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입장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단뱀클럽 Jun 12. 2017

섹스와 죽음

전 여자친구와의 인터뷰

우리는 흥미로운 주제에 관심이 많다. 그 흥미는 주로 원초적인 것에 기인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러한 글 들을 원한다. '전 여자친구와의 인터뷰'라는 주제의 인터뷰 글을 써보겠다고 지인에게 이야기 했다. 그는 "특이한 방식이다"라며 "이런 제목의 글이 나오면 한번쯤 읽어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는 문득 '그는 무엇에 이끌렸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까?


사실 아주 간단하다. 착한 여자가 착한 남자를 착하게 만나 평생 착하게 살았다는 착한 이야기는 정말 재미없다. 예쁜 여자가 나쁜 남자를 재수 없게 만나 인생이 더럽게 꼬였다는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다. 콘텐츠로서는 착한 것보다 나쁜 것이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 아기 사진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섹스에 관련된 기사는 나도 모르게 클릭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위험하고 스릴 넘치는 것에도 끌린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경험하지 않고 피해가는 어둠의 세계를 우리는 궁금해한다.


이렇게 위험한 것에 끌리는 것은, 섹시하거나 귀여운 것을 보고 대책없이 빠지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프로이트는 이를 자기보존과 성적 본능을 합한 삶의 본능 '에로스'와, 공격적이고 자기파멸적인 본능 '타나토스'로 설명했다. 미디어는 소비자가 보고 싶은 것을 만든다. 그래서 '옳거니'하고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자극하는 콘텐츠. 즉, 섹스와 죽음을 판다.


그럼 미디어를 소비하는 당신이 활자와 이미지에 담긴 자극적인 세계를 엿보고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판단'이다. 이것이 인간의 어떤 취약점을 자극하는지, 왜 매혹적인지를 생각하고, 당신이라면 이것을 방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본다.


그리고 무책임한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인간의 본능이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 판단한다. 남이 그어놓은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을 고민 없이 받아들일게 아니라, 본인 머리로 도덕과 부도덕, 불법과 합법, 정상과 비정상의 범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거다. 그것이 '나쁜 기사', '위험한 기사'의 기능이다. 당신에게 판단의 기회를 주는 것.


한바탕 주절거리긴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모든 콘텐츠의 종착역은 '재미와 호기심 충족'까지라고 본다. 은행 강도 영화가 강도질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듯, 금기를 콘텐츠로 읽는 것은 금기로 나아가지 않기 위해 욕망을 간접적으로 해소하는 행위 아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