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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이 마약 중독의 시작이라고?

ADHD 약과 마약 중독과의 인과 관계.

by 맨티스


최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ADHD 치료제의 남용을 청소년 마약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남 대표는 최근 필로폰 투약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처음엔 ADHD 약에서 시작해 결국 필로폰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고 언급한 말을 인용하여, ADHD 약물 복용이 마약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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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으로 쓰이는 콘서타, 메티키넷 등은 실제로 중독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스파이크는 왜 ADHD 약에서 시작해 필로폰까지 손을 대게 된 것일까요? 문제의 원인은 약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의 성향과 자기조절 능력의 차이에 있죠.




ADHD 약물은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우선 팩트부터 체크해 보겠습니다. ADHD 치료제로 대표되는 콘서타, 메디키넷 등은 식약처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히 복용하면 중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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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아동청소년 정신의학회 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에 실린 연구에서도, ADHD 치료약의 의존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오히려 적절한 복용은 ADHD 환자의 중독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약들은 중독자를 만드는 마약의 ‘출발점’이 아니라는 의미이죠. 진짜 문제는 ‘누가’ 먹느냐입니다.



ADHD와 중독에 취약한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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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향의 4가지 요소, 불, 바람, 물, 나무 중 1~2가지를 유전적으로 타고납니다.


불의 성향.
강한 자기주장, 빠른 생각과 행동력, 빠른 포기, 쌘 고집.

바람의 성향.
유머 감각, 높은 사회성, 끈기 부족, 짧은 집중 시간.

물의 성향.
온순함, 배려심, 높은 불안, 부정적 감정 표현 억제.

나무의 성향.
꼼꼼함, 철두 철이 함, 매우 높은 불안, 지나친 정확성.


이중 바람의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ADHD가 높은 비율로 발견됩니다.


바람의 성향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고,
충동 조절이 어렵고,
외부 자극에 민감하며,
규칙을 답답해하는

기질을 타고 납니다.


코펜하겐 대학 병원의 커스틴 플레슨 Kerstin J. Plessen 박사의 2009년 뇌영상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전전두엽의 활성도가 낮고, 보상 시스템인 도파민 회로의 민감도가 높아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Peterson et al., 2009) 쉽게 말해, 자기 조절 능력은 약하고, 자극 추구에 대한 민감한 뇌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뇌 구조로 인해 ADHD나 바람 성향의 사람들은 자극 추구와 충동성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피 전략을 자주 사용합니다. 술, 담배, 마약 등과 같은 자극적인 물질은 이런 성향의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순간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탈출구’로 작용하게 됩니다.


델라웨어 대학 심리학과 마빈 주커만 교수의 자극 추구 성향 이론에 따르면, 자극 추구 점수가 높은 사람은 중독, 모험 행동, 법 위반 행동 등의 비율이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ADHD 아동의 자극 추구 점수는 비 ADHD 아동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 그래서 ADHD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치료약을 끊는 순간 자기 조절능력이 떨어지면서 술, 담배, 도박이나 마약등에 쉽게 중독되곤 합니다.



독서와 가정환경이 중요한 이유.

학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본 결과, 바람 성향의 아이들이


부모의 과도한 통제 아래서,
정서적 공감을 받지 못한 채,
조용하고 내면적인 활동인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ADHD 증상과 중독 위험이 함께 증가했습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꼼지락 거리거나, 집중하더라도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또래에 비해 극도로 짧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제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오락이나 유튜브, 인스타만 보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독서입니다. 독서는 전전두엽 기능을 강화하고, 감정 조절과 충동 억제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루에 20분씩 3개월만 투자해도 전전두엽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합니다. 잔소리와 통제는 감정 회피 반응을 유도하여, 아이가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하도록 만들 뿐입니다.




중독은 약이 아니라, ‘성향과 환경’이 만든다.

ADHD 약이 마약 중독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오해입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은 여기에는 적용되진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충동적이고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 자기 조절 능력이 낮은 뇌 기능, 정서적 지원 없이 억압된 환경에서 살아온 경험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생겨납니다. 단순히 ADHD약이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다고 해서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마약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ADHD 약이 아니라 타고난 성향과 약한 전전두엽의 기능 때문입니다.




공부는 성향,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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