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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ne Chaehee Kim May 10. 2021

우리 아이의 진로를 찾아주자

우리 아이의 진로를 찾아주자 (2

우리 아이의 꿈 찾아주기


사례 #4. 국제 변호사가 되어 볼까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디베이트 (Debate)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학원을 다닌 지 1달이 되었을 때 원장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 아이가 디베이트를 잘 하니, 디베이트 전문반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해보는 게 어떻냐고 권유하시더군요.       

사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상당히 소극적이고 얌전한 편이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의 발표력을 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제가 알고 있는 프리젠테이션 Presentation; 사람들 앞에서 자료를 보여주면서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공식적인 발표 방법과 기술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르쳤지만,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디베이트에 재능을 보인다니, 놀라웠습니다.


디베이트 Debate란 특정 쟁점이나 이슈에 대해 정해진 형식과 절차를 지키면서 영어로 진행하는 찬/반 토론을 말합니다. 사실 영어 리딩(Reading)이나 단어, 문법 공부에 비해서 디베이트는 상당히 동적(dynamic)인 활동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아이의 성격에 따라 ‘싸우듯이 말하는’ 디베이트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디베이트를 좋아하는지, 디베이트반으로 바꾸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디베이트가 재미있고 계속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디베이트반으로 옮기게 되면서, 제가 잘 모르던 생소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인 원장 선생님께 질문과 조언을 많이 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디베이트를 계속 한 아이들이 영재 트랙을 밟은 뒤 가장 많이 갖는 직업 중 하나가 변호사라고 하였습니다. 명문 대학교마다 디베이트 팀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좋은 기회들이 주어지기 때문에 저희 아이가 충분히 재능을 꽃피우고 진로로도 정할만한 분야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5학년 여름에 디베이트 전국 챔피언을 뽑는 2박 3일 대회에 5학년과 6학년 3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처음 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2등을 하였습니다. 저희 아이가 속한 팀은 첫 대회에서 고등학생 팀도 이기는 쾌거를 이루어 심사위원단을 놀라게 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저희 아이가 충분히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아이의 꿈을 변호사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영어와 중국어까지 3개국어에 능통한 국제 변호사"가 되는 것을 아이의 장래 목표로 세우고, 이에 맞게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아이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진로 로드맵을 짰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5학년이었을 때, 저는 아이의 첫 진로 로드맵을 완성했습니다. 진로 로드맵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의 진로에 2가지 변수가 생겼습니다. 아이는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알아보고는 '변론하는 것은 좋으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아 싫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법에는 한자어가 많이 섞여 있고 법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과 전문용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종류의 법들을 모두 공부하고 암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변호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의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미래 직업 변화에 대한 책들과 정보들을 꾸준히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 중 상위 순위에 변호사가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이의 진로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아이의 진로를 찾기 위한 접근법, 재능*선호 분석틀


지금까지 말씀드린 네 개의 진로 관련 사례들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나도 그렇게 우리 아이의 진로를 찾아 왔는데!’, 또는 ‘에이, 내가 아이 진로를 찾은 방법이 더 훌륭한걸?’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가요? 

그렇다면, 아래 내용을 보시고 진로를 결정할 때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인들을 어떻게 선별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일단, 아이의 진로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아이를 다각도로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정보도 많이 찾아보면서 부모가 알게 된 내용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주 대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진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아이가 진로로 삼을 만한 후보 직업과 관련된 능력들이 드러난기 시작하면 아이의 잠재력과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고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보통 3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아이의 진로로 정할만한 분야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어떤 아이는 비교적 빨리 성과를 보여줄 것이고, 또 어떤 아이는 대기만성형으로 늦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성과를 보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은 엄마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셋째, 이렇게 가능성 있는 분야가 가시화되었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아이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주어야 합니다. 능력이 충분히 개발된 분야에 대해 쌓아놓은 지식들은 나중에 아이가 다른 진로로 변경하더라도, 아이가 살아가는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앞서 보여드린 4가지 사례에서 초등학생 아이의 진로를 찾기 위해 적용했던 저만의 접근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저는 기업의 자원을 배분할 때나 투자 결정을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유용한 2X2 매트릭스 분석을 응용하여 <아이의 관심 분야>를 도출하였습니다. 매트릭스의 가로축은 아이의 재능, 세로축은 아이의 선호로 정하여 후보군을 넣고 살펴보면 의외로 복잡한 상황이 간단하게 정리되면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도표. 1단계. 아이의 진로를 찾기 위한 재능*선호 분석틀*                    

*전략컨설팅 그룹인 BCG의 전략 매트릭스를 차용하여 단순화시켜 만듦


위 진로 매트릭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분야는 어디일까요? 
당연히 스타 <★>가 있는 곳입니다. 스타 <★> 분면은 아이의 재능과 선호가 일치하는 가장 이상적인 분야입니다. 아이가 잘 하면서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무조건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저는 <스타>에 해당하는 변호사와 화가에 투자를 하고자 결정하고 아이를 밀어주었습니다.  


간혹 가다가 남자 아이를 둔 엄마들 중에서는 "아이가 축구만 좋아해요."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때마다 저는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씀드린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나이 때에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뚜렷한 진로의식이 없는데, 축구선수라는 인생의 목표를 어린 나이에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합니다. 우리 엄마는 아이가 축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지해주면 됩니다.  

왜냐하면, 혹시 추후에 아이가 진로를 변경하여 축구선수가 변호사처럼 위치가 물음표 <?>로 변하더라도, 어느 한 분야에서 열정 Passion과 끈기 Grit를 가지고 계속 노력했던 경험은 그대로 살아있는 재산이 될테니까요. 아이가 다른 분야를 진로로 잡더라도 열정과 끈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아이의 진로가 변경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변하고 있는지 꾸준히 관심을 갖도록 자극해주면서, 기본적인 공부를 잘 해나가도록 독려해주면 됩니다.   


아이가 못하면서 싫어하는 엑스 <X> 면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아이는 원하지 않는데 엄마 아빠가 원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는 대게 결과가 안 좋은 사례들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나중에 취직을 생각해서 아이를 공대에 보냈는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 적성이 안맞아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수능시험을 보고 본인이 원하는 문과나 다른 전공으로 진학한 사례들은 많이 봐왔습니다.  

예전에 제가 광고회사에 근무할 때 인턴 면접을 보았는데, 아이는 칭화대 기계공학과를 입학하였으나 적성에 안맞아 결국 졸업을 하지 못하고 구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점은 당연히 안좋았고, 학교를 그만둔 후 아이는 여행을 다니며 몇 년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머리도 매우 좋고 똑똑했지만, 인턴으로 뽑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국 이징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예정 학생을 뽑았습니다. 


대부분의 어마들은 아이들의 <스타> 분면에 아직 아무것도 없어서 걱정이 되실 겁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차선책으로 다른 후보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때는 엄마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아무리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해도 아이가 싫어한다면 강요하지 말자는 주의를 따릅니다. 따라서, 아이가 재능이 있지만 싫어하는 물음표 <?> 분야보다는, 재능이 부족해도 아이가 좋아하는 세모 <△> 분야를 선택했을 것 입니다. 아이가 앞으로 어른이 되어 거의 50년 이상을 배우고 살아가야 하는데,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마음에 안 차고 괴롭더라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인정해주고 밀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또는 Grit과 같은 끊임없는 열정을 가지고 계속 노력할수만 있다면 아이의 재능은 잘 자라서 충분히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가 철이 들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가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에게 새로운 스타 <★>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의 진로를 찾기 위한 재능*선호 매트릭스를 작성하신 후에 계속 보관하시면서 주기적으로 아이의 관심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살펴 보고 이에 맞게 변화된 내용을 매트릭스에 반영해 주시길 권해드립니다.  


워런 버핏 Warren Buffett 의 말을 인용하여 아이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키우고픈 엄마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나는 1년 내내 좋아하는 일만 한다.  
일터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탭댄스를 추듯 가볍다.
나는 일터에 있을 때면 등을 기대고 누워 천장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은 정말 재미있다. 



 [이미지] Pixabay                                                              


#아이진로찾기 #아이꿈찾기 #아이진로 #아이꿈 #재능선호분석 #전략적접근 #우리아이리더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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