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수영장 샤워실 양치문제)
속한 조직에서 이유는 잘 모르지만 원래 그렇게 해 왔던 것이라고 해서 계속 그렇게 하고 있는 것들은 없습니까? 그런 것들이 '조직문화'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인데요. 잘 유지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변화해야 하는 것들도 생깁니다. 잘 유지하고 싶은 것이라면 정확한 소통을 통해서 계속 반복적으로 익숙해지도록 알려야 하고요.
최근 사소한 경험을 통해, 이래서 변화와 성장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영장 샤워실에서 양치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샤워에는 양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다니는 수영장 회원님들은 양치는 집에서, 샤워실에서 양치 금지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수영장에 간지 이제 2개월 차입니다.
그러니 제가 양치를 하고 있으면 오셔서 어떤 분은 여기 사람들은 양치하는 것을 안 좋아해,라고 하시고 어떤 분은 화를 내시며 샤워실에 양치 금지야, 집에 가서 해.라고 말씀 하십니다. 어떤 분은 밖에 써붙여 놨는데 못 봤냐고도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탈의실에 나와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당연히 그런 메시지는 없습니다. 그래서 고객데스트에 문의했습니다. 양치하면 안 되나요? 그랬더니 그분은 '규정에 그런 것은 없는데, 싫어하는 분들이 계신다.'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럼 해도 된다는 걸까요?'라고 물었더니 사무실과 연락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무실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 전화를 받으신 분은 거기서 23년 근무하신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자기가 이런 문의를 받은 것이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양치가 무슨 문제냐?' 하셨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와서는 '탈의실 세면대에서 양치를 하셔라'라고 하는 겁니다. 구성원들과 회의도 하셨는데, 샤워실 양치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면서요.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세면대에서 하시는 게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조금 당황스러워서 네이버 검색도 하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생각보다 핫한 문제더라고요. 다른 수영장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고, 그런 문제로 수영 자체가 싫어진 분들도 계시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어떤 분은 양칫물이 발에 닿는 게 싫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고 하시고, 어떤 분은 수영장 고인 물들의 텃세다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수영장에 따라 해도 된다. 안된다 메세지를 정확하게 공지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양치 금지 규정이 있고, 그 이유는 샤워 시설이 부족하여 샤워 시간 단축을 위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수영장에 등록하면 안내받는다고요.
이 얘기들을 들으면서 깨달은 것은 규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소통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입니다. 정확한 이유가 있으니 소통을 하고 그것을 신규 회원들에게 안내하는 것입니다. 샤워 시설이 부족한데 양치까지 하면 시간이 부족하니 그렇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어디로부터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못 듣고 그냥 그렇게 하시는 게 좋겠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렇게 하시는 게 좋겠다'라고 하는 것들이 조직에서는 보통 문화라는 것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문화라는 것이 규정과는 상관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로부터 생겼는데, 처음엔 좋은 이유로 생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유도 모르고 계속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들이 가져왔던 다른 상식들과 상충할 때가 생깁니다. 그래서 소통을 해야 합니다. 규정을 알려주고 그것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죠. 네 상식은 그렇지만 우리는 이렇게 해 왔어. 하고 알려주는 것이죠. 아마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만한 것이었다면 묻지 않을 겁니다. 그게 지금 상황에서 보기에 이상하다고 느껴지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일수록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시대가 변화하며 생기는 차이들로 인해서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일들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에 대한 매너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샤워실에 칸막이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바꾸는 것에 대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 그런 네 편의가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것이고, 그게 진짜 사용자가 원하는 거냐?라는 질문에 그걸 이겨낼 만큼의 통계적인 자료와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시간과 에너지가 나에게 있는지 없는지도 살펴야 하고, 그만큼 중요한 일인가? 도 살펴야 합니다.
그러니 결국 기존에 하던 데로 하시죠- 이렇게 되고 맙니다. 솔직히 같은 돈 받으면 더 편하게 일하고 싶지 않습니까? 괜히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불편합니다. 속해 있는 조직에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조직을 더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고 그 이유와 방법까지 다 찾아서 가도 그냥, 하던 대로 해. 뭘 일을 만들어서 키워. 네가 뭐 잔다르크야, 그거 해서 연봉이 올라? 누가 알아줘? 이런 말들로 좌절된 프로젝트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변화와 성장이 얼마나 어려운 겁니까?
저는 샤워실에서 양치를 하느냐 마느냐 문제를 접하다가 조직문화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가진 상식이 내가 속한 조직에서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상식이 근사하다고 생각하면 유지하고, 그것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해야 합니다. 그런데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 과정은 어렵고, 힘들고, 시간이 걸립니다.
조직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성장과 변화를 이루어내려 애쓰시는 분들! 그것이 진짜 의미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고 힘을 보태어 꼭, 이루어 내십시오. 근거를 찾고, 의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찾으세요! 그러기 위해서 또 얼마나 알려야겠습니까! 아, 진짜 생각만 해도 힘듭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이 동영상을 보다가 제 경험과 조직문화에 대해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글이 너무 길어 보기 힘들시다면, 적어도 이 영상은 한번 꼭 보세요! 특히 스스로 리더, 조직의 운영자라고 생각하신다면 꼭!! 꼭!! 보세요. 배민은 큰 회사잖아! 가 아니라, 이미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러니까 누구도 배민이 뭔지도 몰랐을 때부터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고, 그 조직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따라 하고 무엇을 따라 하면 안 되는지 여기에 아주 잘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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