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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뮤 Jul 01. 2023

경력 이직, 퇴사의 기술

어차피 돌고 돌아 만날 사이니까

여러분이 현 직장에 퇴사를 통보할 예정이시라면 이 문장 하나만큼은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돌고 돌아 만날 사이니까. 아무리 내가 회사를 많이 옮기고 다른 업계로 옮겨 간다고 해도, 언제든 어디에서든 지금 회사를 함께 다녔던 동료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회사를 그만 두더라도 마지막까지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돌고 돌아 만날 사이니까 서로 좋게 마무리를 하고 퇴사를 할 수 있도록, 몇 가지 퇴사의 기술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1. 퇴사 통보 절차도 업무 절차와 동일합니다.

퇴사 통보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는, 이것을 그냥 하나의 '업무'라고 생각하시면 감을 잡기 쉬우실 거예요. 우리가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진행하게 되면 어떤 절차로 일을 하게 되나요? 실무자인 내가 고민을 해서 어떤 결정을 내린 뒤 '사수'라고 부르는 직속 상사와 가장 먼저 논의를 하고, 팀장님에게 보고를 한 뒤에, 협업이 필요한 다른 유관부서와 처리하는 수순을 밟게 되죠.


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퇴사는 가장 먼저 직속 상사가 알아야 해요. 만약 내가 직속 상사와 논의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조직장과 면담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조직장이 나의 직속 상사를 불러 '김뮤니 씨 퇴사를 한다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라고 물어봤을 때 직속 상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에 당황하고 제대로 답할 수가 없겠죠. 그렇게 되면 이들이 '후배 관리, 팀원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힐 수 있기 때문에, 나의 퇴사 문제에 대해 더 예민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직속 상사에게 가장 먼저 퇴사 의사를 알리고 팀장님과도 곧 면담을 할 예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직속 상사도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2. 퇴사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지 마세요.

우리가 퇴사를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겁니다. 회사 또는 조직에서 염증을 느끼는 부분들도 있었을 것이고, 동료 또는 상사와 트러블이 있었을 수도 있죠.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에 대해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클 수 있지만, 웬만하면 그 마음은 접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굳이 내가 떠날 조직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해봐야 나에게 득이 될 것도 없을 뿐더러, 나는 회사를 떠나지만 나에게 저격 당한 사람들은 회사에 남아있어야 하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퇴사한 걔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이었는지 아냐?'며 오히려 나를 더 못된 사람으로 만들 것이 뻔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퇴사 이유에 대해 언급할 때는 회사 욕, 조직 욕, 남은 사람들에 대한 욕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3. 성장 관점에서 이직을 하는 사람으로 포지셔닝 하세요.

퇴사 이유는 이직 이유와 동일하게 나의 성장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는 현재 조직에서는 제공해주기 어려운 기회들에 대해 언급을 하면 진정성이 더해집니다. 예를 들어 1) 좀 더 큰 조직이 있는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해보고 싶다거나 2) 더 규모가 작은 조직이지만 주도적으로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간다거나 3)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이직을 한다고 말하는 거죠.


어차피 퇴사를 하는 마당에 굳이, 싫은 소리를 다 삼켜가면서 성장을 위해 이직을 하는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그래야 '덜 나쁘게' 나갈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퇴직면담에서 조직과 상사, 동료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잔뜩 해놓고 담당 팀장이나 팀에 '저 퇴직일을 좀 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새 직장에서 빨리 출근을 해달라고 해서요.'라고 말을 한다면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여줄 리가 없겠죠? 앞으로 남은 퇴사 과정에서 협의해야할 것들을 생각해서라도 '성장을 위한 이직자'라는 이미지에 포커스를 맞추세요.

 

또, 앞선 글에서 몇 차례 말씀드리긴 했지만, 경력직 이직의 경우에는 이전에 다녔던 회사 사람들에게 레퍼런스 체크를 하잖아요. 그럴 때 내 동료들이 '김뮤 씨가 XXX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나간 걸로 알아요.'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보다는 '김뮤 씨는 좀 더 큰 조직에서 성장하고 싶어서 나간 걸로 알아요.'라고 말을 해주는 게 훨씬 긍정적이겠죠.




4. 업무 인수인계와 파일 전달도 필수에요.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담당자가 새롭게 결정되었다면, 남은 근무 기간동안 틈틈이 인수인계를 진행해야 할텐데요. 사내에 업무 인수인계 양식이 있다면 해당 양식을 사용하시면 되고, 양식이 별도로 없으시다면 자유롭게 작성하시되 아래 내용이 포함되었는지 체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1)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진행 절차 : 정기적 업무 (매일/매주/매달) / 비정기적 업무
2) 프로젝트 정보 : 기본 정보(기간/일정, 예산 등), 진행 배경 및 히스토리,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인 중인 업무, 추후 확인이 필요하거나 진행해야하는 업무, 클라이언트/유관부서 담당자 연락처
3) 기타 시스템 및 프로그램 사용법 : 로그인 정보, 사용 방법 등


또한, 그동안 진행했던 업무들을 정리해서 팀에 미리 전달해두어야 합니다. 요즘 퇴사 후기를 보다보면 작업 파일들을 다 지우고 나왔다는 분들도 있으신데 그거 절대 하시면 안됩니다. 내가 회사에서 작업한 파일들은 모두 회사의 소유이기 때문에 함부로 지우시거나, 수정할 수 없게 막아놓거나, 비밀번호를 걸거나 하시는 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제 경우에는 업무 파일을 정리할 때 [프로젝트]별로 폴더를 만들고, [프로젝트 진행 순서]별로 넘버링을 해서 하위 폴더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2023 브런치스토리_아주 소소한 이직의 기술]이라는 폴더를 만들고 [1. 기획] - [2. 소재 아이데이션] - [3. 초안] - [4. 발행 원고] - [5. 외부제안] ... 등으로, 진행 순서에 따라 파일들을 찾기 쉽게 넘버링을 한 하위 파일을 만드는 거죠.


이렇게 정리를 해두면 나중에 연락이 와서 '죄송한데 혹시 예전에 작업하셨던 퇴사의 기술 원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요?'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초안이나 발행원고 폴더 찾아보시겠어요?'처럼 명확하게 안내를 해줄 수 있는 것이죠.




5. 퇴사 후에도 네트워킹을 유지하세요.

정말 좋지 않게 퇴사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전 회사 동료들과 네트워킹을 유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그 회사나 업계에 대해서 급하게 확인해봐야 할 일이 생기는 등등 이전 회사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생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종종 안부인사를 하시거나 연락을 유지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제 경우에는, 이전 회사 근처에 갈 일이 생기면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가서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요. 그 팀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하면 주위에 적합한 사람이 없는지 찾아보고 추천을 해드리기도 합니다. 또한 이전 회사 동료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한다며 레퍼런스 체크를 부탁할 때 흔쾌히 참여해주기도 하고요.




글을 마무리하며, 앞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한번만 반복할게요. 어차피 돌고 돌아 만날 사이니까. 이 말을 잊지 마시면서 퇴사를 할 때 끝까지, 혹은 끝을 내고 나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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