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의 나불나불에 나온 승워니형을 보며
영석이형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최근에 뿅뿅 지구오락실의 성공을 보면서
그는 자기가 잘하는 것,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서
새로운 양념 한 스푼을 넣으면서 계속해서 자기만의 음식을 만들어나가는
일류 미슐랭 쉐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헌데, 그런 셰프들이 있지 않은가
번쩍번쩍하고 화려하며, 음식이 화끈해서
모두에게 쇼맨십으로도 일품인 솔트베나 고든 램지의 미슐랭도 있겠지만
넷플릭스 다큐 타코 연대기에 나올 법하게
로컬에서 아주 유명하지만 세상엔 알려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향기를 유지하면서
내공은 아주 높아서, 결국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은 그런 레시피를 가진 맛집.
영석이형의 예능은 그런 예능이란 생각이 들어서
1박 2일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예능을 거의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 중이었다.
부쩍 대단한 건,
그가 침착맨 유튜브에 출연한 이후로
이제는 자기만의 채널을 만들어 유튜브 세상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놀라운 건, 이 역시 자기만의 방법 그대로다.
그저 자기와 함께 한 사람들끼리 작은 식사자리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의 삶과 그네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지극히 나영석스러운 포맷의 유튜브 방송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한결 같이 그의 '폼'을 유지한다는 면이 특히 좋다.
그런 그의 '나불나불'에 이번주에는
승원이형이 등장했다.
그렇다, 영석이 형과 해진이형, 호준이 형과 함께
삼시세기 어촌편에서 동거동락했던
멋지기만 하면 됐지 요리와 마음가짐까지 모델처럼 멋진 승원이형.
평소 워낙 자기관리를 잘하기로 유명한 그는
세상에, 50대라는 그의 생물학적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
정돈되고 그러면서도 편안한 모습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도 어려서부터는 불우한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과
매사 화려할 것 같던 그는 작품 외에는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딸 예니와 와이프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기로
'이번 생은 그렇게 살기로 했어'라는 말이
나에게 이상한 울림을 주었다.
사실,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이 화려한
차승원, 그이기에 가능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가도
그의 말을 곱씹어보다보면 우리의 삶에 대해 배워야할 레시피,
그러니까 진짜 음식 말고 삶에 대해 가져야할 우리만의 레시피 한 토막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담담히 자신의 삶에 대한 견해를 밝히던 그의 말들 중
특히 부쩍 나의 마음에 '아 저 레시피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가짐이 있었는데
그가 정확히 이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내가 이해한 그의 요지는 이랬다. (내가 이래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살아보니까,
괜찮은 건 없는 것 같다.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괜찮은 건 없어.
괜찮은 척 할 뿐이지.
관계도 인생도 다 똑같아
괜히 괜찮은 척해서 무리하면
그게 오히려 일을 그르쳐.
그러니까 괜찮은 건 없는 거야"
이 말은 위안이자 동시에 야단이었다.
왜 인고 하니, 지난 7년간의 직장 생활 속에서
나와 나의 동기들, 혹은 나의 친구들은 부단히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상사에게 심하게 깨진 날에도 괜찮아 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월급이 나오니까 괜찮아.
그 동료랑 사이가 좀 어색하지만 괜찮아, 잠깐 보는데
휴가를 못가서 속상해도 괜찮아.
비단 회사 일뿐이겠는가,
우리 인생의 대부분이 우리 스스로를 위로할 때
괜찮다고 말하지 않던가.
보고싶지만 괜찮아.
꿈이 희미해졌지만 괜찮아.
그 사람이랑 사이가 괜찮아.
아프지만 괜찮아.
그와 멀어졌지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우린 주문처럼,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스스로의 아픔과 기쁨을 숨기고 살고 있지는 않은 걸까.
이게 음식이라면, 괜찮다는 조미료가
다른 재료들의 싱싱함을 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게 인생이란 음식이 서서히 아무 맛도 아닌 괜찮은 맛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승원이형의 무심한 한마디는
지난 힘들었던 2년간의 나의 직장생활도
다시 돌아보고 정의해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모든 문제의 해결의 시작은
내가 지금 안괜찮다는 것부터,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이제서야 나의 레시피를 조금 고쳐본다.
나는 2년 동안 안괜찮았고,
좋지 않았다. 분명히,
여러분들도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지금 여러분은
인간관계가
직장생활이
결혼생활이
부모님과의 관계가
사업이
진로가
괜찮은가?
아니,
좋은가.
싫은가.
오늘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괜찮다는 말은 넣어두고
조금은 솔직해져보는 건 어떨까.
-
영석이형으로 시작해서
승원이형으로 끝난 오묘한 글이 되어버렸군.
싫은가? 아니 난 좋다.
좋아하는 두 형을 이야기해서
난 좋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