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며 산소 공급기를 다시 가장 센 놈으로 바꿨다. 그사이 산소 공급기가 익숙해졌고 또 호흡도 많이 편안해져서 그런지 첫날처럼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첫날 밤처럼 한숨도 못 자지는 않았고 몇십 분 단위로 자다 깰 순 있었다. 졸다 눈을 뜨니 눈앞에 담당 교수가 와 있었다. 호흡은 괜찮은지, 산소 공급기는 불편하지 않은지 물어봤는데 비몽사몽간에 괜찮다고 답했다. 심근염, 폐렴이 회복이 더딘 질환이라는 이야기를 살짝 흘리고 갔다. 입원이 길어질 수 있다는 암시를 하고 간 것 같아 속상하다.
중환자실에서 나의 모습은 양계장의 닭과 비슷하다. 나는 침대 위에서 눕거나 앉아 있을 뿐 다른 건 하지 못한다. 내 손과 내 가슴팍에 있는 다양한 선들은 일종의 족쇄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밥이 나오면 밥을 먹고 소변이 마려우면 통에 소변을 누고 유튜브를 틀어주면 영상을 보되 광고를 스킵하거나 원하는 영상을 선택할 순 없다. 물론 첫 번째 영상은 고를 수 있다. 이어서 재생하는 건 구글의 마음일 뿐.
중환자실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 간호사는 1.7L 우유 페트병처럼 플라스틱 통을 건네며 소변은 여기에 본 다음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대변도 여기에서 보셔야 하니까 마려우면 저희에게 말씀해주세요.”
그 말을 듣고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어떤 시스템인 거지? 침대에 누워 분뇨를 싸지르면 그다음에 간호사가 치워주는 방식인 건가? 아니면 침대 위에 요강 같은 걸 두고 거기에 앉아 싸면 되는 건가? 누구의 말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주말 동안 상태가 호전되면 월요일에는 일반 병실로 이동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렇다면 대변은 최대한 참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입맛도 없어 서너 숟가락 의무감에 뜨는 게 전부라서 며칠 참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1일 1똥의 루틴을 지켜온 사람이자 예민한 장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조식에는 우유나 요구르트, 요거트가 함께 나오는데, 그걸 먹은 게 문제였을까? 참을 수 없는 배변감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이러다 싸겠다 싶어 호출 벨을 누른 다음 간호사에게 모기만 한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대변을 보고 싶습니다.”
간호사는 태연하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대답했지만, 하필 내 근무시간에 똥을 싸냐는 듯한 짜증스러움도 느껴졌다. 폭탄이 하필이면 내가 가지고 있을 때 터진 느낌이랄까... 스스로 민폐라는 생각해서 착각했을 수도 있다. 사실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대소변 치우는 일은 무척 익숙한 일일 것이다.
간호사는 침대의 높이를 최대한 아래로 낮춘 다음 침대 바로 옆에 간이 좌변기를 두었다. 조카들이 어릴 때 쓰던 아기용 좌변기의 조금 큰 버전 같다. 간호사는 엉덩이를 대고 앉는 부분인 변좌 밑으로는 포대 같은 걸 깔았는데, 아마도 변을 보고 나면 포대째 어딘가에 버리는 듯했다. 내 몸과 연결된 몇 가지 장치를 풀고 간이 좌변기 옆에 섰다. 오랜만의 직립이었다. 며칠을 누워만 있어서 그런지 순간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웠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넘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침대를 한 손으로 잡고 천천히 좌변기에 앉았고 무사히 안착하는 걸 보자 간호사는 다 보고 나면 불러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무척 시원하게 일을 봤다.
물티슈로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 침대에 누워 호출벨을 눌렀다. 간호사는 사뭇 비정한 표정으로 들어와 간이 좌변기를 가지고 나갔다. 몇 초 후, 어디선가 거친 물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부디 그게 내가 싸지른 똥을 손수 치우는 소리가 아니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