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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Sep 08. 2019

크루거 내셔널 파크에서 사자를!

Big5 를 찾아서..

@ 크루거 내셔널 파크에 사는 코끼리들. 더워서 물에 몸을 적시러 호숫가로 모여들었다. 아기코끼리 넘나 귀엽다. 심장폭행!


Big 5 하니까 좀 웃긴다. 동물이 무슨 상품도 아니고;

남아공 크루거 내셔널 파크에서 가장 위험하고 사나운 포식자인 사자, 버팔로, 라이노(Rhino), 레오파드(Leopard), 코끼리를 칭하는 말이다.


크루거 내셔널 파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다양한 동식물군을 자랑하는 곳이고

공원 남쪽에서 북쪽까지 쉬지 않고 달려도 이틀이 넘게 걸리는 광활한 야생이라고 해서, 보러 갔다.

크루거는 과거 이 지역을 지배한 왕이자 공원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출발해 2박3일간 크루거 내셔널 파크 사파리 투어를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비싸고, 프라이빗하며,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투어였다.


일단 호텔에서 픽업차량을 타고 5시간쯤 걸려서야 'Boulders Safari Lodge' 라는 숙소에 도착했다

짝궁과 나를 2박3일동안 케어해주는 가이드 Gert가 Lodge 내 숙소에서 3일 내내 함께한다. 가이드는 Nhongo Safari라는 회사 소속이다. Tripadvisor를 보고 예약했는데 규모로 1, 2위 정도 한다고 한다.

인근 타운에서 현지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짐을 푼 우리는 오후 4시쯤 지프차를 타고 'Sunset game drive'를 나갔다.


이 Lodge는 세계적인 부호이자 Rhino 사육자(breeder)로 유명한 John Hume 이 소유한 사유지 안에 있다. 지프차를 타고 사유지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그가 키우고 있는 동물들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땅 규모만 7000 헥타르(약 2117만5000평)에 이르고 기린, 임팔라, 월더비스트(Wildebeest), 얼룩말(Zebra), 쿠두(Kudu), 영양(antelope), 야생멧돼지(품바ㅎㅎ, wildpig)는 물론이고 포식자들도 사자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독사 같은 뱀은 물론 전갈, 흰개미(termite)도 많이 산다.


@ 가이드가 차려주는 미니바를 기다리며.. 노을을 보면서 부시 덤블에서 마시는 술이란!


해가지는 3시간여 동안 어마무시 넓은 부시 덤블 사이를 지프를 타고 이동하면서 동물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관찰한다. 노을이 붉어지면 호숫가에 차를 대고 야생동물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 트렁크에 미니바를 차려놓고 남아공 현지에서 만든 Amarula 같은 몇 가지 술과 견과류 안주를 먹는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차에 조명을 켜고 어둑한 덤불 속에 숨어 있는 동물들을 더 찾아보다가 숙소로 돌아온다. 버팔로가 정말 서너걸음 걸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어찌나 무섭게 생겼는지 등골이 서늘했다;


숙소에선 불을 피우고 Braai를 해서 소고기를 구워먹고 현지 음식을 부페식으로 갖다 먹었다. 남아공 와인 한병 시켜서 가이드와 셋이 오붓하게 둘러 앉아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가 지났다. 밥을 먹다 보면 숙소 안으로 임팔라보다 더 작고 예쁜 Steenbuck가 들어오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버팔로와 코끼리가 인근으로 지나간 흔적도 보인다. ㅎㄷㄷ


다음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급히 커피 한잔 마시고 아침 도시락을 받아들고 5시30분에 크루거 내셔널 파크로 향했다. 6시에 문을 열자마자 아침 일찍 활동이 활발한 동물들을 보기 위해서다. 가자마자 30분 안에 우리는 저 멀리에서 포효하는 ㅎㅎ 사자를 두 마리 봤다. 망원경으로 봐야 할 만큼 멀었는데 오후엔 정말 코앞에서 잠을 자고 그늘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사자들을 세 마리나 더 볼 수 있었다.


공원은 작고 예쁜 임팔라 천국이다. 수컷의 뿔이 너무 아름답고 뛰는 모습이 굉장히 느낌있어서 ㅎㅎㅎ

자주 볼 수 있었지만 볼 때마다 좋았다. Big5는 물론이고 기린, 하마, 악어, 코뿔소, 얼룩말, 쿠두.. 수십종의 야생 동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외국에서 들여와 좁은 동물원에 가둬놓고 먹이를 주는 동물들이 아닌, 정말 야생에서 태어나 살다가 죽는 동물들을 보니까 뭔가 감동적이었다 ㅎㅎ


공원 안에서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고 쉬어가며 오후 4시까지 쭉~ 넓디 넓은 공원을 차를 타고 돌면서 동물들을 봤다. 밥 먹을 때 원숭이에게 바나나도 뺏기고, 풀 뜯는 코끼리 옆에서 밥을 같이 먹는 기분..ㅋ

호수에서 물을 마시는 코끼리 가까이에 악어가 있고, 하마가 물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풍경도 보고,

임팔라와 얼룩말, 라이노가 함께 목을 축이는 풍경도 보고, 정말 재밌었다.

멀리멀리 달려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공원이었다.

아쉽게도 레오파드는 보지 못했지만 그외엔 보고 싶었던 동물들을 모두 봤다. 운이 좋았다.


@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또 맥주에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날엔 새벽 6시에 가이드와 길을 나섰다.

동물들이 살고 있는 사유지 내 부시 덤블을 직접 두 발로 걷는 Morning Walk를 두어시간 했다.

주의사항은 포식자를 만나면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재빠르게 나무 위나 높은 바위 위로 몸을 피할 것....;;;

다행히 위험한 동물은 마주치지 않았고, 동물들의 배설물이나 발자국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식하는 나무, 풀, 아름다운 새, 곤충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멀리 차에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걷는 것은 정말 다른 느낌이었다.

산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상쾌한 부시를 걷는 기분이란....!!


숙소에 다시 돌아와서 여유롭게 커피에 아침을 먹고

가이드의 배웅을 받아 요하네스버그 공항까지 다시 돌아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Lodge에는 일주일씩 투어를 하러 온 독일인들도 있었다.

아프리카 다른 나라에도 사파리가 발달한 나라들이 많고,

이렇게 공원으로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오픈된 공간에 사는 동물들도 있다.


@ 낮잠자는 사자.

안타까운 점은, 동물의 뿔이나 가죽 같은 것을 사고파는 블랙마켓이 성행하면서

드넓은 크루거 내셔널 파크를 모두 감시할 수 없다는 점을 활용해 무단으로 공원에 침입해

동물을 살해하고 뿔이나 가죽을 가져가는 범죄가 꽤 많다고 한다.

공원 안에 사는 Rhino들 가운데 일년에 600-700마리가 이런 밀렵 범죄에 노출돼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ㅠ


아름다운 뿔이나 가죽을 가진 동물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이런 일을 당하다니;;

이렇게 죽여서 얻은 장식품을 거금주고 사서 거실에 걸어두면 뿌듯한 건지 참.... 인간들이란;;


어이없게도 헌팅 투어도 있다고 들었다. 이건 독일인이 남아공 시골에서 독수리를 총으로 사냥하는 투어에 참여했다고 알려줘서 알게됐다. 자연을 좋아해서 크루거 내셔널 파크 투어를 오면서 헌팅투어를??? 헐...;;

희귀한 동물이 아니라 흔한 동물이면 헌팅해도 되는건지;;; 뭐라 대꾸를 하기가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 코끼리는 힘이 너무 세서 풀을 뜯어먹는게 아니라 나무를 아예 뽑아서 씹어먹었다ㅋㅋ

암튼, 2박3일간의 크루거 내셔널 파크 투어는

자연과 가까이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이 값진 시간을 사기 위해 정말 돈을 많이 냈으니ㅠ


직접 차를 빌려 공원을 달리면서 동물들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난 그리 추천하진 않는다. 우리는 비용은 좀 들었지만 16년간 가이드를 해 온 전문가로부터 각 동물들이 어떤 곳에서 주로 살고, 어떤 곳에 가야 볼 수 있는지, 습성은 어떤지, 이 동물이 처한 위험은 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만약 혼자 차를 몰고 간다면, 드넓은 곳에서 길 찾으랴 동물 찾으랴 고생만 하고 제대로 보기도 어렵겠다 싶다.


야외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Braai를 즐기고, 부시 덤블을 안전하게 걸어보고, 일출과 일몰을 보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은 개인이 쉽게 계획하고 실행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좀 비싸도 투어 추천이다.


가이드와 식사때마다 함께 대화하고 이런 저런 경험을 함께하다보면 남아공 현지 사람들의 삶과 생각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돼서 그런 부분도 좋았다. 여럿이 단체로 하는 투어보다 프라이빗 투어가 이런 게 장점이구나 싶다.


아프리카, 남아공의 자연은 정말 정말 너무나 아름답다.

훼손되지 말고 잘 보호해서 오래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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