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어디가 Jan 14. 2021

[인제 살으리랏다]

Prologue. 회사를 그만뒀다

Prologue. 회사를 그만뒀다.


난 또다시 안정된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불안하지만 흥미진진한 시간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코로나가 막 시작될 무렵, 이제 불안한 생활은 청산하고 나도 안정된 생활을 하자며 취업준비를 하다가 안정된 직장을 얻었다. 

업무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냥 보면 꽤나 만족스럽고 평범한(?) - 퇴근 후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는 등의- 생활을 하며 새로운 일과 사람에 슬슬 적응하고, 편안해질 무렵이었다. 

'평생 이렇게 일하면서 지내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니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코로나로 모두의 일상이 바뀐 요즘, 더 이상 안정된 미래의 안락함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마침 몽골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로부터 몽골에서 하는 업무 관련 공고가 났는데 생각 없냐는 연락을 받고.. 딱 하루 생각하고 바로 지원 고고 ㅋㅋㅋ


기가막힌 우연으로 전 회사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던 큰 행사가 11월 24일에 열리고, 몽골 출국 전 사전교육이 11월 25일부터 시작이었다! 타이밍까지 굿! :^)


그.런.데..

파견 전 국내교육까지 모두 마쳤지만,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던 몽골 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하늘문이 모두 닫히고 특별기도 계속 미뤄졌... 나의 출국도 무기한 연장.. 두둥 


국내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여행은 물론 카페도 가지 못하는 상황.. 집에서 동생이 주문한 턴테이블을 돌리며 늘어지는 여유를 즐기고 있을 즈음, 마침 인제에 계시는 강 팀장님이 생각났다! 

대략 1~2주쯤 전에 하추리마을에서 인턴으로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셨는데, 당시 나는 당연히 12월 안에 출국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촌생활을 아쉬운 마음으로 넘겨버려야 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적어도 한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으니 재빠르게 연락해본다. 아직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 캬캬 몽골에 가기 전까지 인제에 머물며 일하기로! 디이일! 


2021년 인제 하추리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나의 무료함을 달래줬던 동생의 턴테이블. 음악은 무료한 일상에 색을 입혀준다. 



하추리 life-

크리스마스 당일, 엄마 차를 얻어 타고 인제 하추리 마을로 입성! 

타이밍 좋게 카페에서 갓 만든 케익도 먹고, 카페 주변에서 따온 칡넝쿨과 솔방울, 가래열매등을 가져다가 크리스마스 리스도 만들었다! 여전히 똥꼬발랄한 금동이도 봄 ㅋㅋㅋ(카페하추리는 애완출입가능) 

원래 크리스마스를 좀 알차게 보내는 편- 후후


첩첩산중에 위치한 하추리마을- (feat. 한계령 전망대)


2020년 종무식을 강원도 인제에서 하게 될 줄이야! 

내가 소속된 곳은 하추리 마을기업이라 함께 일 하는 직원들만 벌써 8명! 

매주 월요일마다 회의를 하는데 이장님, 노인회장님, 사무국장님, 총무님, 체험 팀장님, 정보화 사무장님, 주방 팀장님, 그리고 청년인턴 3명이 다 같이 모여 회의를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체계가 잘 잡혀있었다. :)

내가 맡은 일은 카페 업무(공동업무) 및 마을 모두 홈페이지 기획 그리고 기타 마을업무. 후후후


하추리에서 처음 받은 택배는 바로바로 이쁜 지인이 직접 담근 애플 시나몬 청! 

오랜만에 받아보는 손편지와 정성 가득한 선물이 더해지니 하추리에서의 생활의 더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눈이 오는 날에는 수면잠옷을 입고 나가서 작은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발자국도 남기면서 저 넓은 면적에 쌓인 눈을 사치스럽게(?) 가지고 놀아본다. 

어쩌다 보니 선물로 받게 된 펭귄 쿠션. 친구가 한 명 더 생겼다. 






“그러나 이 연대기가 결정적인 승리의 기록일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기록은 성자가 될 수도 없고 재앙을 받아들일 수도 없기에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공포와 그 공포의 지칠 줄 모르는 무기에 대항해 완수해야만 했고 아마도 여전히 완수해야 할 그 무엇에 대한 증언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책도 다 읽고- 카페에 있는 책도 한 권씩 꺼내 읽으며 하추리에서의 시간을 차근차근 쌓아본다. 아니, 쌓아보자!







2021년에 내가 강원도 인제에서 살 줄이야- 헛헛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길 :)


Happy New Year! 


매거진의 이전글 [국내여행] 여기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