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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발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청소년 우울, 불안을 만드는 엄마의 OOO.

by 맨티스

아이를 망치는 쉬운 방법.

잔소리, 조용히 무너진 아이들.

고3 서현이는 밝고 웃음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처음 학원에 왔을 때만 해도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몇 달 뒤 연락이 두절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죠.


서현이 엄마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고2 무렵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공부를 하던 딸의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정신 좀 차리게 강하게 잡아주세요.”


상담 중에도 엄마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신신당부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며칠 후, 서현이와 심층 상담을 진행하며 상황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중1부터 다녔던 영어 학원은 다른 학원들처럼 암기 위주로 공부시켰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통암기로 내신을 대비하는 방식에 서현이는 점점 지쳐갔고, 고1 여름방학 무렵 결국 엄마에게 학원을 옮기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당연히 반대했죠. 고1 성적이 2등급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6개월이 더 흐른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서현이는 엄마에게 펑펑 울면서 말했습니다.


“영어 학원이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


엄마는 그제야 학원을 그만두게 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은 과외로 수업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문제는 학원이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원은 ‘마중물’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죠. 서현이를 무기력하고 불안하게 만든 건 바로 엄마의 ‘걱정’과 '잔소리'였습니다.



조용한 암살자, 잔소리.

서현이 엄마는 통제적이지 않았고, 강요를 많이 하지도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엄마’였고, 그저 딸의 건강과 성적을 걱정할 뿐이었죠. 하지만 이런 관심은 하루하루 아이의 행동을 조이고 통제하려는 잔소리로 바뀌어갔습니다.


“오늘 스카는 갔다 왔어? 저번보다 공부 더 안 하는 거 같은데?.”

“학원 안 다니고 혼자 열심히 한다고 했잖아?”

“엄마는 네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이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서현이는 엄마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학습된 절망감, 즉 무기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마틴 셀리그만의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전기 충격을 반복해서 받은 개들은, 나중에 전기 충격을 쉽게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무기력하게 전기 충격을 받으며 엎드려 있을 뿐이었죠. '아무리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절망을 학습했던 것입니다. 서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원을 옮기고 싶다고 아무리 말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그만 좀 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엄마의 잔소리는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 자신의 행동이 아무런 결과도 바꾸지 못한다는 통제 불능의 상태가 서현이를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강도 보단 빈도가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

서현이는 자기 주도성이 강한 ‘불의 성향’을 타고난 아이였습니다. 이유를 납득해야 움직이고, 생각과 행동의 속도가 빠르며 직관적인 결정을 선호합니다. 전형적인 T 유형이었죠. 이런 아이에게는 ‘이유 없는 반복’이나 ‘과도한 간섭’은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 엄마는 그걸 몰랐습니다. '네가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엄마의 말은 서현이의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옮길 수 없는 산'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서현이는 자율성과 자기 조절 능력을 점차 잃어갔습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한국 인간 발달 학회(2019)에서 발행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중·고생 37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모의 심리적 통제가 빈번 할 수록 즉, 잔소리가 심할수록 아이는 더 자주 우울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심리적 통제는 우울 증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걱정이 많은 부모, 간섭이 잦은 부모일수록 자녀의 심리적 안정감을 해치며, 이는 학습 의욕과 성취동기 저하로 이어집니다. 또한 이 연구는 가족 내 정서적 지지가 부족한 경우, 아이는 쉽게 무기력에 빠진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의 자존감이 높을 경우 그 무기력의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반복된 통제 속에선 자존감 역시 무너지고 맙니다.


리온(Lyon) 대학교 심리학과 로버트 W 밀러 교수가 발표한 논문(Hovering Is Not Helping, 2024)에서도 같은 맥락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학생 135명을 분석한 결과 헬리콥터 양육(과도한 간섭과 잔소리) 수준이 높을수록 불안과 우울 등 내적 고통 증상이 더 많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과도한 부모의 관심은 자녀의 불안정 애착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했습니다. 이 논문은 “헬리콥터 부모 = 자녀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이라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죠. 또, 한국청소년 연구지(2020)에 따르면,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잔소리가 자녀의 불안·우울을 증가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 서현이가 공부를 포기한 이유.

무기력은 단순히 ‘게으름’이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불안, 우울, 사회적 위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신건강 사이트 Verywell Mind는 실패 경험을 반복한 아이들이 '어떤 선택도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고 신념을 갖게 되고, 결국 불안과 우울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는 무기력으로 인해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거나, 더 이상 목표조차 세우지 않는 '게으른'아이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고3 서현이는 성적이 떨어져서 등록한지 3개월 만에 잠수를 탄게 아니였습니다. 어떻게 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을 거라는 생각, 즉 학습된 무기력이 서현이의 공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죠. 그 무기력의 배경에는, 반복되는 간섭과 통제, 사랑이라는 이름의 잔소리가 있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아이에게 했던 잔소리는 밝게 웃던 아이를 조용히 무너지게 했습니다. 잔소리, 이래도 계속 하실건가요?



공부는 아이 혼자 하지만,
공부하는 환경은
온 가족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부는 성향,

다면적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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