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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ne Chaehee Kim Oct 12. 2021

리딩, 리딩, 슬로리딩 클럽

독서 역량을 개발하는 최고의 방법, 슬로리딩 클럽

우리 아이의 책읽기 역량을 개발하려면


한국의 공교육에서 아직은 부족한 독서 역량.

우리 아이의 책읽기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3가지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집에 아이가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가능하면 TV보다 책을 가까이 하게 하려고 편안한 독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요즘은 워낙 다독을 하는 추세라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많은 정보를 배우고, 재미도 얻게 됩니다. 모든 책을 다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든지 학교나 동네 도서관의 책을 빌리거나 당근마켓이나 중고서점에서 착한 가격에 좋은 책들을 살 수 있으니까요. 엄마가 이렇게 마련한 책들을 우리 아이들이 열중해서 읽을 때 얼마나 뿌듯한가요?

정말, 요즘 아이들같이 똑똑한 아이들이 그 전에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독서환경 조성이라는 방법만으로는 제대로 된 독서 역량을 길러주기에 부족합니다.

여러분은 책을 읽은 아이에게 무슨 내용이었냐고 물어보신 경럼이 있었을 겁니다.  아이가 제대로 책의 내용이야기 하던가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책을 열심히 읽고 책도 좋아하는데  책을 읽고도 책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무슨 내용인지, 책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왜 얘기를 못하는걸까요?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이론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일단 망각곡선에 의하면 배운내용은 19분이 지나면 거의 70%를 잊어버리게 되고, 피라미드 학습모형에 의하면 읽는 공부법은 평균 기억률이 겨우 1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책을 좋아해서 항상 책울 달고 살고 책을 잘 읽는 아이들이 의외로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사실때문입니다. 즉, 아이들의 문해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글 속에 들어 있는 많은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데다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별 생각없이, 의의무적으로그리고 습관적으로 읽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문제점은 책을 읽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과 강조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글의 흐름에서 중요한 부분을 인상깊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이가 책을 정독하지 않고 오독을 했기 때문입니다. 즉, 독서하는 습관은 들었으나 독서를 할 때 문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기본 문해를 못 한 상태에서는 독서를 통해 사고를 깊이있게 하고, 다른 영역까지 확장하는 고차원적인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요원합니다.

일례로,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 때 가장 많이 읽는 Non-fiction 영어책 중 하나는 위인전입니다. 제가 아는 아이는 영어학원 숙제로 『Martin Luther King, Jr.』를 읽고 에세이 essay를 써갔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으로 '인종차별주의와 이를 이기고자 사람들을 이끈 주인공의 용기있는 인생'이 아니라, 주인공이 어릴 때 가족들과 피자를 먹는 장면이라고 써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그 아이는 책도 많이 읽고 주변에서 똑똑하다는 평을 듣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과 함께 슬로리딩 클럽 Slow Reading Club 을 진행하고 있는데, 첫 수업에서 독서의 의미를 투영하는  활동을 통해 아이의 독서 상태 및 독서에 대한 심리 상태를 진단합니다. “나에게 책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채워 보면, 의외로 “나에게 책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는 “나에게 책은 엄마의 심부름이다”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는 책을 읽을 때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읽거나, 의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책이라 해도 아이의 소화량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구 던져주게 된다면,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책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것을 포기할 것입니다. 아이가 제대로 문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글자만 읽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독서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알아서 책을 제대로 읽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책의 내용이 어려워지는 시기에는 더 이해도가 떨어지고 오독을 할 수 있으므로, 부모의 기대만큼 우리 아이가 제대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이가 읽은 책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해 보며 생각의 방향을 잡아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책읽기 능력을 배양시키는 두 번째 방법은 아이를 사교육 기관에 보내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을 즐겨 읽더라도 위에서 언급한대로 아이들이 책을 제대로 정독하지 못하여 핵심을 짚지 못하고, 문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교육 기관에 보내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도록 하는 엄마들이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국어학원이나 논술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라면, 학원에 보내서 숙제와 수업을 통해서라도 책을 읽히려는 엄마들도 꽤 많습나다. 이럴 경우, 국어학원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다만, 학원 수업에서 매주 돌아오는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책들을 다독한다는 장점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학원의 정해진 틀에 맞추어 아이들의 사고를 이끌어내게 되므로 잘못하면 아이들의 생각이 오히려 굳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너무 이른 나이부터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는 습관이 형성되된다면, 자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여 주도적으로 책을 읽고 공붛하는 습관은 형성될 기회가 매우 줄어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 방법은 바로 리딩클럽을 통해 제대로 된 주도적인 독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큰 아이를 위해 공식적인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도 좋고,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품앗이로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들과 품앗이로 하는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엄마가 번갈아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대답도 해주고 다시 질문을 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쉽게 실증을 내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의 책을 번갈아 읽어주었고, 수업 뒤에는 노는 시간을 가져 책읽기가 즐거운 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창작동화와 같이 아이가 혼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장르는 제외하였고, 역사 분야를 위해 전래동화와 역사인물 전집을 진행하였습니다. 과학동화와 실험탐구 전집으로 직접 과학 실험을 다양하게 해보면서 과학 지식을 몸으로 익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1년간 진행하니 수십 권으로 된 전집 4종, 약 200권 정도를 마치게 되어 아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배우고 이해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과학 실험을 할 때는 아이들이 직접 실험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과학 지식을 활동지에 정리하도록 하여 학습 효과를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최고의 독서클럽, 슬로리딩 직접 해보기


둘째 아이가 3학년이 되었을 때, 저는 그동안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와 둘째 아이의 독서모임, 그리고 자녀 교육 및 독서에 대한 공부를 바탕으로 쌓인 내공을 발휘하여 슬슬 깊이있는 독서와 사유하기, 토론, 발표, 글짓기, 융합 프로젝트를 연결하여 슬로리딩 클럽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슬로리딩 Slow Reading은 2015년 EBS 다큐프라임에서 소개되면서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슬로리딩은 단어 그대로 책 한 권을 오랫동안 천천히 읽어 깊이있게 이해하고, 책에 있는 내용을 직접 체험까지 해보며 머리와 몸에 익히도록 하는 융합 독서법입니다. 특히 공교육 기관인 학교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고, 수업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교사들 모임도 만들어져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경험 자산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학교 현장에서 슬로리딩을 진행하려면 학교와 학부모 모두의 전체적인 공감대 형성과 학교 차원의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고, 진행하는 선생님의 노하우가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아직까지는 많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사교육 현장에서는 슬로리딩을 할 수 있을까요?

슬로리딩은 책 한 권을 소화시키고 다시 되새김질을 하며 해체하듯이 읽기 때문에, 교육비에 대한 효과를 비교적 단기에 증명해야 하는 국어 학원이나 논술학원 등의 사교육에서 진행하기에는 사실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나마, 개인과외나 그룹과외로는 가능합니다.


게다가 슬로리딩은 단순히 국어 과목 공부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국어부터 사회, 수학, 과학, 미술, 음악, 신체활동, 외부 체험활동, 그리고 연극이나 영화에까지 연결될 수 있는 '융/복합 수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현재 교육체제와 교육 환경에서 국어 한 과목에 슬로리딩 수업을 배정할 경우 국어 선생님만이 슬로리딩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과목 선생님이 함께 협의하여 학교 전체 프로젝트로 끌고 가야 합니다.

저는 공교육 기관이나 사교육 기관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배울 수 있다면, 해당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의를 표방입니다. 물론 사교육은 가능하면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슬로리딩을 직접 해보기로 결정한 이유도 기존 교육기관에서 진행하기에 현실적인 벽이 높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슬로리딩이란 무엇인가?       
 ‘슬로리딩’은 일본 고베 시 나다 중·고등학교에서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이 30여 년 전에 진행했던 수업으로, 현재 일본의 문화 예술계, 학계, 법조계를 이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이 이 슬로리딩 수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자신의 성장과 성공이 슬로리딩 덕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큰 교육 효과를 본 슬로리딩을 2015년 EBS 교육에서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처음 적용해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6개월간 슬로리딩을 실천한 과정과 결과를 담아 실험 다큐멘터리로 방영하였고 많은 후속 활동들을 활성화시켰습니다.

사실, 슬로리딩은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공부법이었습니다. '서당 공부', '세종대왕'의 공부, 그리고 '정약용' 등의 공부법이 바로 슬로리딩입니다. 그리하여 국내에서도 '온작품읽기', '샛길로 빠지기' 등의 한글을 사용하여 슬로리딩의 의미를 대신하는 표현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학교에서는 한 학기 정도의 기간에 책 한 권에서 두 권 정도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슬로리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 한 권'을 읽지만 궁금한 점을 찾아보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생독서를 통해 결국 '여러 권의 책'을 읽게 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슬로리딩은 책 하나를 통해 열, 백을 알게 하는 책읽기 독서법으로 책 한 권을 천천히 자세히 읽어 그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속독이나, 다독과 반대의 개념입니다. 천천히 읽고, 깊게 생각하고, 크게 깨닫는 힘을 갖게 합니다.

슬로리딩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공부입니다.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수십, 수백 개의 질문이 이어지고, 질문의 답을 찾아가면서 과학/수학/문학/지리 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기본 원리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궁금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그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알고 싶은 영역이 확장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갖고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알아낸 지식은 온전히 내 것이 되며, 결코 잊어버릴 수 없습니다. 이러한 책 읽기는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진정한 내 것이 되는 공부 방법입니다.

슬로리딩은 반복학습을 통한 완벽한 공부를 의미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열흘 뒤에도 반복해서 곱씹으며 읽는 반복 공부입니다.

슬로리딩은 창의력과 상상력, 생각의 힘을 키우는 독서법입니다. 생각의 힘은 ‘생각의 순환과정-스스로 고민하고 길을 찾아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 본 다음에 그 결과를 놓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길러집니다. 결과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잘한 점, 잘못한 점을 고르고 성과를 진단하면 다음 단계로 나갈수 있습니다. 머리에 주입하는 수업이 아니라 몸에 익히는 수업입니다.

                                   - 『EBS 다큐프라임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등에서 에서 발췌, 정리함 -


 



[참조] 슬로리딩에 대해 더 깊이있게 알고 싶은 분께는 아래 책들을 추천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BS 다큐프라임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정영미, 2015 ) 

 - 『슬로리딩, 교육과정을 품다 ( 김원경, 이형석, 2019 )

 - 『슬로 리딩 ( 하시모토 다케시, 2012 ) 

 - 『한 학기 한 책 읽기 : 슬로리딩 (이선희 외, 2017)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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