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만점이란...

100점 만점에 90점, 10점 만점에 9점, 5점 만점에 4점...

by 마리뮤

에어비앤비 운영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각각의 방을 빌려주다보니 생각보다 짧은 시간동안 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각 나라별로 부정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만난 그들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같은 나라의 10명 이상의 게스트들에게 같은 특징을 발견하게 되면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이 굳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스스로가 한국인으로써 내가 속한 '한국인' 집단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에어비앤비를 하게 되면서 확실하게 징한 한국인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에어비앤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잠깐 살펴보자면 호스트는 방과 숙박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댓가로 숙박비를 받고, 게스트는 원하는 날짜에 희망하는 곳에 예약을 하고 숙박료를 지불한다. 호스트와 게스트는 해당 숙박이 종료된 후 서로에게 평점을 매길 수 있는데 호스트가 주는 평점은 추후 다른 게스트들이 최악의 게스트들을 미리 거를 수 있도록 경고해주는 의미가 있고, 게스트가 주는 평점은 앞으로 예약을 하게 될 다른 게스트들에게 이 공간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는데 의미가 있다. 당연히 게스트가 주는 평가가 호스트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모든 호스트들은 그 평점 하나로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밖에 없다.


에어비앤비에는 슈퍼호스트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는 호스트가 운영하는 모든 공간에 평점이 4.8(5점 만점)을 유지해야 얻을 수 있는 지위다. 슈퍼호스트가 되면 호스트의 프로필에 뱃지가 달려 꽤나 영예롭다. 평점이 높을 수록 게스트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당연하고, 따로 슈퍼호스트의 매물만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누구나 평점 유지를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쓴다.


최근까지 도시민박업에서 내국인 숙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은 관광지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호스트들은 최대한 내국인의 예약을 지양했다. 내국인 숙박이 불법일 경우 대부분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오히려 내국인 숙박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이유로 한국인을 받지 않을 수 있어 좋아했다.


나도 지난 몇 개월의 호스팅 동안 내국인은 딱 3팀을 받았는데 처음에 즉시예약 제도를 사용할 때 첫 손님으로 한국인이 예약을 했고, 그 후에 친한 친구에게 빌려줄 요량으로 원래 2박 이상인 숙소를 잠시 1박도 가능하게 바꿨는데 귀신같이 1박을 예약한 한국 손님이 있었다. 즉시 예약으로 결제까지 완료된 것을 호스트가 취소하게 되면 패널티를 얻게 되므로 눈물을 머금고 그냥 받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콘서트 때문에 예약한 한국 손님이 있었다. 이 때는 즉시예약 제도를 버리고 내가 수락을 해야만 예약완료가 되도록 했는데 '한국인은 불법이라 받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게 영 미안해서 최대한 숙소에 단점을 부각시켜서 '이래도 여기 예약하시겠습까?'라는 뉘앙스를 풍겼는데 본인은 잠만 잘 요량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받아달라고 했다. 때마침 비워있던 이틀이었기 때문에 한두푼이 아쉬운 마음에 수락을 했다.


그 게스트에게 숙박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 살가운 인사 멘트를 날리고, 주의사항을 보내도 답장 하나가 없었다. 심지어 체크아웃 당일에는 체크아웃 시간 1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히 집에 있었다. 나는 이쯤되면 당연히 체크아웃을 했을거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청소를 하러 갔는데 여간 당황스러운게 아니었다. 나는 그래도 혹시나 모를 평점 테러를 방지하고자 웃으며 거실을 청소하고 있을테니 천천히 나오시라고 했다. 한국인 두 분이었는데 예약을 한 분은 그래도 나가면서 내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를 해주셨는데 다른 한 분은 호스트 얼굴을 보면 뭐라도 옮는것마냥 눈도 마주치지 않고 휙 나가버렸다. 한국인들의 성향을 알기 때문에 그러려니하고 평소처럼 청소를 했다. 평점은 걱정하지 않았다. 나에게 '네'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걸 보면 귀차니즘 때문에 평점은 남기지 않을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기 몇 분 전... 그 게스트에게 평점이 도착했다.





나도 평점을 써야지만 게스트가 남긴 후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체크아웃 늦은 것에 대한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후한 점수를 주며 간단히 평점을 남겼다. 마음을 졸이며 게스트가 남긴 후기를 확인했다. 가격 대비 만족하며 구비된 우산이 아주 유용했다는 좋은 평이었다. 세부항목은 모두 5점으로 만점이었다. '휴, 다행이다' 안심하고 있는데 두둥. 전체 평점이 4점이었다. 어릴 때 수학 평균내는 공식을 까먹기라도 하신 걸까? 모든 세부평가가 5점인데 어찌하여 전체 평점에 4를 주었을까. 역시, 한국인은 받는게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호스트들 모임에 올라오는 후기 글들을 읽어보면 백이면 백 '내국인은 믿고 거릅니다' 혹은 '한국인은 만족을 모릅니다'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우스갯소리로 한국인은 공짜로 묵어도 5점 안 줄 사람들이라고 했다. 가격 대비 만족했으며 구비된 우산으로 급할 때 요긴하게 사용했다면서 왜 굳이 만점에서 1점을 뺀 것일까?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의 인식에 '만점'은 '이데아' 같은 것이다. 완벽한 숙소라는 것은 가격과 비례하는게 결코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에 들어맞아야 하는 것이다. 먼지 한 톨도 없고, 모든 편의 용품이 무료로 제공이 되며, 호스트는 사근사근 친절하고, 수건은 무제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역에서는 10초 내에 위치해야하며 냉방과 난방이 빵빵하고 침대는 너무 단단하지도 푹신하지 않게 적당해야하며 주변에 어떤 소음도 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방음이 되야하고 티비는 누웠을 때 딱 알맞은 높이에 놓여 있어야 하고 결정적으로 가격은 공짜나 다름 없어야 한다. 조금 격분해서 쓰긴 했지만 그리 틀린말은 아니다.


숙소에 묵으면서 아주 약간이라도 불편하거나 개선 사항이 있다면 이 숙소는 만점을 줄 수 없다,라는게 우리 한국인들의 기본 마인드이다. 그래서 한국인 게스트들에게 4점을 받는다는 것은 한국인의 기준으로 매우 높은 평가임에 틀림없다. 생각해보면 나도 에어비앤비를 하기 전에 똑같이 생각했다. 음식점 후기를 남기거나 온라인 쇼핑 후기를 남길 때 정말 극강의 만족감이 아니라면 만점을 주지 않는다,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답장도 없다가 평점을 남기는 수고를 해준 그 게스트 때문에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나는 앞으로 후한 게스트, 손님이 될 것을 맹세한다!

적당히 만족스러우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는거다!!

칭찬을 먹어야 청소할 맛도 나고, 웃을 맛이 나니까!!!!!!

나는 그런 한국인이 되는 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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