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산과 과탄산소다

by 적바림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청소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청소기 돌리는 것과 물걸레질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청소기와 물걸레질만으로 지내던 어느 날, 화장실 변기에서 냄새가 나고 화장실과 욕실의 하수구가 막혀 물이 잘 내려가지 않고 주방에는 물때가 끼기 시작했다. 그제야 청소의 꽃은 욕실과 화장실 그리고 주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엄마가 얼마나 많은 집안일을 하셨는지도 알게 됐다.(엄마 미안) 아무튼 문제가 발생했고 해결하기 위해 부랴부랴 마트의 청소 코너를 찾았다. 그곳에는 정말 많은 청소용 용액들과 도구들이 있었다. 사전조사 없이 가니 뭐가 뭔지, 나한테 필요한 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는 고작 다섯 줄 밖에 안 되는 마트 매대가 마치 창고형 매장의 엄청나게 큰 매대처럼 느껴졌다. 일단 급한 대로 다목적용 세정제, 유리 세정제, 배수구 클리너, 변기 클리너, 매직 스펀지를 사 왔다.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 사온거지만 청소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나는 이 구성으로 몇 년이나 그럭저럭 잘 지냈다. 엄청나게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더러움에 대한 역치가 높은 것인지 생활하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최근에 눈에 전혀 거슬리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의 청소 생활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잘 사용하던 청소용품으로는 더 이상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청소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던 중 모 대학교 화학과 교수님께서 구연산과 과탄산소다로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에 눈길이 갔다. 구연산과 과탄산소다의 특징을 이야기해 주시면서 어떤 원리로 깨끗해지는 것인지를 설명해 주셨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화장실 청소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소용품 코너의 많은 용품들 앞에서 위축되었던 나를 해방시켜 줄 구연산과 과탄산소다! 이 두 가지면 우리 집 청소용품 상자를 차지하고 있는 용품들을 모두 대체할 수 있었다. 직접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바로 마트로 달려가 구연산과 과탄산소다를 구매했다. 효과는 정말로 놀라웠다! 다목적 세정제로도 잘 닦이지 않던 주방의 찌든 때가 쉽게 닦이고 세면대, 유리, 거울, 타일 등등 정말 안 되는 곳이 없었다.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청소에 관심이 없는 내가 이틀 동안 화장실, 욕실 그리고 주방까지 청소만 했다.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남은 각종 청소용품들은 소진하면 다시 구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청소용품 상자에는 구연산, 과탄산소다, 행주, 고무장갑만 남을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청소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서 선택지가 많은 것이 즐겁기보다는 힘들었다. 안 그래도 용도별로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종류도 많은데 브랜드별로 효과도 다르니, 사용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것으로 다시 구매해서 사용해 보고 또 마음에 안들면 바꾸고... 이런 반복들이 피곤했다. 그러나 이제 구연산과 과탄산소다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구연산과 과탄산소다만 남게 될 청소용품 상자를 생각하면 살이 빠진 것도 아닌데 가벼운 느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4년 여름