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하 Sep 17. 2018

매번 좋은 점만 보려는 것도 지친다니까

브런치 서랍 그 밖의 이야기

 세상엔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녹초가 되는 평일 저녁이나 누워서 천장 무늬 개수나 세며 낭비하고 싶은 주말에도 참 부지런히 쏘다닌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인테리어 짱 예쁜 핫한 카페, 좀 아는 사람들만 아는 개인 브랜드 전시회, 팝업스토어, 분위기 끝내주는 이자카야, 잉크 번지지 않을까 싶은 오늘 나온 신간 까지 섭렵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우와 난 그렇게 못 산다..'


 태초부터 나와는 기질이 다른 그들의 콘텐츠 습득력과 헌팅력의 무시무시함은 무시했다. (라임?ㅎ) 사실 몇 번 시도했으나, 독서모임 등의 것들은 내가 사람 운이 없었는지 최악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그 순간에도 그들의 콘텐츠력은 점점 쌓여 책이라든가 만화라든가 강연 등의 완벽하고 아주 멋져주시는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는 다른 나를 좋게 좋게 보려고 부단히 애쓴것 같다. 난 사람도 잘 안만나고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디어를 통해서만 보지만! 그렇지만! 난 그들과는 다른 깊은 고민을 하고 내 마음속에는 아이언맨의 그것과 같은 엄청난 게 있어!!! 뭐냐고?? 안알려줌(언제적..). 의 반복이었지.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선택한 콘텐츠는 곧 나의 취향이 되고 그 취향의 희소성과 고급스러움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고급의 취향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다들 모른척 고고하게 눈치싸움만 하고 있는데 이건 진짜 맞다. 그래서 다들 좋다는 책에 감동한 척도 해봤다. 한 번 읽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해 버렸는데 말이지. 어떤 전시를 보고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척도 했다. 작가의 의도가 뭐든 개뿔 못 알아먹었는데 말이지.


 이젠 질렸다. 세상이 좋다고 인정 받은 것들을 좋아했고, 모든 행동 모든 걸음걸음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더니 너무 피곤했다.. 뭐라도 했으면 그것에 대한 명분을 찾았고, 아무것도 안했으면 아무것도 안했지만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라는 정신승리를 해야했고, 결국 그것은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질 때의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걸 나는 안다. 잘 안다.



 




 좋아하는 걸 그냥 마음놓고 좋아하고 싶다. 이유를 물어도 굳이 있어보이려 답변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뻔뻔함을 가지고 싶다. 나이 30먹고 논리적이게 설명 못하더라도 내 바닥이 탄로났다는 당황은 그만하고싶다. 내 브런치 서랍에는 나의 이런 저런 얘기가 아직 많이 담겨있다. 하지만 오늘은 책상 위의 사탕을 빨고싶다.












(그냥 스트레스 받아 쓴 글)






















작가의 이전글 예민하지만 게으른 족속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