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타왕복드는 쉽게 곁을 내주지 않지
아침이 밝았다.
울기 원정대에는 날씨요정이 있다. 신기하게 태양이가 기분이 좋고 텐션이 좋으면 흐리다가도 날이 맑았다.
여행 시작날, 아침부터 날씨가 아주 좋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부터 먹어보쟈
숙소에서, 아니 울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카작 사람이라서 말을 못알아 듣겠다..껄껄 바양울기 마트, 숙소, 가게 등등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카작 사람이었는데, 자기들끼리는 카작 언어로 이야기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몽골어로 말했다. 간만에(?) 아주 낯선 언어를 들었더니 여행인 것 같긴 하다.
UB에서부터 끌고 온 차는 바양 울기 시내에 집이 있는 카두 오빠네 차고에 맡겨뒀다.
카두 둘째 오빠(이후 우리는 몽골에 사는 카두네 가족을 모두 만나게 되는데.. ^^)에게는 아빠와 아주 똑같이 생긴 미취학 아들 두명이 있었는데, 얘네들한테 앗살라말라이쿰 이라고 이슬람식 인사를 처음 해봤다..ㅋㅋㅋ
여행 시이작! 도심을 나가기 전에 푸르공에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하는데, 줄지어 서 있는 차들이 가득이다! 기다리기 심심하니 주유소 옆에 있는 이슬람 사원엘 들어가봤다.
카두 설명에 따르면 UB에는 이슬람 사원이 전체 3개인가.. 있다고 했던것 같은데(이것도 벌써 가물가물), 울기에는 곳곳에 이슬람 사원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여자들은 복장을 다 갖추고 와야 이슬람 경전을 펴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간단히 이슬람에 대해 배워보고, 이제 진짜 chul bal.
아주 오랜만에 푸르공을 타고 다시 떠나는 몽골여행!
그간의 다른 여행지들과 비교했을 때 타왕복드 여행이 조금 다르다 싶었던 점은
양과 염소들이 많이 없고 낙타가 더 많이 보인다는 것
들판에 마멋들이 엄청 많이 뛰어다닌다는 것
상대적으로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길이 아주 거칠다는 것
그리고 기온이 춥고, 고도가 높아서 가끔 귀가 멍멍하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이 거의 안된다 ^^
방향은 잘 몰라도 어딘가 올라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우린 종종 고도 맞추기 게임을 했다 ㅋㅋ
자다 깨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동하다가 도착한 꼭대기(언덕이라고 하기엔 너무 높고 산맥 정도가 맞을 듯!)에 타왕복드 국립공원 환영 표지판(?)이 있었는데, 화살표는 (아마도) 각 도시의 방향과 도시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이 표지판 앞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알타이 타왕복드오 가는 사람들인듯 했다. 우리 푸르공을 운전해주는 아저씨가 저 표지판 앞에서 타이어를 교체하서 만난 또다른 운전수가 있었는데, 그 아저씨를 타왕복드 여행 내내 계속 마주쳤던 것 같다! 처음엔 우리 따라다니는 줄 ㅋㅋㅋ
산맥에서 내려와 작은 마을도 지나고 진짜 알타이 타왕복드 국립공원 표지판도 지났다.
(사실 지나친 순서가 이제 좀 가물가물하다 허허)
중요한건 바로 여기..!
점심을 먹으려고 잠시 쉬었던 곳인데, 역시 소풍은 이런곳에서 하는 것이 옳다.
밥을 먹는 동안 랜드크루저 급의 SUV 8~9대가 들어오더니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셨다. 강물이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물로 들어가서 실컷 수영을 하시더라ㅋㅋㅋㅋㅋ
이때부터 알아봐야했다.. 카두는 힘도 세고 체력도 세고.. 뭐든 평범 이상이다.
점심은 요리사 언니가 런치박스를 준비해주셨는데, 도시락 안에는 호쇼르랑 당근샐러드가 준비되어 있었고, 후식으로 과일과 차가 준비되었다.
김밥만 없었지.. 진짜 소풍느낌 뿜뿜이다! 캬하~
여행 내내 우리의 모든 식사는 환상적이었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 매 끼를 이렇게 맛있게 먹었던 없었던 것 같다(심지어 포르투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과 비교해도..! 바양울기 여행 중 먹은 밥이 단연 최고였다)
이렇게 사진이 잘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햇빛이 겁나게 강렬하다는 것.
이번 여행으로 생전 처음보는 색깔의 피부를 갖게 되었다 ^^
점심을 먹고 들판을 달리고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서 오늘의 목적지인 알타이 타왕복드 국립공원 베이스캠프 도착!
아무리 해가 긴 여름이라고해도 고도도 높고, 높은 산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금방 어두워진다고 했는데 다행히 해 지기 전에 도착했다.
알타이 타왕복드는 몽골에서 가장 높은 5개의 산봉우리를 통칭하는 지명으로,
1. 휘튼(хүйтэн 춥다, 4,374m)
2.부르게드(Бүргэд 독수리, 4,068m)
3.말칭(말 키우는 사람, 4,037m)
4. 울기(요람, 3,986m)
5. 나란복드(наранд 햇빛 3,884m)
이렇게 다섯개 봉우리가 포함된다.
각잡고 산에 오르려고 하는 전문 등산인들은 여기보다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간 곳에서 텐트를 치고 등산을 오르는데, 우리는 일반 여행객이므로, 일반 캠프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 추운 곳에 몽골의 흔하디 흔한 게르 캠프는 얼마 없었고, 대부분 각자 텐트를 가져와서 잠을 잤다. 그리고 이때만큼 몽골의 게르가 그리웠던 적도 없다.
몽골에서 가장 날씨가 따뜻한 7월에도.. 정말 추운걸..?
우린 오늘, 내일 이틀을 여기서 자야 했기 때문에 텐트를 단단히 쳐야했다. 그리고 이 것은 최소 2일은 인터넷 없이, 전기 없이 지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_< 후후 신난다!!!!!!!!
텐트 칠 자리를 먼저 정하고(나중에 안 사실인데 우리가 텐트를 쳤던 곳이 강을 따라 바람이 이동하는 바람길(?) 이었다 ^^ 겁내 추움), 2인당 텐트 1개씩 치고, 커다란 부엌용 텐트를 하나 치고, 카두가 자는 텐트도 포함, 총 4개의 텐트를 펴서 바양울기 원정대의 베이스를 만들었다.
옆집(?)에 자리잡은 다르항에서 온 아이들 :)
비누방울 날리주면서 아이들이 노는 것도 보고, 꼬맹이들이 저 작은 개울 위로 뛰어넘다가 엉덩이 빠지는 것도 구경하다가 저녁시간! ㅋㅋ
첫날 저녁을 먹고 난 내 미래를 직감할 수 있엇따.
아, 여행이 끝나고 난 살이 더 찌겠구나..^^
고기, 야채를 넣고 끓인 칼국수인데, 어쩜 이렇게 맛있어???
간도 지나치게 적당했고, 이 추운 날씨에 속이 아주 뜨끈하니 촤라락 풀리면서 내장지방이 다 씻겨나가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심지어 샐러드도 늠나 맛있음!!! 큰일이다 큰일이여..! ^ㅇㅇ^ 라고 돼지가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요리사 언니는 학교에서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는 조리사인데, 지금은 방학이라 이런 여행에 동행한다고 한다. 몽골여행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될 줄이야..쿄쿄쿄
-엘도라도 편
이번 여행에서는 어쩌다보니 영상을 더 많이 찍었는데, 꿀잼 영상을 혼자보기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영상도 같이 올려본다 ㅋㅋㅋㅋㅋ
이미 여러번 말했으나, 날씨가 좋지만 꽤 매우 아주 춥다. 이렇게 추울 것은 예상도 못하고 땔감 등을 1도 생각하지 못했다 ㅠㅠ
있는 옷을 다 껴입어도 춥고.. 바람은 계속 불고 껄껄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심 땔감 나무 10포대는 사왔을꺼다. 에혀, 난 아직 몽골을 모른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쉽게 생각한 나의 경솔함이여..
불을 때지 않으면 여행 첫날부터 입이 돌아갈 것 같은 날씨-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느냐면..ㅎ 아래 비디오 영상 확인 ㄱㄱ
- 땔깜구하기 편
여차저차 구한 땔깜으로 불을 피우고..발을 녹였다.
역시 불피우는게 짱이다. 온기가 바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 밤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울기에서 사온 와인도 마셨다! :)
준비해온 핫팩을 등허리에 두개나 붙이고, 아주 두꺼운 침낭에서 잤음에도 불구하고.. 발이 시려워서 밤새 다리를 펴지 못한채 잠들었다. 껄껄 7월 중순에 이 날씨가 가능한가요..? ㅋㅋㅋㅋ 좀만 더 추우면 밤새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때까지도 난 알지 못했다. 알타이 타왕복드를 여행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음날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의 졸쥐 아저씨는 아무것도, 하나도, 아예 모르고 있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