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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2살 겨울의 행복 - 셀프 케어 타임

셀프케어 타임 - 내 자신을 고객처럼 대접하는 시간

몇달 전 한때 잠깐, 호주에 사는 어떤 여성 (외국인) 유튜버가 아침 일찍 일어나 사부작사부작 가지는 자신만의 시간을 목소리 없이 자막만 달아 고요하고 예쁘게 담아 올리는 영상들을 정말 한동안 열심히 본 적이 있다. 마음과 머리가 갖가지 스트레스와 잡생각으로 피곤하고 복잡할 때, 바지런하고 조용하게 본인에게 집중하는 그 영상들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힐링이 되었다. 그러다가 그 유튜버가 세수를 하고 얼굴에 세럼이나 수분크림 등을 가만가만 소중히 바르면서, 그것이 자신만의 '셀프 케어 타임'이라고 자막을 통해 말하는 것에서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내가 매일 머리를 감거나 세수를 하고, 얼굴에 무언가를 바르거나 하는 일상의 행동들을 할 때, 얼마나 그 시간들마저 내 머리를 온갖 잡생각으로 휘몰아치고 있는가 말이다. 따로 명상을 할 시간을 낼 필요가 없이, 매일매일 씻고 얼굴과 몸에 화장품을 바르는 시간을 포함하여 하루를 시작하고 외출을 준비하는 그 시간, 그리고 하루를 마친 후 화장을 지우고 물건들을 정리하는 그 짧은 시간을 모두 나도 '셀프 케어 타임'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짧은 케어를 받으러 숍에 방문한 내 자신을 빠르고 정성스럽게 고객을 케어한다는 마음으로 그 시간에 집중해 보려고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을 때는, 내가 정말 엄청나게 좋은 샴푸로 내 머리를 깨끗하지만 빠르게 감겨준다고 생각을 해본다. 샴푸에 거품을 내고, 두피를 씻어내는 그 감촉에 집중해 보고 물 온도도 적당한지(미용실에서 나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재빠르게 느껴본다. 머리를 감으면서 멍하니 떠오르는 온갖 잡생각들에 휩싸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머리를 감는 그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다. 두피와 머리카락이 진짜 시원하고 깨끗하게 씻겨지는 것처럼 상상하면서 머리를 헹구고 말린다. 

나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대신에 기초제품들을 꽤 여러가지를 바르는 편인데, 하나하나를 조금씩 바르면서도 제품 하나하나와 피부에 느껴지는 감촉에 집중하려고 해본다. 이 좋은 제품들을 가지고 또 매일 바를 수 있는 나의 상황과 시간에도 감사하면서 재빠르게 샥샥샥 단계별로 클리어한다. 집중한다고 해서 세월아네월아 하면서 천천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말 내가 내 사진을 소중하게 집중해서 케어한다고 생각하면서 순간순간의 단계에 집중하니 오히려 준비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요즘 거의 매일 하는 아침 '셀프 케어 타임'의 루틴은, 먼저 브러쉬로 두피가 시원하게 마른 머리를 한번 빗어준 후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 후, 기초제품들과 바디로션을 얼굴과 몸에 바르고 옷을 입은 후 모닝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특히 후각과 촉각이 제일 먼저 생생하게 깨어나는 것을 느끼는 것도 좋다. 이렇게 '셀프 케어 타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때는, 아침마다 준비하는 그 시간의 되풀이가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온갖 골치아픈 일상의 문제들이 그 준비하는 시간 내내 머릿속을 지배하곤 했기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괴로울 때가 많았다. 매일 이렇게 반복하는 루틴에 모든 촉각과 후각에 집중하는 것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일어나서 쭉 스트레칭을 할 때의 시원한 느낌, 밤새 흘린 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느낌을 미리 기대하면서 일어나려고 약간의 노력을 하면 그 순간부터 이미 상쾌할 때가 있다. 

참으로 무지하게도 10대, 20대 때에는 내 자신을 몰아치고 학대했던 것 같다. 내 자신이 남들보다 공부를 못 하고 외모도 떨어지고, 매력도 없다는 생각을 굳이 열심히 하면서 나를 소중하게 대하기는 커녕 지극히도 몰아세우니 매일이 고통이었다. 오히려 그때보다 나이도 훨씬 많이 먹고 벌써 만으로도 42살이 되었지만, 지금은 지금 이대로의 내 자신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내 자신과 함께 매 순간을 소중하게 행복하게 감사하며 앞으로 이렇게 올해도 하루하루 나를 잘 대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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