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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를 대는 아이가 성적이 낮은 이유

잔소리와 핑계, 성적의 상관관계

by 맨티스

소극적인 반항과 낮은 성적: 잔소리가 만든 무기력

핑계가 일상인 아이들이 많습니다.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시험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경우,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경우에 아이들은 핑계를 대곤 합니다. 대부분 핑계를 대는 이유를 ‘원래 성격이 그래’이나 ‘습관이 잘못 들여졌어’, ‘게을러서’라고 이해기 쉽습니다. 하지만, 핑계는 이런 단순하게 생각해도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면에 더 큰 문제가 숨어 있죠. 부모의 잘못된 육아 태도가 아이의 이런 행동을 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기력을 학습하는 아이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1960년대 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반복적으로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강아지는 이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차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히, 학대나 방치가 아니더라도, 잦은 잔조리와 사소한 것들까지 간섭을 자주 받았던 아이는 무기력하고 소극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부모의 인내심 부족과 공감 결여, 혹은 예의범절을 중시한 양육 방식 속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모가 무섭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는 이런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고 모든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소극적 반항, 핑계

잔소리나 간섭을 많이 받거나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단순히 순종하거나 반항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독특한 방어기제를 발전시키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핑계’입니다.

부모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기는 두렵고, 그렇다고 무조건 따르기는 싫은 경우, 아이는 “소극적 반항”인 핑계를 선택합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시간이 없어서…”, “몸이 안 좋아서…”, “나중에 할게…” 와 같은 변명을 하며 상황에서 빠져나가 버리죠. 이런 전략은 아이에게 단기적으로는 상황을 모면하게 해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회피하는 습관으로 굳어지게 합니다.


결국, 핑계는 단순한 말버릇이나 성격이 아니라, 통제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가 만들어낸 ‘심리적 생존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 도구는 아이가 학령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성적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킵니다.



낮은 성적과 핑계의 관계

핑계를 대는 아이가 성적이 낮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집중력 결핍

영유아기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돌봐줄 생각이 있는지를 지속해서 확인합니다. 아이는 부모와의 공감을 통해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자신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지, 필요한 것을 부모가 잘 챙겨 주는 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를 통해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죠. 하지만, 부모가 잔소리나 지적을 많이 하거나, 짜증이나 화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표현하는 경우, 아이는 부모와 감정적 단절을 경험합니다.


부모의 이런 행동은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나를 돌봐줄 의사가 없는 사람이라고 무의식적 느끼게 만듭니다. 영유아기 시절 이런 감정적 단절을 자주 경험한 아이는 불안도가 점점 높아지며 때를 쓰는 행동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높아진 불안은 학령기가 되어 아이의 전두엽 기능을 약화시켜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학습 몰입을 방해합니다. 실제로 불안 수준이 높은 학생일수록 시험 성적이 낮다는 연구는 교육심리학 분야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2. 통제감 상실

앞에서 언급한 데로 “아무리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은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무기력해진 아이는 모든 상황을 무기력하게 대처하죠. 공부마저도 소극적으로 하게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 공부는 10대 시절 가장 중요한 미션입니다. 하기는 싫지만, 꼭 해야만 하는 공부 앞에서 아이는 더 큰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둘 수도 없고, 탈출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그 결과 공부를 하는 상황에만 놓이면, 아이는 잠만 자거나 핸드폰만 보거나, 엎드려 있기만 합니다. 이런 태도로 인해 성적은 오르지 않고,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다시 무기력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완전히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3. 소극적 반항의 습관화

핑계는 부모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전략에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기 합리화의 방식으로 변질됩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뿐”이라는 식의 자기 위안은 성적 부진을 합리화하는 방패가 되죠. 결국 무기력과 회피 성향이 합쳐지면서 “쓸데도 없는 수학은 왜 하는 거야?”라는 식의 말만 늘어놓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공부를 포기하거나 하는 둥 마는 둥 하게 되죠.



직장 생활에까지 번지는 무기력

핑계를 대며 무기력하게 행동하는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동일한 패턴을 반복합니다. 공부가 직장 업무로, 부모가 상사로 대체될 뿐이죠. 아파도 병원 가기를 미루거나, 시간 약속을 어기는 것,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핸드폰만 보는 행동을 점점 더 자주 하게 됩니다. 문제가 될만한 것들을 회피하고, 통제라고 여기는 모든 것에 반발하죠. 결국 이는 단순히 “성적 문제”를 넘어 삶 전반의 자기 효능감을 낮추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낮아진 자기 효능감은 우리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며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더 단단해집니다.



문제의 시작 : 세대를 거듭하는 강압의 그림자

이 문제의 뿌리는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오랫동안 군부 독재 체제와 성적 지상주의가 지배하던 사회에서 자랐습니다. “한번 말하면 따라야 한다”는 군대식 육아 방식과 “성적=성공의 유일한 길”이라는 분위기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죠.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란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똑같은 방식으로 통제하며 양육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부모 또한 자신들의 시대와 양육 환경의 희생자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이의 “핑계”는 게으름이나 성격이 아니라, 부모 세대의 사회 분위기를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반복한 결과입니다.



성적은 양육 환경과 심리 상태 결과물.

아이의 성적 부진과 게으름, 핑계를 단순히 노력 부족이나 성격으로 이해하는 것은 충치가 생긴 이빨의 표면만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핑계는 통제적이고 공감이 부족한 양육 환경으로 인한 무기력과 소극적 반항 때문이죠. 잔소리와 무기력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한 “더 많은 가르침”이 아니라, 공감과 인내, 그리고 자율성을 주는 환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성적은 엉덩이 힘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라온 양육 환경과 심리적 상태가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아이는 절대 부모의 마인드 이상으로 자랄 수 없습니다.


공부는 아이 혼자 하지만,
공부하는 환경은
온 가족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부는 성향,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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