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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티스 Oct 22. 2023

공부 못하는 이유.
딱 보면 앎 2편, 손가락

성적이 낮은 여고생들의 이유. 2

공부를 열심히 하던 여고생 '현정이'는(당연히 가명)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모범생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력도 좋고 숙제도 잘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업 중에 자꾸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톱 옆에 있는 살을 '딱딱' 소리가 나게 뜯고 있었습니다. 가끔 손끝 까시레기(?)가 눈에 거슬린다며 이빨로 야무지게 물어뜯다가 피도 자주 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동을 수업 시간 내내 하고 있는데도 정작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현정아, 자꾸 이러면 손도 못생겨지잖아.” 

“ㅎㅎ... 근데 옛날부터 그랬어요. 그리고 손도 주인 닮아서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현정이만 이런 버릇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여고생들이 비슷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습관을 가진 여학생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죠. 성적이 중 하위권이거나 노력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영어 수학에서만 실수를 반복.

손톱이 짧거나 손에서 피가 자주 나거나, 입술 까시레기를 자주 뜯는 여학생들은 신기하게도 영어 수학 시험에서 실수를 자주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학원에서 문제를 풀 때는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내신 시험에서만 실수를 하는 바람에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았죠. 강사 입장에서도 몹시 난처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것 하나 교정해 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강사로 보일까 봐 살짝 두려웠습니다.


내신이 끝나면 틀린 문제를 검토하며 시험 대비 중 문제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때마다 손에 피나, 굳은살, 짧은 손톱이 있거나 입술을 뜯는 버릇이 있는 여학생들은 모두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아.. 이거 알았는데요 ㅜ_ㅜ 기억이 안 났어요ㅜ_ㅜ”

“아… 실수해서 s를 빼먹었어요..ㅜㅅㅜ”

“아.. 왜 이렇게 썼는지 모르겠어요 ㅜ.ㅜ”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만 기억이 나지 않았거나 실수를 했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공부를 덜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손과 입술을 자주 뜯는 여고생들은 차분히 생각해야 하는 영어 수학에서 실수를 자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첫 시험을 망치면 맨탈이 무너지며 다음 시험까지 망하는 성적 도미노 현상도 자주 일어났습니다.


“아 … 쌤 ㅜ.ㅜ 과탐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맨탈이 나가서 영어까지 망했어요오.. ㅜ_ㅜ”



이유가 뭘까? 맨탈이 무너지는 여고생들..

계속 같은 실수만 반복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죠. 그냥 남들처럼, “조금 더 꼼꼼히 보고, 시험 칠 때 한 번 더 체크해.” “보충 불러서 더 열심히 봐줄게”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핵심적인 원인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뚜렷하게 알 수는 없었습니다. 진짜 꼼꼼하지 못해서인지, 성적에 대한 압박과 불안 때문인지 원인을 알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여고생 성적 하락의 공통적인 원인

궁극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알려주기 위해 몇 개월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원인 파악은 아득히 더 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저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저 자신도 싫었습니다. 더 많은 책을 보고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지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타는 목마름은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윤곽이 조금씩 파악되면서 해소되는 듯 보였습니다. 여고생들의 손에 피나, 굳은살, 짧은 손톱이 있거나 입술을 뜯는 버릇의 원인은 당연하게도 성적과 시험에 대해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여고생들의 부모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었죠.


공통점은 바로 부모 중 한 분이 엄하거나 불안이 높았습니다. 혹은, 평소에는 자녀와 사이가 좋더라도 적어도 공부에서 만큼은 자녀와 타협하지 않는 단호하고 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고로 공부란 원래 힘든 것.’ 이란 라떼식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힘들다고 투정을 할 때마다 공감해주지 못하고, 강하게 채찍질만 할 뿐이었죠.


현정이와 같이 손톱을 자주 물어뜯거나, 영어 수학 내신 시험에서 실수를 반복하거나, 맨탈이 약한 여고생의 공통점은 불안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학생들의 불안을 높인 원인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니었습니다. 통제적이거나 불안이 높은 부모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죠. 타고난 성향과 관계없이 부모가 가진 불안을 딸들도 똑같이 갖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부모 때문..

공부에 거부감이 크거나 시험 불안을 느끼는 여고생들은 높은 확률로 부모님의 잘못된 육아 방식과 교육 철학 때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딸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화와 육아를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부모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힘들다는 딸의 말에 공감은커녕 더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모들은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시험 기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방에 누워만 있는 딸을 보면 쉬지 않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성적이 중요한 게 아냐, 근데 지금 정신머리로 전문대나 갈 수 있겠어? 어?”


그럼 왜 부모들의 불안이 높을까요? 일이 힘들고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일까요? 직장과 가정에서 다 잘하기 힘들기 때문일까요?


부모의 불안을 높인 대표적인 원인은 부모의 부모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거나 관계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부모들은 높은 불안을 유지한 체 평생을 살아갔습니다. 불안정 애착 즉, 애정결핍의 후유증으로 불안이 생겨납니다. 이렇게 불안이 높아진 부모들은 다시 딸에게 불안을 잔뜩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그 결과 고등학생이 된 딸의 성적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원인이 되죠.


바르고 훌륭한 딸로 키우기 위해 했던 잦은 꾸중과 지적은 사실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아이에게 쏟아내는 행동일 뿐입니다. 부모의 감정을 쏟아 내는 행동은 감정적 교류와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딸에겐 치명적인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는 딸들을 오히려 더 무기력하고 불안하게 만들어 결국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 것입니다. 머리 컸다고 공부 안 하고 말대꾸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이 아이에게 던져두었던 불안이 쌓이고 쌓여 딸의 공부를 방해했던 것이죠.



실수를 인정하고,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 주세요.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방법을 몰라 힘들다는 부모가 많습니다. 딸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들어 보면 다들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2~30년 전 제가 학생일랑 다르게, 엄청 좋은 거는 못 사주지만, 사달라는 거 다 사주고, 학원 보내달라고 하면 다 보내 주는데 왜 공부를 안 할까요?"


부모 본인 세대에 비해 좋은 환경과 이 정도의 경제적 지원이면 잘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 건 사실입니다. 집이 힘들어 학원 하나 보내지 못한다면 부모도 딸도 서로에게 다 상처가 될 테니까요.


하지만 20살 이전 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환경이 아니라 부모의 넓은 마음입니다. 즉 딸을 키울 때 물질적 지원이 아닌 공감과 배려가 중요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딱 한 가지를 고르라면 부정적 마음의 공감입니다. 


딸아이가 학교나 학원 가기 싫다고 괴로워할 때, 공부하기 싫다고 짜증 낼 때, '입 다물고 해.'라는 식의 자세는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뿐입니다. 힘들어하고 짜증이난 이유를 물어보며 딸의 마음을 받아주는 수용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 딸들도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면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학창 시절에 선생님과 부모로부터 들었던 말을 지금의 딸들에게 해서는 안됩니다. 개발 도상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부모의 마인드를 선진국에 살고 있는 딸들에게 적용해서는 안될 일이죠. 교육분야에서만 유독 500년 전 서당에서 훈장선생님이 했던 말을 지금까지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쓰니까 약이지 달면 그게 약이야?"


이런 식의 꼰대 마음을 버리고 딸들의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을 받아줘야 합니다. 정답만 알려 줄게 아니라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버둥 치는 딸들의 마음을 알아줘야 합니다. 팩트 폭격은 기다렸다 문제를 충분히 겪고 난 뒤에 말해주거나 물어볼 때 답해줘도 늦지 않습니다.



가화 만사성

가화만사성은 어른뿐만 아니라 10대 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부모가 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면, 노력은 알아서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방치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길잡이는 필요하죠. 들판의 양들에게도 적당히 무서운 양치기 개가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같은 개과 동물인 늑대가 되지 않도록만 조심하면 됩니다.


감정적으로 요동이 심한 딸들은 마음이 편해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안정된 마음에서 지구력과 집중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공부 방법과 방향 제시는 그다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됩니다.


공감과 배려,

공부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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