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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Apr 20. 2024

사실 내가 제일 고마웠어요

오늘부터 팀장1일차 중간관리자 스터디 모임의 추억

아주 오래된 비공개 단톡방이 하나 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한 때 매일 매일 메시지가 올라오던 슬랙 채널도 그대로 살아있다. 2020년 2월 시작한 #오늘부터팀장1일차 #중간관리자스터디 모임이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로 넘어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일해야 했던 나는 딱히 물어볼 곳이 없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래서, 현재 비버밸리 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당시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스여일삶 커뮤니티와, 내 스타트업 커리어와 출발을 같이 한 #영원히나답게 여성들의 라이프 성장 플랫폼 #헤이조이스 에서 비슷한 처지의 분들을 모았다. 



하필 한참 코로나의 공포가 휘몰아치는 2020년 초에 스타트를 끊은 덕분에, 내가 캐나다로 출국하는 2022년 12월까지 거의 3년 가까이 모임을 유지하면서도 오프라인 모임은 딱 세 번 있었다. 대신 우리는 매주 책을 읽고, 슬랙과 줌에서 토론하고, 연사를 모셔 온라인 패널 토크를 하고, 각자의 인사이트로 발표를 하고, 연말이면 곗돈처럼 모은 회비로 전통주를 배송해 랜선 송년회를 열었다.


비대면 최적화 스터디 모임이었다


오늘 모처럼 그 모임의 일원이자 나의 오랜 동료인 분과 페이스타임을 하다 문득 얘기했다. 우리의 대화가 처음 만났던 그 때보다 참 많이 성장했네요. 하루 하루 좌충우돌 하며 서로 불평인지 고충 토로인지 구분도 잘 안되는 대화를 밤새도록 쏟아놓기 바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조직의 균형과 방향을 그려보고 팀 멤버들의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러자 그 분이 대답했다. 그 모임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팀장이나 리더의 자리도 준비와 배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금처럼 끊임없이 관찰하고 노력하는 리더가 되기까지 너무 먼 길을 돌고 돌았어야 했을 거라고.


마음 한가운데 잔잔한 파장이 일면서 언젠가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스터디 하던 시간에는 그저 글자로 읽히고 남의 말로 들렸던 사례들이었는데, 팀을 이고지고 끌고 가다 보니 새삼스럽게 하나씩 이해가 되어 예전 책들을 다시 꺼내 뒤적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때 모셨던 연사들과 인연이 되어 지금 몸담은 조직이 도움을 받았다는 간증도 있었다.


지난 연말 짧게 한국을 다녀올 때에도 네 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그 날도 늘 그렇듯 그냥 만나 그냥 헤어지는 대신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다들 고군분투 하는 와중에 뚜렷하게 성장한 모습에 혼자 울컥한 순간도 있었다.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민망한 이유는, 실은 그 모임 덕분에 가장 많은 덕을 보고 가장 많이 성장한 건 나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내게는 그런 모임과 교류에 대한 갈증이 늘 있다. 채널톡에 와서도, 캐나다에 와서도, 모든 것들로부터 아주 멀어진 것 같기도 하고 만나야 하는 새로운 것이 가득 주변을 채운 것 같은 이 순간에도, #오팀에서 얻을 수 있었던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이 늘 그립다. 살면서 또 언제 그와 같은 인연에 정성을 기울이고 보살피게 될까. 동료와 전화를 끊으며 모처럼 애틋한 마음이 아주 오래 남아 이를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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