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은 Aug 17. 2019

뚜르드몽블랑, 7일간의 트레킹

걷는 즐거움.. 생각하지 않는 행복!

@ 뚜르드몽블랑은 몽블랑은 바라보며 알프스 산지를 걷는 일정으로 걷다보면 눈앞에 험준한 산지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8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뚜르드몽블랑(Tour du Mont Blanc) 트레킹을 마쳤다.

몽블랑을 가운데 중심에 두고 주변 알프스 산지를 한 바퀴 둘러 걷는

약 170km 트레킹을 Tour de Mont Blanc이라 부른다.

몽블랑 산 자체는 너무 가파르고 눈으로 덮여있어 밧줄에 각종 장비로 무장한 산악 전문가들이 등반한다.

뚜르드몽블랑은 몽블랑 둘레길인 셈이다.


너무 유명해서 유명한 유럽 최고의 산 알프스와 몽블랑 ㅎㅎ

17세기부터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 트레킹 코스에 나도 발자국을 보탰다.


출발하기 전 이 코스를 다녀온 분들이 블로그나 카페에 쓴 '너무 힘들었다', '1년을 운동하며 준비했다', '하루에 설악산, 북한산 같은 산을 몇 개씩 넘는 강도의 코스다', '난이도 상급이다' 같은 글을 너무 많이 봐서 잔뜩 긴장하고 갔다. 장기 트레킹으로는 이제 두 번째인 내가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보통 170km를 케이블카나 버스 같은 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두 발로만 걸어서

10~11일 정도에 완주하는 일정을 가이드북에서 많이들 추천한다.

물론 한국엔 제대로 된 가이드북이 거의 없고 해외에서 출간된 책을 번역한 정도가 있는 것 같다.

나와 짝꿍은 그렇게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서 중간에 한 번 버스를 타고

도로가를 걷는 평이한 코스를 건너뛰고 7일만에 완주하는 일정으로 짰다.

실제 트레커들을 만나보니 7~8일만에 완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 매일 한, 두개씩 마주치는 산속 대피소에서 차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해가 지면 자고 간다. 그냥 지나치면 아쉬운 곳들이다.

결론은, 뚜르드몽블랑은 솔직히 말하면 '중급자 코스'라고 하기엔 조금 쉬운 수준이다.

물론 전통적인 코스 외에 좀 더 난이도가 높은 대체 루트를 책에서 추천하기 때문에

이런 구간을 포함해서 걷는다면 약간의 스릴을 즐길 수 있지만ㅎ


"내가 뚜르드몽블랑을 완주하다니! 믿을 수 없어!" 이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걷고 등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보라도 누구나 즐겁게 완주할 수 있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초중급 코스였다.

힘들고 난이도 있는 산행과 어드벤처를 즐기는 트레커라면 좀 싱거울 수 있다.


7일간 트레킹하는 내내 아침 8시쯤 출발해서 빠르면 오후 3시, 늦으면 오후 5시 정도까지 걸었다.

매일 평균적으로 고도를 800~1000m 정도 높였다가 다시 그만큼을 내렸다.

산 하나 혹은 두 개를 올라갔다 내려와서 대피소나 마을 산장에서 잠을 자는 일정이다.


@ 대피소 앞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던 '보나띠산장'에서 하룻밤. 일찍 도착해 생맥주 한잔 사들고 야외로 나와 산을 바라보며 햇볕을 쬔다.

나는 오전 내내 적당히 가파른 오르막을 정상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르는 구간을 즐겼다.

뚜르드몽블랑은 병풍처럼 펼쳐진 알프스 산지와 눈 덮인 몽블랑(불어로 '하얀 산'이라는 뜻)이 절경이지만 풍경이 엄청나게 다채롭진 않기 때문에 오히려 걷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


8kg짜리 배낭을 메고 스틱에 의지해 한 걸음, 한 걸음 중력을 거슬러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머릿속은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마음이 평온해지고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걷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자연 속에서 걸으면서 어느 순간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을 갖는다는 건,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하고 충만한 기분이다.


일어나서부터 잠들기전까지 끊임없이 온갖 생각을 반복하며 사는 내가 아무 생각 않고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다니..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숨은 가쁘지만, 머리와 마음은 어느때보다 편안하다.

이래서 산을 오르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짝꿍이 보폭이 커서 한참 앞에 걸어가고 혼자 걷는 순간들이 꽤 있었는데, 조용한 길에 자연 속에서 타박타박 걸어가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걷다보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내 발걸음 소리가 모두 하나가 돼 마치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것마냥 느껴진다. 아름다운 순간이다.


@ 보나띠산장 도미토리. 2층침대가 있기도 하고, 무슨 군대 내무반처럼 마루위에 매트리스 깔고 나란히 자기도 한다ㅎ

뚜르드몽블랑은 소소한 재미도 많은 트레킹이었다.

우선 각양각색의 산 속 대피소가 재미있었다.

8~12인실 도미토리에서 다른 트레커들과 함께 자고, 단체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아침, 저녁을 나눠먹고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제 걸으면서 만난 일행을 같은 숙소에서 또 만나고, 수프와 메인요리를 덜어서 나눠먹다보면 금새 친근해진다.


트레킹 코스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 걸쳐 있다보니 며칠에 한번씩 국경을 넘으면서 제각기 다른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대피소들은 저녁식사를 수프 위주의 스타터, 고기나 쌀을 활용한 메인요리, 푸딩이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 3코스로 제공하는데 가격 대비 꽤 잘 나온다. 영국에 살면서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내 입맛에는 죄다 맛있었다ㅎㅎ 산장에서 맛본 파스타와 비프스튜는 꿀맛이었다!


트레킹하는 동안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등 각국에서 모인 산 좋아하는 사람들을 죄다 만날 수 있고 한국분들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트레커들끼리는 세계 어느 트레킹 코스가 좋다, 우리나라 산은 어디가 좋다, 아웃도어 브랜드와 장비는 뭐가 좋다 이런 정보를 공유하다보면 관심사가 비슷해서 금방 친해진다.


내가 최고로 꼽는 건 '우중산행'이다 ㅎㅎ

산행길에 비라도 오면 나는 너무 신난다!

방수가 되는 옷을 챙겨입고 나왔으니 비에 젖어도 걱정이 없고,

구름과 안개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절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무엇보다 땡볕에 걷지 않아도 되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운치 있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이번 트레킹에는 딱 하루 비가 오고 죄다 날씨가 좋았는데, 오전 내내 오르막길에서 비를 맞고 걷다가 산 정상 대피소에 들어가 트레커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마신 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귀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트레킹 후반부에 우연찮게 대학 선배님을 만나 학생때 선배에게 밥과 술을 잔뜩 얻어먹고 다니던 때처럼 맛난 맥주와 와인, 밥, 고기를 잔뜩 먹었다. 20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혼자 오신 다른 한국분과 함께 우리 넷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는 동행이 됐다.

숙소에서 저녁 늦게까지 술을 함께 마시고 아침에 산을 타며 해장을 하기도 하고 ㅎㅎ

마지막날 산을 함께 내려와서 샤모니 시내에서 점심과 저녁을 다 함께 먹었다.

선배님이 거하게 쏘신 와인에 맛난 소고기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설산에 해지는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기분이란ㅎㅎ

선배의 따뜻한 정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샤모니 호텔의 설산이 보이는 수영장에서 트레킹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을ㅎ

트레킹을 마친 후엔 정말 꿀 같은 선물도 얻을 수 있다.

고작 일주일 열심히 걸었을 뿐인데, 돌아와보니 허리가 더 들어가고 복근도 조금 더 선명해지고 다리에도 전보다 훨씬 더 잔근육이 붙었다.

다이어트 후에 몸매 라인을 더 만들고 싶다면 1~2주 짜리 장기 트레킹이 정말 강추다.

매일 몇 시간씩 헬스장에서 근력운동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해본 운동 중에 자전거, 수영, 골프, 헬스 그 어떤 것도 등산을 능가하는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트레킹을 다녀보면 멋있는 몸매를 가진 분들이 너무 많아서 자극도 된다ㅎㅎ


뚜르드몽블랑을 마치고 샤모니 호텔에서 설산을 바라보며 수영도 하고 여독을 풀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넘어왔다.


뚜르드몽블랑에서 만든 행복했던 추억도 시간을 내서 글로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세상에 너무나 멋진 트레일이 많아서 다시 몽블랑을 가게될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게 아깝지 않은, 가치 있는 트레킹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삶을 바꾸는 선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