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모아보면 대단한
이번주에 나는 임신 20주 차 임산부가 되었다. 이제야 임신 하프라인에 진입한 것이다. 앞으로 반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할 것인가,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할 것인가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자.
임신 극초기부터 시작한 괴로움의 급행열차가 어느덧 종착지에 들어선 듯하다. 이제 내가 겪는 괴로움은 그때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고, 아주 경미하다.
그런데 사소하고, 경미한 불편함들이 모아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현재 나를 괴롭히는 그 "사소"한 괴로움을 나열해 보자면,
1. 소화불량
입덧이 100% 끝난 것 같진 않다. 임신 극초기때와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정도로 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임신 전의 상태와 비교하자면 먹는 즐거움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하다. 배부르고 흡족하게 먹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복부팽만감과 끝없이 올라오는 트림에 다음 식사 때까지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항상 ‘배부를 때까지 먹지 말고, 조금만 먹자!’ 다짐해 보지만 음식을 먹다 보면 수저질을 멈출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평소보다 먹는 양이 늘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저 평소랑 비슷한 양을 먹어도 느끼는 복부팽만감과 더부룩함이 갑작스레, 그리고 강하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억울할 수밖에!
2. 가슴통증
최근 나를 가장 괴롭히는 증상이다. 첫째 때와는 모든 증상이 더 강렬한 둘째! 첫째 때에도 가슴이 커지면서 불편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 임신은 정말이지 나를 미치게 한다. 초반부터 급격한 몸무게 증가와 함께 벌크업을 시작한 가슴;; 돌덩이처럼 뭉치기도 하고, 열감을 동반하여 찌릿찌릿 아프기도 하다. 당연히 브래지어 착용도 너무 불편하지만, 외출 시 그냥 나갈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불편을 감수한다. 최근 빅사이즈 브래지어로 바뀌 봤지만 그냥 가슴부위를 무언가 압박하는 자체가 불편하고, 괴롭다. 가슴 뭉침을 마사지로 풀어도 되는지도 매번 검색해 보지만 모두의 이야기가 다르다. 최대한 자극을 주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고,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는 사람들도 있고… 하아. 이 가슴통증은 출산이 답도 아니다. 출산 후에 더한 극한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젖몸살!!! 많은 엄마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는 아기 낳는 것보다 젖몸살이 더 힘들었어!’는 괜한 말이 아니더라. 첫째 아이 때 가장 끔찍했던 순간을 뽑으라면 나도 젖몸살로 앓아 누었던 그날을 꼽을 것 같다.
3. 임신소양증
임신소양증이란 용어가 낯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소양증은 임산부들이 겪는 가려움증을 일컫는다. 피부가 이유 없이 가려워 긁지 않고는 도저히 버티려야 버틸 수 없는 증상이다. 나는 몇 주 전부터 살짝씩 느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팔이 근질근질, 어떤 날은 허벅지가 근질근질. 종아리, 엉덩이, 등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간지럽다. 하루종일 벅벅 긁다 보면 피부가 붉게 일어난다. 참고 싶은데, 참기가 어렵다. 보습이 중요하다고 해서 보습크림을 발라봤는데 아주 약간 괜찮은 것 같다가도 또 간지럽다. 오늘은 간지러운 부위에 냉찜질을 해봤는데, 냉찜질은 꽤 효과가 좋았다. 간지러움이 완화되어 긁지 않으니 시간이 조금 지나서 괜찮아졌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간지러워지겠지만… 우선 그때마다 냉찜질을 해보자.
4. 몸무게 증가
임신 후에는 숨만 쉬어도(?) 살이 찌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임신 초기에 눕눕을 할 수밖에 없어서 두 달 만에 7kg이 확 쪄버렸다. 그 이후로 너무 놀라서 가끔씩 저녁 단식을 하며 다행히 몸무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시 세 끼를 다 챙겨 먹으면 하루에 500g씩 증가하는 매-직! 지금까지 임신 후로 총 8kg이 쪘는데 아직 몇 달이 더 남았기 때문에 최대한 한 달에 1~2kg 선으로 몸무게 증가를 신경 써서 관리해보려 한다. 단순히 살찌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살이 찌면서 따라오는 부가적인 고통 때문이다. 우선, 몸을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다. 앉았다 일어서는 게 특히나! 첫째 육아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 씻기고, 입히고 하다 보면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몸무게가 늘 수록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그리고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관절염’!!!! 첫째 임신 때는 이런 걸 모르고 막달까지 총 20kg이 쪘는데… 무거운 몸뚱아리를 손목으로 지탱하여 일으키다가 손목염증이 생겼던 것이다. 손목염증 때문에 임신 막달부터 아이 낳고도 한동안은 정말 정말 힘들었다. 손목이 멀쩡해도 힘든 신생아 케어인데… 한쪽 손목이 없이 했다고 생각해 보라!
5. 카페인, 회의 유혹
평소 카페인 슈레기(?)라서… 사실 카페인 음료를 잘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왜 이렇게 맛있고, 유혹적인지! 커피에 입문한 뒤로 커피가 주는 향긋함과 각성(?)에 가끔 밤잠을 포기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최애음료 밀크티! 이 역시나 카페인이 다량함유된 음료라서 시간대를 잘 생각하며 마셔야 하지만 임신 후에 마음껏 마시지 못하니 참 괴롭다. 커피와 밀크티를 빼고 카페에서 고를 수 있는 음료도 별로 없어서… 카페에 갈 때마다 ‘한잔 정도는 괜찮지!’하며 가끔은 마신다.
회도 임신 중에 그렇게 생각이 난다.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라는 생각에 더 그런 걸까? 연어, 참치, 대방어!!!! 배 터지게 먹고 싶다. 물론 그냥 신선하게 조리하는 곳에서 먹는 임산부들도 많지만 (나도 몇 번은 연어덮밥 먹음) 그래도 여름철에 조금 더 조심해야 하니… 꾸욱 참는다. 남편에게 아이 낳고, 모유수유 끝나면 참치뱃살 배 터지게 먹을 거라고 말하고, 또 말하며 겨우 참아본다.
이 외에도 임신으로 인한 불편과 괴로움은 많다. 증상이 다양해서 모든 임신증상은 애바애라는 소리도 있다. 남들은 20주 차면 제일 좋을 때라고 얘기하지만… 소소한 괴로움들이 쌓이면 대대(?) 해지는 것! 난 그저 빨리 출산하고 싶을 뿐이다. 아이 100일 때까지가 진~~~~~~~~짜 힘든데 그래도 울 아가를 보며 울고, 웃는 게 더 행복한 것 같다.
내일은 2차 정밀초음파 검사가 예약되어 있다. 드디어 우리 둘째의 정확한 성별을 알 수 있게 된다. 과연… 지난번 이야기처럼 아들일 것인가? 아님 반전이 있을 것인가? 두구두구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