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우리는 ‘빠순이’가 아니다

팬덤의 품격과 지성을 복구하기

by 닥터 F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아이돌 꽁무니만 쫓아다니니?"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애들이나 좋아해? 한심하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학교 선생님에게, 부모님에게, 직장 상사에게, 심지어 지나가는 뉴스 댓글에게서. 그들은 우리를 '빠순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에는 지독한 '경멸'이 담겨 있다. 생각 없고, 할 일 없고, 남자 얼굴에 미쳐서 돈이나 갖다 바치는 '좀비' 같은 존재. 그들이 보는 우리는 이성을 상실한 감정 덩어리일 뿐이다.


가장 끔찍한 건, 우리 스스로 그 시선에 세뇌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덕질을 숨긴다.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내가 사랑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회사에 항의할 때조차 "저희 같은 빠순이가 뭘 알겠냐마는..." 하며 스스로를 낮춘다.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당당해져라. PART 2에서는 세상이 우리에게 씌운 그 더러운 프레임을 박살 낼 것이다.

우리는 빠순이가 아니다. 우리는 이 시대 가장 '복잡하고 세련된 문화'를 향유하는 지성인이며, 죽어가는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는 '창조적인 생산자'다.


1. 취향의 계급투쟁: 너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Chapter 4. 취향의 증명)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교양 있다'고 하고, K팝을 들으면 '수준 낮다'고 하는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이론을 빌려 말하자면, 이것은 단순한 '취향의 구별짓기'이자 폭력이다.


현대의 K팝을 보자. 음악, 패션, 퍼포먼스, 영상 미학, 그리고 복잡한 세계관(Storytelling)이 결합된 '종합 예술'이다. 이것을 해석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고도의 '문화적 문해력(Literacy)'이 필요하다. 아무나 즐길 수 없는 것을 즐긴다는 것. 그것은 네가 그만큼 높은 수준의 '문화 자본'을 가졌다는 증거다. 이 챕터에서는 머글(일반인)들의 무시에 맞서, 너의 취향이 얼마나 '힙'하고 '격조 높은지' 논리적으로 증명할 방패를 쥐여주겠다.


2. 생산하는 소비자: 우리는 홍보팀보다 위대하다


(Chapter 5. 집단지성의 힘)

회사는 자신들이 아이돌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착각하지 마라. 아이돌을 '스타'로 만든 건 회사의 자본이 아니라, 팬덤의 노동이다.


누가 밤새워 뮤비를 해석하고 영업글을 썼는가? 누가 멤버들의 매력을 발굴해 숏폼 영상으로 만들었는가? 누가 가사를 번역해 해외 팬들에게 퍼날랐는가?


앨빈 토플러는 생산하는 소비자를 '프로슈머(Prosumer)'라고 불렀다.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기획자이자, 마케터이자, 번역가이자, 크리에이터다. 우리의 2차 창작과 영업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K팝 제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챕터에서는 우리의 활동이 가진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증명하고, 회사에 '지분'을 요구하는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3. 오합지졸에서 군대로: 전략적 연대의 기술


(Chapter 6. 스마트한 조직력)

물론, 팬덤에게도 어두운 면은 있다. 익명성 뒤에 숨은 패거리 문화, 무지성 악플, 내부 분열... 세상이 우리를 '빠순이'라고 욕하는 빌미를 우리 스스로 제공한 적도 있다.


이제 진화해야 한다. 감정에 휩쓸려 우르르 몰려다니는 '군중(Crowd)'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군대(Army)'가 되어야 한다.


내부의 트롤(분탕 종자)을 걸러내고, 건강하게 토론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결집하는 법. 이 챕터에서는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회사를 압박하고 세상을 바꾸는 '스마트한 팬덤'의 조직론을 다룬다.


자존감은 최고의 무기다.


PART 1에서 우리는 적(회사)을 알았다. 이제 PART 2에서는 나(팬덤)를 알 차례다.


내가 하는 덕질이 부끄러운 짓이 아니라, '가치 있는 문화 활동'이라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우리는 회사 앞에서 굽신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당신들의 호구가 아니라, 이 문화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다."


이 말을 뱉기 위해, 먼저 잃어버린 너의 이름부터 되찾으러 가자. 빠순이가 아니라, '문화 주주'라는 그 빛나는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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