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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Oct 14. 2024

임신 28주~ 31주 차 기록

임당의 기쁨과 슬픔

내가 임신성 당뇨라는 사실을 막상 받아들이고 나니 이게 뭐라고 벌벌 떨었나 싶다. 내가 심각한 케이스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매일 당체크를 하며 식단을 신경 쓰는 일은 나름의 재미가 있다. 다음은 내가 식단 관리를 하며 당체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다.


1. 아침 공복 당수치는 수면시간이 중요하다.


처음 당 체크를 시작한 일주일 정도는 미묘하게 정상수치 95를 넘겼다. 96~100 사이가 계속 지속되니 나름 여러 변수를 두며 실험을 했다. 야식을 안 먹어보기도 하고, 혈당을 올리지 않는 음식으로 가볍게 먹기도 하고, 폭주하는(?) 남편을 따라 칼로리 폭탄 야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내가 ’ 야식‘이라는 변수로 아무리 별짓을 다해봐도 비슷했다. 그런데,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가 계속되어 첫째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내려갔을 때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그 일주일간은 매일 아침공복이 95 밑으로 안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 집에서의 나와, 부모님 댁에서의 내가 무엇이 달랐을까? 한참 고민하다 ’유.레.카’ 취침 시간이 달랐던 것이다. 집에서는 보통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로 잠을 잤는데, 부모님 댁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저녁 9시에서 늦어도 10시 사이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취침시간이 핵심인가? 싶어 집에 돌아와서도 일찍 잠들었더니 아침 혈당이 잡혔다. 오! 놀라운 발견~


2. 잡곡밥도 딱 반공기!


흰쌀밥은 약간만 먹어도 혈당이 바로 올라 100% 잡곡으로만 밥을 짓고 있다. 그런데 잡곡밥도 양이 중요했다. 밥주걱으로 적당히 딱 한번 뜬 만큼만 먹어야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 거기서 조금 욕심을 부리는 순간, 그만큼의 혈당상승을 각오해야 한다. 잡곡밥 양을 반공기 정도로 잘 지키면 살짝 달달한 밑반찬을 충분히 먹어도 식후 2시간 혈당이 120 밑으로 잘 유지가 되더라.


3. 외식은 고깃집이 최고!


임당산모는 가족들과 외식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우선 밀가루 음식 메뉴들이 선택지에서 사라지고, 밥이 없으면 단독으로 먹기 어려운 찌개, 탕, 국들도 빼고 나면… 갈 데가 없다. 그러나 고깃집만은 예외다. 고기는 내가 충분한 의지력을 발휘한다면 밥 없이(즉, 탄수화물 없이) 야채와 곁들여 배 터지도록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배 터지게 먹어도, 탄수화물만 잘 방어했다면 혈당은 매우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한다.


4. 식후 과일은 무조건 참자!


나는 과일을 사랑한다! 자연스러운 단맛과 각 과일마다 매력적인 식감이 나를 유혹한다. 그러나 이제는 과일 섭취량과 섭취 시간대를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식사 후에 바로 과일을 먹었을 때마다 혈당 정상수치를 넘겼던 경험이 쌓이니 저절로 과일에 손이 기다가 도 멈춘다. 과일은 식사와 식사  사이 가벼운 간식정도로 섭취하고, 맛있다고 양껏 먹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물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만큼 먹지 못하는 슬픔은 있지만… 아예 먹지 못하는 것보다야 이렇게라도 내가 사랑하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려 한다.


5. 혈당을 잡으니, 몸무게가 잡힌다!


임신 말기로 갈수록 쉽게 몸무게가 늘게 되는데(첫째 임신 때의 경험담) 둘째 임신 중기부터 말기까지 계속해서 같은 몸무게를 유지 중이다. 임당 진단을 받기 전에는 야식을 참고, 공복시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노력하여 몸무게를 유지했다. 그런데 임당 산모는 공복을 길게 가져가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임당 식단으로 바꾼 후에는 매일 야식까지 간단히 챙겨 먹고 자는데도 몸무게가 그대로 유지가 되어 신기했다. 이쯤 되니 출산 후에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가는 것도 식은 죽 먹기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출산 후에 계속 식단 유지하며 운동까지 하게 되면 얼마나 몸이 가벼워질까? 아,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매일 혈당을 신경 쓰며 식사를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 귀찮고, 때때로 괴롭다. 하지만, 그 안에 소소한 기쁨과 행복들을 찾아가며 오늘도 힘을 내본다. 이제 정말 이 길고도 긴 임신의 여정이 끝나간다. 이 임신기록도 이제 몇 번만 더 쓰면 끝이 나겠지. 미소 지으며 ‘그때 그랬지…’ 읽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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