발의 위험 요인이지만, 따뜻한 관계는 생존율을 높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관대해졌다. 완벽주의자였던 나 자신에게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계속 알려준다. 가끔 실수해도 괜찮다. 자책하지 않는다. 자기 연민 대신 자기 돌봄을 선택한다.
명상도 시작했다. 하루 10분, 조용히 앉아 호흡에만 집중한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흘려보낸다. 판단하지 않고, 붙잡지 않고. 처음엔 잡념이 끊이지 않았지만, 조금씩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기도 쓴다. 하루의 감정을 글로 쓰다 보면 정리된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이를 문장으로 적는다. 머릿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고 한결 가벼워진다. 감사 일기도 좋다. 매일은 못 하더라도 감사한 것을 간단히 적는다.
내가 폐암 1기에서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조기에 발견해 준 의료진들에게 크게 감사드린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감사할 것들은 많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감사하는 자세는 나를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감사 일기를 적지 못할 때는 말이라도 감사를 표현한다.
나는 운 좋게도 1cm가 안 되는 작은 결절을 정기검진 중 발견했다. 그런데 기존 검진 이력을 살펴보니 6년 전에도 이미 그 위치에 아주 자그마한 점이 존재했던 것을 발견했다. 8mm 정도까지 커지는 데에도 6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는 의미이다. 정기검진 덕분에 나는 1기에서 수술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안전거리를 고려한 절제 부위도 적었다, 나의 경우는 왼쪽 폐엽의 40%만 잘라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병원에서 만난 환자 중에서는 암세포가 3cm까지 커져서 종양의 형태로 달고 온 분들도 계신다. 초기에 발견해야 수술도 훨씬 쉽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으며, 완치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심지어 나는 운 좋은 1기임에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두려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두렵다는 건 내 마음이 약하다는 의미다.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도, 나는 인생의 굴곡을 겪어오며 점차 담대하게 바뀌어갔다. 작은 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흘려버리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다. 1년마다, 그리고 의사의 소견에 따라서 검사가 필요한 부위는 6개월마다, 또는 1년마다 정해진 스케줄을 정확히 지킨다. 나는 암을 수술한 환자 중에서는 젊은 편이었지만, 몸 이곳저곳에 재검을 받거나 플립을 떼는 간단한 시술을 여러 번 받았다. 혹시나, 검사받는 게 두렵다고 미루는 분들이 있다면,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그러니 정기검사를 피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수술한 이후, 다시 다가온 정기 검사 전날, 그리고 검사 결과 상담 전날에 나도 모르게 불안했다. 하지만 검사를 받고 나면, 일단 결과가 어떻든 안도감이 든다. 전문 의료진이 어떻게든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으니까. 물론 검사를 받는 건 번거롭고 힘든 일이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낫고,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몸의 신호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젊었을 때의 건강한 몸은 없다. 아래 증상이 나타나면 폐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기침이 지속되거나, 많은 가래가 지속적으로 나오거나, 가래에 피가 섞일 때.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체중 감소나 가슴 통증, 숨 가쁜 상태가 계속된다면 말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않는다.
공기가 좋지 않은 곳-예를 들어 담배연기가 있거나 공기 오염이 심한 날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 외출하는 경우에 집에 와서 가래가 계속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계속 호흡을 한다.
문제는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다. 이 경우는 병원에 일단 가보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특히 환절기나 겨울에는 감기 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독감 등에 걸린 사람들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하라고 의사들은 입모아 말해준다.
건강 기록도 남기는 것이 좋다. 운동 일지, 식단 기록, 수면 패턴, 몸 상태, 스트레스 수치 등등. 요즘은 스마트폰 앱이 잘 되어 있으니 편하게 활용하면 된다. 이런 기록들이 모여 내 몸의 패턴을 보여준다. 변화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내 일을 조정해야 한다. 수술 후 1년까지는 욕심내서 일하지 않고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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