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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Aug 22. 2023

엄마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지

그 시간에 언니는 대체 뭘 해?

 초이 어린이가 학교를 마치는 시간이 1시 30분, 보통은 45분 정도에 나온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바로 학원으로 간다. 2시 첫 번째 학원에 내려준다. 공부는 결국 체력싸움이라는 말에 여름방학 시작하면서부터 줄넘기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하루 50분. 일주일 5번. 어린이는 땀에 젖어 나올 정도로 신나게 놀다(?) 나온다. 시간도 없는데 줄넘기를 굳이 시간 쓰고 돈 쓰고 할 일인가? 싶지만 어린이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오늘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마무리를 했다는데 자기는 열 번도 넘게 걸렸다고 한껏 상기되어 말하니 '줄넘기'의 목적이 아니래도 다녀야 할 것 같다. 


 줄넘기 학원에서 나오면 3시. 다음에 가는 영어학원이 4시라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그 사이 우리는 간식을 먹고 학교 숙제도 한 번 챙겨보고 산책을 하자고 했다.(산책은 아직 이야기만, 요즘은 더워도 정말 너무 더우니까) 오늘은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핫도그와 우유를 마셨다. 문득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나 정말 잘하고 있나? 너 정말 괜찮니?


 그렇게 3시 40분 정도가 되면 어린이는 학원에 들어간다. 오늘은 영어학원에 갔다가 미술을 가는 날이다. 이쯤 되니 무엇도 다 포기 못하는 너도, 그걸 웬만하면 다 해주고 싶은 나도 문제는 문제인 듯하다. 언제쯤 너는 이것들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을까? 그때가 오면 나는 너를 놓아줄 수 있을까?


 그렇게 6시 30분까지 약 3시간의 시간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혼자의 시간. 무엇도 할 수 있지만 무엇도 하기 힘든 시간.


 몇몇의 어린이 친구 엄마들(언니, 혹은 동생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이렇게 지낸다. 아이가 학원에 가고, 엄마의 시간이 생긴 이들. 만나면 우리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장을 보러 가거나(들어가면 바로 저녁을 먹어야 하니) 차에 앉아 있거나(돌아다니면 에너지를 쓰게 되니) 집에 잠깐 들어와 다른 식구를 챙긴다고 했다. 


 나 역시 이 시간이 소중하지만 잘 쓰지 못하는 시간이다. 뭐라도 해보자 했지만 벌써 일 년 반이나 지났는데, 아무런 성과물이 없으니 뜻대로 되고 있지 못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아이가 크는 만큼, 나도 성장할 수 있을까? 오늘의 고민.


 오늘은 어쩌다 스타벅스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여느 때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신메뉴라고 얼그레이 프라푸치노를 작은 잔에 담아 나눠 줬다. 아메리카노는 쓰고, 프라푸치노는 달콤하다. 쓰고 달다. 그게 이 시간 아닐까? 혼자 조용히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 지루하고 공허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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