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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Mar 07. 2022

평탄한 육아생활

너 땜에 힘든데, 너 땜에 안 힘들어!

우주가 태어난지 81일째다.

가끔 육아가 이렇게 평탄해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하루가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다만 조리원 퇴소 후 딱 2주간이 지옥이었다.

밤낮이 바뀐 아가...

배앓이로 목청껏 우는 아가...


잠은 부족하고,

회음부는 쑤시고 따갑고,

손목은 마친듯이 아프고,

가슴에 젖은 차올라 땡땡 붓고,

유축은 해도 아프고, 안해도 아프고,

그마저도 유축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던...

그 2주간.


육아가 드라마틱하게 해볼만해진 이유는 단연코 '단유'덕분이다.


평편유두라서 아기가 제대로 빨지 못했는데 어떻게해서든 모유를 먹여 보려고 유두보호기를 끼고 아픈 손목으로 아기를 안아서 수유자세를 잡아보려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아가는 아가대로 젖빨기가 힘들어 몇 번 쪽쪽거리고나면 여지없이 깊은 잠이 들었다.


아기가 충분히 빨아줘야 젖이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는데... 그게 잘 안되니 결국 염증이 생겨버렸다. 젖몸살로 열이 펄펄 끓고 으슬으슬 추워하며 앓아 누운 그날, 결심했다.



단유해야겠다.



모유를 적어도 백일까지는 먹이고 싶었는데 '나부터 살아야 아기가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유도 결코 쉽진 않았다. 약을 먹고 급속도로 젖양이 줄다보니 배출이 안된 찌꺼기(?) 때문인지 한참동안을 가슴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도 천천히 몸이 회복되더라.

회음부가 아물고,

젖몸살이 낫고,

단유 후에는 본격적인 손목치료도 받아서 이제 거의 완치되어간다.


몸이 어느정도 회복된 후에는 달리기 운동도 시작했다. 아가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남편이 퇴근하면 아기를 잠시 맡기고 집앞 공원에서 30분씩 뛰고 온다. 확실히 운동을 시작하고나서 훨씬 빠르게 컨디션이 돌아왔다. (몸무게는 그대로인 게 함정)


아기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약 3달의 시간을 반추해보면 진짜 무지막지하게 힘든 시간들도 많았는데(육체적+정신적으로) 희안하게 별로 힘든 것도 아니었단 생각이 든다.


우주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힘든데 안 힘들다.


그냥 우주의 존재만으로도 내 인생의 고통 따윈 별거 아닌게 되버리는 기분.


내 딸을 향한 이 지독한 사랑, 이 어마무시한 콩깍지가 과연 벗겨지는 날이 올까 모르겠다.



새벽에 낑낑거리는 아기소리에 깨어 졸린 눈을 비비며 분유를 타도 쫍쫍거리며 행복하게 젖병을 빠는 우주를 보면 사랑스러워서 심장이 찌릿할 정도다.


우주가 유난히 순한건지.

아니면 남들의 육아도 이런건지.


물론 졸릴 때 찡찡

배고플 때 찡찡

똥이 안나올 때 찡찡

엄마가 안보일 때 찡찡거리지만

원하는 것을 해주면 금새 그치고 방끗이다.


찡찡거려도 귀여우면 어떻게!♡


울 이쁜 아가

엄마가 평탄한 육아를 할 수 있게 너무 귀여워서 고마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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